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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19
1
감귤농사를 지으며 해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해서면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해서 나아져야지”라고 제 자신을 다독여왔습니다.
작년에는 일 년 동안 잘 해오다가 수확을 앞두고 마지막 물 관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한 해 농사를 망쳐버렸습니다.
그래서 많이 쓰라렸고, 감귤농사에 대해 자신감이 확 줄어들어 멘탈이 많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 속에서 다시 공부하고 주위 조언을 들으면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수확한 감귤은 상태도 아주 좋았고 수확량도 많았습니다.
그동안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 기분이 좋더군요.
그렇게 수확한 감귤을 감협으로 출하를 했고
출하된 감귤에 대한 정산이 끝나 얼마 전에 대금이 입금됐습니다.
그런데 입금금액이 형편없더군요.
감협에 전화해서 이유를 물어봤더니 “소과가 출하된 물량의 30% 이상이 나와서 그렇다”고 하는 겁니다.
소과의 비율이 그렇게 높은 것도, 그것의 가격이 그렇게 형편없는 것도 납득할 수 없어서 강하게 항의해봤지만 소용이 없더군요.
너무 황당해서 주위에 조언을 구해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습니다.
각종 병충해 때문에 몇 년 동안 고생하다가 조금씩 문제를 해결해갔고
수확량이 들쑥날쑥 하지 않으면서도 높게 나오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고
당도 관리와 물 관리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아 그것에도 신경을 썼고
전정방법과 토양관리에 대해서도 새롭게 배우며 변화를 만들어왔는데
이제는 감귤의 크기와 중량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내년에는 또 무슨 문제를 마주하게 될지 몰라 무섭기만 합니다.
감귤농사를 지은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배우고 해결해야 될 문제들은 계속 남아있고
해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다보니
10년 동안 모아놓은 돈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며 얻은 것은 그 외도 많습니다.
나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고
다양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재배하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고
욕심내지 않는 소박한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고
마음이 심란해질 때 가만히 바라보며 차분해지길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지나간 일 때문에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나무와 다시 소통하면서
제 마음이 다시 차분해지길 기다리는 것인가 봅니다.
2
요즘은 감귤나무에 병충해가 많은 시기입니다.
매일 나무를 보며 이상이 없는지를 살피는데
어느 날 새순이 말려서 오그라든 것들이 보이더군요.
귤굴나방 때문입니다.
이런 증상이 보이면 빨리 방제를 해야 하는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방제를 못했습니다.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며 계속 이어졌고
그러는 사이에 병충해 피해는 점점 늘어만 갔고
제 마음은 조바심에 안절부절이었습니다.
사흘 만에 비가 그쳐서 부리나케 약을 쳤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나무들을 돌아다니면서 벌레 먹은 이파리들을 따줬습니다.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는 어린 잎들이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오그라든 모습에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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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이파리들을 따내면서 나무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미안해. 내가 좀 더 부지런했어야 하는데...”
그러자 감귤나무가 씩 웃으면서 한 마디 하더군요.
“조금 간지럽기는 한데 이 정도는 괜찮아. 이거 아니어도 많이 신경써주고 있잖아. 지난 번에 좋은 영양제를 줘서 다른 이파리들은 아주 튼튼해졌거든. 이렇게 신경써줘서 고마워.”
그렇게 감귤나무와 서로 얘기를 나누며 부지런히 이파리를 정리하는 모습을 사랑이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더군요.
3
주변 텃밭에 여러 가지 작물들을 심었는데
힘차게 뻗어나간 호박 줄기의 일부분이 누렇게 변한 것이 보였습니다.
병들었나 싶어서 다가가서 살펴봤더니
커다란 호박이 벌써 달려서 익어가고 있는 겁니다.
![]()
그런데 이 녀석 모양이 좀 이상했습니다.
보통의 늙은 호박은 둥근 방석 모양인데
이 녀석은 럭비공처럼 타원형인 겁니다.
그렇다고 애호박처럼 길쭉한 것도 아니고
단호박처럼 자그마한 것도 아니어서
이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이것은 늙은 호박의 한 종류라고 하고
더 시간이 지나면 노랗게 익어서 늙은 호박 특유의 달콤한 맛이 난다고 하더군요.
텃밭농사를 하면서 다양한 작물들을 접해오고 있는데
이번에 이렇게 또 새로운 녀석을 만나니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작물들을 알아가는 것도 텃밭농사의 재미입니다.
(효정의 ‘나의 작은 청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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