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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에게는 직업선택의 자유마저 없다!

실업자에게는 직업선택의 자유마저 없다!
              - 기만적인 정부의 '눈높이 취업' 정책을 비판한다

올해들어 정부 실업대책이 보완에 보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거듭 지적해왔듯이, 정부의 실업대책이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실업률 관리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온 것에서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다.
지난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 보고서는, 지난 3월 실업자수는 103만 5천명으로 2월에 비하여 3만4천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계절적 요인에 의한 실업이 약화됨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비해 실업자 수와 실업률 감소 규모가 줄어든 것은, 경기후퇴로 인한 실업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실업률과 실업자 규모는 올초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작년보다 높은 4.2%, 94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같은 날 "실업대책 추진상황" 점검 및 향후 추진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또 한번의 보완과제를 내놓았다.  
우리는 정부의 보완과제 중 소위 "눈높이 취업"이라는 대목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이 대목을 통해 정부가 실업자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그리고 실업대책을 통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실업자들에게는 직업선택의 자유마저 없다는 초법적인 정부대책의 기만성을, 실업의 고통으로부터 신음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정부는 "IT·3D업종 인력부족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3D업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당한 이유없이 2회 이상 취업알선을 거부할 경우 실업급여 지급을 정지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자활지원을 받고 있는 대상자들이 정당한 사유없이 자활사업에 불참할 경우 생계급여 중단 등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번 실업대책 보완과제를 통해 소위 눈높이를 맞추어 3D업종에 취업하는 실업자에게는 남은 생계급여의 전액을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우선 이러한 정부대책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인력수급의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실업자들의 취업문제에 접근하는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다시금 강조하건데 3D업종의 인력난은 실업자들이 3D업종에 취업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3D업종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수준 및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인해 실업자들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낙후된 고용조건 자체에 원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하니 실업자들은 "눈높이를 낮추어"(!) 빠른 시일내에 3D업종으로 취업하라는 것이다. 악화일로에 있는 고용조건에 대한 혁신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어떻게든 실업률을 낮춰 보겠다는 근시안적인 대증(對症)요법을 답습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커다란 문제는 소위 "눈높이 취업"이라는 발상 자체가 지니고 있는 기만성과 반민중성에 있다. 과연 실업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서 실업대란이 발생하였으며 우리사회가 고실업시대로 접어들었단 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눈높이만 높은 실업자들의 취업행태가 실업문제 해결의 걸림돌인양 호도하는 정부의 처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실업의 책임을 실업자 개인에게 돌리고, 실업자들을 직업선택의 자유마저 없는 한낱 정부 실업대책 상의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현재의 정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이렇듯 비상식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것은 비단 실업자들 뿐만이 아니다. 최근 각계각층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정부의 "화염병 대책" 중, 화염병 시위 전력자에 대해서는 공직채용 제한을 검토하고 기업 및 대학과 같은 민간분야에서도 신규취업이나 학업수행에 있어 이를 감안토록 만들겠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는 과히 독재시대에 맹위를 떨치던 연좌죄의 부활을 상기시킬만 하다. 즉 여타의 정부 정책상 통제와 감시의 대상에 속하는 국민들은 누구나 정부의 필요에 의해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당할 수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부의 기만적이고 비상식적인 발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재차 강조하지만, 실업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정부가 안정적인 일자리 만들기에 매진함으로써 실업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때 가능하다. 이 점이 간과된 어떠한 정책도 실업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의 민심이반을 결과할 뿐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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