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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회

살자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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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라는 곳이고요
저는 성민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읽는 라디오 ‘살자’의 첫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가끔 오시는 분들에게는 읽는 라디오가 익숙하시겠지만
혹시 “읽는 라디오가 뭐야?”라는 분들 계시겠죠.
뭐, 별거 없습니다.
혼자서 라디오를 진행해보는건데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글로 써서 진행한다는 점이 좀 다른 거죠.
그냥 혼자 조잘조잘 떠들어보는 겁니다.


그래도 읽는 라디오라는 게 은근히 오래된 프로랍니다.
2011년 12월 16일 읽는 라디오 ‘내가 우스워보이냐?’가 역사적인 첫방송을 시작한 후
2014년 4월 28일 100회까지 진행했습니다.
그후 잠시 휴지기를 갖다가
2014년 9월 18일부터 읽는 라디오 ‘들리세요?’가 새로게 시작돼서
2017년 5월 18일까지 백 서른 아홉 번의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읽는 라디오라는 게 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프로인데요
2017년 7월 3일부터 읽는 라디오 ‘살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역사를 늘어놓고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아, 그렇다고 뭐 대단한 방송은 아닙니다.
6년을 진행했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는 무인도 같은 방송이거든요.
그렇다고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그런 곳은 아니고
아주 드물게 사람의 손길이 닿는 그런 곳
그래서 그 손자국이 더 오래 기억되는 그런 곳입니다.
뭐, 그걸 매력이라고 하면 나름 매력이 되기도 하겠지요.


처음 ‘내가 우스워보이냐?’를 시작할 때는
냉혹한 세상을 향해 “내가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니야!”라는 호기를 부려보려 했던건데
차갑고 무서운 세상만 확인하고 끝나버렸습니다.
100회 방송을 끝내고나니 세상이라는 놈이 저를 보며
“아직도 세상이 그렇게 우스워보이냐?”라고 미소를 짓더군요.
하지만 이 방송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두번 째로 ‘들리세요?’를 시작할 때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힘을 내서 “내 소리가 들리세요?”라고 간절한 기도처럼 했었는데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거의 없었고
제 내면에서 작은 응답이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더니
조금씩 즐겁고 행복해지는 저를 발견하게됐습니다.


‘들리세요?’를 함께 진행하던 꼬마인형이 떠나면서 아쉽게 방송을 중단하게 됐었는데
이제 ‘살자’라는 형식으로 세번째 시즌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번 방송은 뭐를 목표로 해야할지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뭐, 6년의 역사가 있으니 그 흐름을 그냥 따라가봐도 되겠지요.


물놀이 하듯 여유롭게 흘러가다보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같은 게 들릴테고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 소리도 들릴테고
내가 나를 부추겨서 말을 걸어보기도 할테고
심심하면 “내 목소리 들리세요?”라고 소리 한 번 질러보기도 할테고
아주 가끔 “야, 내가 우스워보이냐?”라며 객기를 부려보기도 하겠지요.
이 방송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 번 가봅시다.

 

2


이 방송의 타이틀에 대해서 한마디 해야겠군요.
저는 제목을 정할 때 오래 고민하는 편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게 있으면 그냥 건져내는 편인데
이번에는 방송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도 올라오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3일정도 뭉게다가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는데
‘살자’라는 단어가 살짝 떠오르더군요.
뭔가 확 와닿는 느낌은 없었는데, 곰곰이 살펴보니 그런데로 괜찮더군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이
“자살을 거꾸로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고 그러잖아요.
그런 뜻에서 ‘죽지 말고 잘 살자’는 뜻도 있을 수 있고,
살자를 한 번 더 뒤집으면 다시 자살이 되기 때문에
‘적당히 긴장하면 살아가자’는 뜻도 있습니다.


에고, 이렇게 얘기해버리면 너무 무거워 버리나요?
음... 그냥 살아가보자는 뜻입니다.
그 대신 언제든지 ‘살자’가 뒤집힐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간직한채 말이죠.
세상을 살면서 그 정도 긴장감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무거운가?
아~ 뭐, 그래도 할수없지만...

 

3


감귤나무 전정과 유인작업을 얼마 전에 끝마쳤습니다.
초짜가 낑낑거리며 두 달을 매달려서 해봤는데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나니
장마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비닐하우스라 여름철 작업이 더 힘들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는 가지묶기를 시작해야합니다.
작년 여름에는 녹두 따느라고 엄청 고생했었는데
그거에 비하면 할만 합니다.


초반 기세로 보면 올 여름도 만만치 않겠지요?
자~ 한 번 부딪혀봅시다!

 


(범능스님의 ‘무소의 뿔처럼’)

 

아, 읽는 라디오 ‘살자’는 매주 월요일 방송됩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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