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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2회

 

1


안녕하십니까, 읽는 라디오 ‘살자’의 두 번쩨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푹푹 쪄서 숨이 막히거나 후덥지근해서 마음이 막히는 날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육지에서는 비라도 내려서 잠시 숨통을 틔워주나본데
제주는 비다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채 벌써 열대야가 시작했습니다.
7월초부터 이러니... 쩝.


그런데 이렇게 무더운 날씨가 힘겨움만을 안겨주는 건 아닙니다.
여름농사로 참깨를 뿌려놓았는데
비가 덜 오고 날씨는 더워서 참깨는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난 봄에 심어놓았던 먹거리들은 밭을 가득 매워서 요즘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생각 외로 많이 달린 수박은 아주 잘 익어서 맛이 좋고
단호박은 그보다 더 많이 달려서 마음이 아주 든든해지고
참외가 생각보다 덜 달렸다지만 노랗게 익은 모습이 기분을 좋게하고
처음 심어본 메론도 생각보다 크고 많아서 입이 활짝 열리고
오이는 3~4일에 한 번씩 따먹는 재미를 주고 있고
오이고추는 매일 따먹으며 아삭한 맛을 전해주고 있고
깻잎은 너무 많이 나와서 벌레와 나눠먹고 있고
아직 익지 않은 토마토와 가지도 기대감을 충분히 안겨주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수확한 양파와 마늘도 내 손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무더운 여름은 풍요의 계절임이 분명합니다.


이제 이 풍요로움을 주위에 살짝 나누는 재미까지 덤으로 가져와야겠습니다.

 

2


페이스북을 둘러보는데
지난 1년 동안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이 만명이 넘는다며
페북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글을 봤습니다.


그 글을 보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부럽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자랑질 하는 것에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야 페북친구 50명은 겨우 넘긴 나는
‘좋아요’가 10개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고
단 하나의 ‘좋아요’도 없는 글이 수두룩합니다.
이런 처지에서 부러움과 짜증이 당연하겠지만
이런 삶이 워낙 오래돼서
금새 툴툴 떨어버렸습니다.


그러고났더니
다른 것들이 떠오르더군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한 친구는
이혼을 한 후 지방을 전전하며 혼자 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아주 띄엄띄엄 하는 한 분은
얼마전에 공무원 생활과 노조 활동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멀리 떨어져있고 만나본지 오래되서
요즘 근황이 어떤지 어렴풋이 짐작만 해야 하기에
넘겨짓는 게 조심스럽지만
괜시리 마음이 갑니다.
밭에서 수확한 것들이라도 챙겨서 보내야겠습니다.

 

3


지난 방송에서 범능스님의 ‘무소의 뿔처럼’이라는 노래를 들려드렸는데요
그 노래가 제 주위에서 떠나질 않는 겁니다.
그래서 매일 들었더니 이제는 혼자서 흥얼거리게 됩니다.


더위에 몸도 지치는데 마음까지 지쳐올 때
이 노래를 나즈막이 흥얼거리고는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줍니다.
그러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더군요.


노래 가사 중에 제 마음이 특히 반응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좋은 벗 있으면
둘이서 함께 가라
좋은 벗 없으면
버리고 홀로가라


나의 맘 고우면
나누며 함께 가라
나의 맘 탁하면
버리고 홀로가라”


벗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고
맘이 고으면 좋겠지만 탁해도 상관없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요?


오늘은 제 주위에 벗이 없어서 혼자이고
제 맘은 비교적 고요하기는 한데 살짝 흐려있군요.
범능스님의 노래를 또 들으며
제 맘이 맑아질때까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택배를 부쳐야겠군요.

 

 

 

 


(범능스님의 ‘무소의 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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