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그리고 법인세 인하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그리고 법인세 인하
                                               김승환 / 전북대학교 법대 교수

2002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희망도 기대도 있을 수 없는 나라에서도 세월은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법률이 규정하는 정치일정대로라면 6월 13일에 4대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12월 17일에는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의 짝짓기, 이전투구, 야합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다.
정치무대의 4막, 5막, 6막에서 이미 자신들의 역할이 끝났기 때문에, 집에서 손주들 재롱이나 즐기고 있어야 할 작자들이 이 나라 정치를 걱정한다면서 만나고 악수하고 귓속말을 나누고, 언론기자 나부랭이들은 이를 대서특필해대고 있는 모습들이 새해 벽두를 어지럽히고 있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
지방선거는 이러한 정상배들의 땅따먹기에 불과하다. 특정 지역을 볼모로 이루어지는 정치판에서 지방선거는 몇 명의 소위 정치지도자들이 그려놓은 지도를 지방유권자들이 다시 한번 구경삼아 쳐다보는 의미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는 아마도 내전을 방불하는 격전을 치르게 될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후보경선을 위한 암투가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누구든지 기존의 당노선과 조금이라도 다른 말을 하면 '과거는 묻지 마세요'식 개혁인사가 되고, 특정 지역 출신이라면 하늘에서 내려온 인물이라도 당선을 바라볼 수 없는 뻔한 현실 앞에서 오로지 당원의 지지도에만 기대어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 여당의 모습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미 정권을 탈환한 듯한 분위기 속에 들떠 있다. 다만 이 나라의 정치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한 여성 정치인이 자신의 자랑스런 아버지의 환영을 앞세워 대권에 도전하고 있고,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건에서 사형판결을 내렸으며, 그 아버지가 과거 친일을 한 경력 시비에 말려 있고, 두 아들이 병역면제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치인이 특정 지역의 광풍같은 지지바람을 등에 업고 꿈에도 그리던 청와대를 향하여 돌진하고 있다.

민중의 몫 탈취해 수구세력에 상납
현 시점에서 여당이건 야당이건 그리고 어느 정치인이건 민중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권력에의 꿈을 이루어 보는가에 몰두해 있다. 이를 위해서 그들은 소위 입법이라는 수단으로 어떠한 짓이든 마다하지 않고 강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국회에서 이루어진 법인세 1% 인하이다. 법인세 1천억원을 내야 하는 법인의 경우 1% 인하는 1억원을 깎아 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법인세 1% 인하는 법인 사이에 엄청난 차별을 초래하고 있고, 민중들의 삶을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 왔다. 법인세 1% 인하라는 발상은 결코 법적 발상이 아니라 정치적 발상이다.
왜냐하면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1%를 적용하는 것이고, 그 경제적 효과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인세 인하의 경우에는 역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조세정의의 원칙에 맞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1% 인하를 일률 적용했다는 것은 바로 헌법이 요구하는 조세정의의 원칙을 파괴했다는 것을 뜻한다.
입법과정을 보면 수구세력과 사회적 강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이 먼저 법인세 2% 인하를 제안하였고, 정체성이 모호한 민주당이 정치적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1% 인하로 화답한 것이다. 두 정당 모두 양대 선거를 앞두고 대기업들에게 추파를 던지기 시작한 셈이다.
이러한 꼴을 우리 민중들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새해 정부예산안 편성과 심의·의결과정에서 사회보장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은 대폭 삭감되고, 비정규직 노동자 수의 증대 등으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지위는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으며, 농민들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농산물 가격 때문에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민중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자신의 소유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워주는 것이다. 조세정의의 원칙에 바탕한 과세는 이래서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인들이 대기업과 사회적 강자의 눈치를 보면서 법인세 1% 인하를 강행한 것은 민중의 몫을 탈취하여 수구세력에게 상납한 것이나 다름없다. 필자가 우리나라의 2002년을 가리켜 새로운 희망도 기대도 있을 수 없다고 단정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