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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05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백다섯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성민입니다.
가을이 한창 멋을 부리기 시작한 요즘입니다.
읽는 라디오도 그런 기운을 받아서 가을분위기를 마음껏 뿜어볼까합니다.


지난 방송에도 어김없이 곰탱이님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곰탱이님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방송을 시작해볼까요.

 


지난 번에는 마음이 바빠 글만 듣고서는 대꾸를 하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지난 번 태풍은 잘 견디셨는지.. 다시 조만간 또 태풍이 온다 하니 걱정이 됩니다. 아기 고양이 이야기에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그 아기 고양이가 저한테도 찾아와준다면 참 기쁘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그 아기 고양이와 제가 서로 조금의 위안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곰탱이님의 사연을 읽을 때마다 사소한 표현에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번에도 ‘글만 듣고서’라는 표현이 그랬습니다.
이런 표현은 흔히 쓰는 표현이 아니잖아요.
보통 ‘글을 읽고서’라고 하거나 ‘얘기를 듣고서’라고 하는데 곰탱이님은 글을 귀로 들어주셨어요.
글을 귀로 들어주시는 분이 이 방송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아기고양이 얘기가 곰탱이님 마음에 닿았나보네요.
이에 대해서 얘기하려면 오늘 방송을 온통 이 얘기로 채울수도 있지만
다른 얘기를 하고 싶은게 많아서 참습니다.
곰탱이님 마음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시면 거기에도 아기고양이가 있을지 모릅니다.
만약 아기고양이가 보이시면 기쁜 마음으로 대해주세요.
그리고 아기고양이가 울고있으면 가만히 누워서 겨드랑이를 내주세요.
엄마품이 그리운 아기고양이에게 포근한 자리를 만들어주면
서로 위안이 되지않을까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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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갑자기 널뛰기를 해버린 한주였습니다.
순식간에 따뜻한 햇살이 반가워지는 날씨가 되버렸습니다.
집안에 있으면 조금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햇살이 비추는 마당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으면 더없이 편안합니다.
바쁜 일이 없으니 이렇게 여유를 만끽할수 있네요.
이런 호사를 즐길수 있는 날이 많지 않으니 즐길수 있을 때 최대한 즐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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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작물은 다 정리했고 겨울작물은 아직 자라지 않은 요즘은 채소가 궁해집니다.
지난 봄에 삶아서 얼려놓았던 채소들도 다 먹어버려서 냉장고가 비었습니다.
늙은 호박이 몇덩이 있지만 수확이 시원치 않아서 아껴 먹어야 합니다.
고구마는 아직 깨낼 때가 아니어서 조금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고구마줄기를 꺾었습니다.

이걸 다듬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데우쳐먹으면 나름 맛있습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열심히 고구마줄기를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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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나서 밭주변에 있던 쓰레기들을 조금 태웠습니다.
보기에는 드럼통으로 보이실지 모르지만 조그만 깡통입니다.
깡통 속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걸 바라보니 그 기운이 보기 좋더군요.
가을이 되면서 해는 일찍 떨어지고 날씨는 꽤 쌀쌀해졌죠.
이런 날씨에 저 불꽃이 따듯한 온기를 전해줘서 더 좋더군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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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병을 이해하기 위해 폐암에 대한 책을 빌려왔습니다.
마당 의자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즐기면 편안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흡연경험이 있으면 금연을 하더라도 20~30년 뒤에도 폐암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
폐암은 워낙 느리게 나타나고 사전에 알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다는 얘기
별견됐을 때 치료를 하더라도 생존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얘기
이런 얘기들을 듣다보니
아버지에 대한 걱정은 뒤로 밀리고
제 자신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싱숭생숭한 상태에서 책을 읽는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러왔습니다.
아버지의 검진결과가 나왔답니다.
폐암4기로 판정이 돼서 항암치료 말고는 다른 치료방법이 없는데
아버지의 나이와 현재 폐 상태를 고려했을 때 지금 당장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제가 내뱉은 말은 “그런 상태라면 항암치료가 의미가 있나?”
동생과 통화를 하고나서 제가 내뱉은 말이 너무도 무지막지한 말임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냥 그대로 죽게 내버려두자는 말이었으니까요.


한 달 전 아버지가 폐암이라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도
저는 덤덤했습니다.
보름 전 가족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아버지 병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을 때도
저는 편안하게 얘기했습니다.
며칠 전 아버지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동생의 얘기를 들었을 때도
저는 가볍게 툭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솔직히 당황스럽습니다.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덤덤하지?”
음... 이 문제는 좀더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4


요즘 ‘청일전자 미쓰리’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어느 중소업체가 원청의 갑질과 경영자의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위기에 처하고
그 상황에서 직원들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상황묘사가 비교적 현실적이고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사람냄새가 나서 좋더라고요.


회사가 위기인 상황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처합니다.
회사를 회생시킨다나는 명목으로 정리해고를 추진하는 사람
잘나갈 때의 거만한 모습을 싹 감추고 온정에 호소하는 사람
무능하고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더 움츠러드는 사람
위기에서도 어떻게든 윗선에 줄을 대려는 사람
그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서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
자신이 살기위해 여기저기 열심히 발로 뛰는 사람
전체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이 오직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주장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서로 지지고볶고 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이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은 이야기과 캐릭터들이 너무나 사실적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집니다.
그속에서 영웅적인 인물이나 코미디같은 인물이 튀어나와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끼리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흐름을 만들어갑니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서보게 되는데 그런 점 때문에 불편하기도 합니다.
사실적인 캐릭터들이 밀고당기는 모습을 보다보면 제 모습도 보이거든요.
적당히 자기중심적인 위치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가 뒤로 빠지기도 하고
남들과 힘을 합쳐 함께 나서기도 했다가 내 처지를 합리화하며 남을 비판하기도 하는...
소위 밉쌍 캐릭터나 주변부 캐릭터에서 제 모습이 언듯언듯 보일 때면
이 드라마는 보는게 불편하고 때로는 불쾌하기도 합니다.
다른 드라마처럼 확 잡아끄는 매력은 없지만 이런 불편함이 저를 잡아끕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저를 들여다볼수 있게 만들어주니까요.


드라마를 보고나서 사랑이의 눈을 쳐다봅니다.
사랑이는 맑은 눈으로 저를 가만히 쳐다보지요.
그러면 저는 사랑이에게 한마디 합니다.
“사랑아, 사랑해.”

 


(김사월의 ‘마이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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