[반지하] 답사를 시간대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6시 청주시외버스터미날 도착
새벽에 잠시 눈 붙이고 서둘러서 터미날에 도착하니 6시다.
다들 아직 안 왔군...하는  생각을 하고 담배한대 피워물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할때 쯤
종민샘이 도착하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잠을 자지 않고 온듯 부시시한 모습....ㅎㅎ
여전이 잠과의 승부를 끝내지 못하는 모습이다...라는 생각에 빙그레 했다.

여하튼 서둘러 인천가는 버스표를 구입하고 혜린샘에게 전화했더니 늦는단다.
푸하하하...먼저가라는 것을 굳이 서둘러 갈 필요가 없을 듯해서
시간을 변경하여 혜린샘을 기다렸다.
왠지 출발이 늦어져서 싫은 것이 아니라
늦어진 만큼 여유로와져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여유로움....ㅎㅎ

아침신문에 언뜻 본 황석영의 인터뷰를 보고 잠시 종민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나 그렇듯 글쟁이가 걍제를 고민한다더니 이젠 넓게 표용한단다.
중도실용...?...
생각해보면 글쟁이에게 글에 대한 고민을 시키지 못하고
경제니 실용이니 하는 생각들을 하게 만든 이 시대가 못마땅하기도 하고
그런 글쟁이가 넓은 아량으로 이 정권을 감싸겠다고 나서는 것이
내심 어이없기도 하고....그런 이야기를 종민샘과 나누었다.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언제나 드는 생각은
제발 넓은 아량이나 포용보다는 자기일에나 좀더 매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글쟁이라면 이 시대의 아품을 좀더 치열하게 자신의 글에 투영시키면 될 일이고
민주노총 지도자면 노동자들을 위한 일에 보다 더 매진하면 될 일을
왜 시키지도 않을 일들...국가의 경제...국민들의 복지향상....이런 일들에
포용력을 행사하는지 당최 모르겠다는 생각을 아침부터 했다.

그러다가 꼴값한다는 말을 했던 것도 같다....
그러고 보니 이런 류의 지식인이라는 자들은
자신의 꼴을 팔아서 값을 올리는 모양이다......

 

 

7시 10분 버스 탑승
혜린이 헐레벌떡 오고...잠시 함께 담배를 피우고 버스에 탑승했다.
사람이 없는 버스는 아침부터 춥다.
각자 한 자리씩 흩어져 앉았다.
다소의 찬기운에 몸이 움크러들지만 그만큼 정신은 다소 맑아진다.
각자 "열공'을 외쳤지만 실은 생각이 너무 넓게 펴져버려서 다소 정리가 필요한 듯하고
그런 넓어진 생각들을 가지고 막상 창영동에 가서 몸으로 실행하고 정리할 수 있을까 ?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준비해온 여행공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정독이 끝나고 차창밖을 쳐다보니 어느새 천안을 지났고 시간도 8시를 지났다.
혜린은 음악을 듣는지 귀에 이어폰을 꼽고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하고
종민은 어느새 잠들어 버렸다....ㅎㅎ
역쉬 밤을 새고 온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는데 그나마 버스에서라도
저렇게 눈을 붙이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하튼 여행의 흥분과 "작업'에 대한 기대로 점점 말똥거리는 머리.
하지만 다리의 근육들이 말썽이다. 뭉치고 찌릿찌릿....
곧 풀어지리라 기대도 해보고 이런 몸뚱아리의 통증이 왠지 살아 있는 듯한 생각도 들고...ㅎㅎ
음...여하튼 좋은 여행의 느낌들....ㅎㅎ

 

 

8시 23분
다들 피곤한듯 잠을 잔다.
어젯밤 내 일을 도와주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 탓이리라.
옛날부터 지적되어온 날으는 정신과 기어가는 실무..?...언제나 반복되는 패턴...?..ㅎㅎ
여하튼 반성이다.

혜린은 우리들을 기록하며 우리들 이야기를 구성하고 싶어하고
종민은 숙제처럼 내가 이야기한 고민들을 부여잡고 이번 여행을 이끌 생각인 듯.
그렇다면 나는 ..?
역시 처음부터 질문을 찾는 방식이기를 빌어본다.
해답이란 어차피 실행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해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
다만 질문을 찾고 치열하게 고민해보는 것이다.

 

 

9시
인천 종합터미날에 도착
혜린은 돈안들이고 인천에서 놀기를 실행해 본다고
터미날에 비치된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 한잔을 타고
그걸 사진으로 남기는 놀이(?)에 신나하고 있다.
종민은 서서 멀뚱이 잠깨는 중이고
나는 나름 몸풀기에 열중...

 

 

9시 10분
지하철을 탔다.
부평에서 갈아타고 도원역으로 가면 된다.
지하철에서 바라본 인천은 여전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왠지 서울이다 싶다는 거다.
사람은 언제나 익숙한 것에서 이미지를 차용하는 버릇이 있다더니
처음타본 지하철이 서울이다 보니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보이는 이미지들을
자꾸 서울과 비교하는 버릇이 있는데
지금이 그렇다...아직 인천은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그저 서울의 어떤 한 부분인듯 싶은 이미지들을 방출하고 있다.

 

 

10시
도원역 도착
다행이 사진관이 도원역 앞 도로 건너편에 있었다.
각자의 짐을 도원역에 맡기고 마을답사를 갈까 하다가
중간에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냥 다들 짐을 들고 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마자 인하자원이 보였고
그 옆의 [하루, 터]에서 잠시 쉬었다.
시작하자마자 쉬는 것이 그렇기도 했지만
왠지 [하루,터]를 자세히 보고 싶기도 했고
[하루, 터] 뒷편의 빈집에 자꾸 눈이 가는 것 같아서
사진 몇장을 찍고 메모지에 몇가지 그림을 그려본다.

인하자원과 잇대어 있는 [하루,터]가 자꾸 부둣가의 방파제 끝처럼
바다와 땅을 구분하는 어떤 매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한 동네의 초입이 재활용과 쉼의 공간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사뭇 상징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2차선 도로로 구분되어진 것 이상으로
무엇인가 길 양옆이 동떨어진 느낌이 강하다는 거다

여하튼 그렇게 잠시의 휴식을 취한 다음 본격적인 마을답사에 들어갔다.

우선 [하루,터] 뒷편의 골목들을 살펴 보았다.
아가부터 신경쓰인 [하루,터]와 잇대어진 빈집의 입구를 확인하고 싶어서
좁은 골목길을 돌아가다보니 아름다운 정원딸린 집이 보였다.
잠시 담넘어로 보다가 나가려 하니 정원의 주인아저씨가 우리들을 선뜻 초대해 주셨다.
아마 혜린샘을 기억하고 있으셨던 모양이다.
저번에 안프로의 소개로 인사한 적이 있었다는 혜린샘의 말..
여하튼 아저씨의 안내로 정원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정원가꾸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정원과 나무와 반지하이야기를 나누다가
아까부터 신경쓰인 [하루,터]뒷 편 건물에 대하여 여쭈어 보았다.
[하루,터]뒤 편 건물은 사람이 살지않는 쓰러진 집이고
그 앞집에는 할머니 한분이 사신단다. 그리고 바로 다음이 아저시의 창고용 집이라는 것....
내심...아 ! 나는 이 빈집을 가지고 구상해야겠다는 생각에
사진기를 들고 정원에서 [하루,터]방향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서 서둘러 마을답사를 진행해야 할 것 같아서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정원을 나온 다음에는 창영교회를 끼고 돌아서 철길 옆을따라서  답사를 진행했다.

우선 마을의 공동텃밭에서 텃밭을 구경하고 종민생이 잠시 텃밭옆의 소파에 앉아서
혜린의 카메라에 괴롭힘을 당하고....ㅎㅎ...사진도 몇장 찍고
다시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는 돈을 들여 자연을 완전 제거한 듯 보여져서 조금은 안타까웠고(??)
혜린이 놀이터 사진을 부탁해서 놀이터 옆의 높은 육교로 올라가
놀이터 사진과 우리가 지나온 인하자원쪽의 동네 사진을 찍고 그 반대쪽의 사진도 찍었다.

그 다음엔 만화할머니의 화분텃밭과 공동체미술을 조금 구경하다가
다시 주차장쪽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은 반지하의 앞마당처럼 느껴졌는데
구경을 하기에는 [반지하]에게 우리들이 노출될까봐서
서둘러 지나쳐 버렸다....ㅎㅎ(우리들 작업은 비밀이기에...깜짝선물...ㅎㅎ)

그 다음에는 헌책방 골목쪽으로 쭈욱 내려갔다.
내려가다 보니 옛 양조장...지금은 [스페이스 빔]이라는 단체가 사용하는 공간이 보였다.
문은 굳게 닫혀 있는 것으로 보아서 요즘은 사용을 안하나 ?...싶기도 하고
뭐 꼭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기에 그저 그렇군 하는 생각으로 계속 답사를 진행했다.

그렇게 조금더 내려가니 헌책방 골목이고 서점들이 보였다.
서점 중간에 도서관이 보였는데 여전이 굳게 잠겨져 있었다.

그때 문득 든 생각 ....역시 포장이었나 ?...싶었다.
인터넷으로 찾아 볼때는 훌륭한 마을 도서관처럼 홍보(?) 혹은 포장되어져 있더니
이렇게 굳게 닫혀 있는 것을 보면 역시 ....그러면 그렇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벨서점에 잠깐 들르까 싶다가 아무래도 나중에 다시 올 수 있을테니
우선은 서둘러서 마을답사를 돌자...하는 생각에 좀더 속도를 내고 보니 벌써 마을의 끝이다.
길건너에 중앙시장(?)인가 하는 재래시장이 보이고 바로 옆쪽으로는 공예의 거리가 지하도로
그리고 길건너에 전통의 거리(?)가 보였다.
애당초 길을 건널 생각이 없었던 관계로 바로 유턴하여 빙돌아가는 길을 택하여 골목길로 들어왔다.
헤린이 지적한 것처럼 길가에서 보면
길 안쪽 마을과 길 가는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보여졌다.
길안 마을이 조용한 시골동네처럼 느껴진다면
길가는 정신없는 소음과 도시매연의 거리처럼 느껴졌다.

다시 길을 돌아서 헌책방 골목에서 위쪽으로 길을 잡아 걸었다.
이쪽으로 가면 주민자치센터 쪽으로  그러니가 학교들의 뒷편쪽으로 길을 잡았다.
학교 뒷편쪽은 특별할 것 없는 청주에서도 내내 볼수없는 개성없는 동네였다.

별 감흥도 없어서 그런지 우리들 발걸음이 조금더 빨라졌고
어느새 주민자치센터에 다 와 있었다.
나는 무엇인가 얻을 수 있을까 ? 싶어서 주민자치센터에 들어가 보았다.
혹시 동네지도를 구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동구 지도 밖에 없다고 해서
그거라도 얻어서 나오려다가 반지하 리플렛이 눈에 띄기에 지도와 함께 집어들고 나왔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조금 더 올라오니 조금 넓은 휴식터가 보여서 다들 앉아서 쉬었다.
그러다가 다들 이동네는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반지하가 있는 쪽도 그렇고 그 뒤쪽 편인 이곳도 그렇고 사람들이 너무 없다고 느껴졌다.
오전 시간대라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 사람이 안보인다 싶었다.
아이들이야 학교수업중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 사람구경하기가 힘든가 싶었던 거다.
종민샘은 이 동네는 학교도 많은데 집들을 보면 아이들이 많을 것 같지않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 창영초등학교에는 어디서 아이들이 오는지 궁금하단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이동네의 살림으로 보면 실제 아이들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이 학교의 학생들은 어디서 오는걸까...?

조금 쉬었던 몸들을 추스리고 다시 답사를 진행하였다.
이제부터는 언덕길을 다시 오르는 길인데 산업정보고를 지나서 거의 정상즈음에 다다랐을때
황금마트가 보였다.
종민샘을 졸라서 시원한 캔맥주라도 마시자고 하면서 마트옆의 빈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앉아 있는데 한참만에 나타난 종민샘.
황금마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은 주로 철길너머 동네에서 온단다.
그리고 이 동네에는 아이들이 매우 적고 또 아이들 대다수가 조손가정의 아이들이라는 것
동네에 지역아동센터 같은 곳은 없고 다만 복지기관에서 피아노나 이런 것들을 가르치기는 하는데
급식이나 다른 돌봄서비스는 없다고 한단다.
그러고 보니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공부방을 보지 못했던 것도 같다.

그렇게 앉아서 수다들을 떨다가
다시 걷기를 시작해서 내려오니 어느새 세무서를 지나 도원역 근처가 되어 버렸다.

시간이 벌써 점심때가 되어서
우리들 서둘러 사진을 사진관에 맡기기로 하고 점심도 서둘러 먹기로 하였다.
사진관에서 다행이 바로 인화작업을 해주어서 점심을 먹으면서 사진분류를 하였고
그렇게 오전 답사를 마쳤다.

 

 

1시 30분
반지하에 도착
원래는 셋이서 함께 들어가서 인사하기로 하고
종민샘이 작업종이를 사러간 동안 혜린샘과 함께 주차장에서 쉬고 있었다.
반지하 바로 코 앞에 앉아 있었어도 [반지하]식구들이 눈치채지 않은 듯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ㅎㅎ
혜린샘이 가가운 반지하를 두고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간사이
우리의 무지막지 종민샘이 사고를 쳤다.
묻지도 않고 바로 드라마고 선생님께 덜썩 찾아가서 우리들을 알려버린 거다..ㅎㅎ

그래서 예정에 없게 갑자기 반지하에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다들 반갑게 맞아주시고
나름 정신없이 이분저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렇게 공식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우선 우리들 사진을 가지고 하기로 한 작업을
다른 손님들이 오기전에 끝내기 위해서
서둘러 진행했다.
나는 [하루, 터] 뒷편의 빈집을 선정해서 [지역사회팜여공간 등대(?)]를 선정하여
사진위에다가 그림을 그렸고
종민샘은 동네 골목 구석구석에 아이들과의 놀이를 주제로 작업을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혜린샘이 배달라디오를 주제로 작업을 서둘러서 마무리하여
반지하 교육실의 한쪽 벽면에 양해를 구하고 게시를 하였다.

 

2시 조금 넘어..
원래는 다큐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여러사정으로 다큐시청은 뒤로 미루고 지경 선생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략적인 반지하의 활동과 고민들을 들었다.
그리고는 바로 안프로의 안내로 동네 답사를 시작했다.

오전에 이미 답사를 한 탓인지 조금은 익숙한 듯 답사를 다녔는데
아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동네가 약간의 생동감을 주었다.
오전에는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어느새 눈에 띄고
또 마늘까는 할머니들의 모습들이 오전과는 다른 정겨움들을 주는 듯했다.

여하튼 안프로의 안내와 지경샘의 동행으로
아까는 피상적으로 보았던 것들을 이야기와 함께 다시 살펴보니 아까와는 다른
새로운 감응들을 주는 듯 했다.
이제서야 비로소 동네 같아진 것 같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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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6 05:08 2009/05/16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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