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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른 메모

 

1. 인사고과

오늘 단체일로 자주 가는 은행에서 출금을 하는데 한 노동자가 부탁을 했다. 1년 넘게 자주 들리던 은행이라 서로 안면이 있던 사람이었다. 노동자의 부탁은 카드신청 하나 해달라는 거였다. 곧 인사고과인데 자신이 받은 카드신청이 하나도 없다면서 말이다. 

 

이전에도 그 사람에게 부탁을 받았다. 돈없는 활동가가 무슨 카드겠냐며 체크카드만 만들어놨던 나로서는 참 난감한 부탁이었다. 전에는 정중하게 체크카드만 쓰겠다고 했는데, 간곡하게 정말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계속 거절만 하기도 그래서 생각해보겠다고 말하고 대화를 끝냈다. 그런데 한달 정도 더 지나서 만나고 나니 오늘 다시 부탁을 받은 것이다. 

 

사실 그냥 부탁도 아니고 간곡한 부탁이라 거절하는 입장에서 마음이 안좋았지만 그렇다고 카드가 필요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거니와 만드는 순간부터 혹시라도 쓰게 될까봐 거절했었다. 그런데 오늘 인사고과까지 이야기하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정확하게는 인권침해를 당하는 kt 노동자들의 모습과 겹쳤다. 저항하지 않는 kt노동자들은 꼼짝없이 상품판매 실적을 올려야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연봉 삭감이 되지 않으니까. 어쩌면 그 노동자도 그럴지 모르겠다.

 

흔들린 마음에 알겠다고 하면서 신청서를 작성했다. 연회비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은행을 나오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그 상황에서 카드 신청을 계속 거부를 했어야 하는 것일까, 이 사람은 내가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부탁을 한 것일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런 부당한 인사고과에 저항하세요'라고 말해볼까, 아니야 그건 정말 무책임한 말던지기에 지나지 않을것 같아.  혹여 이런 부탁을 받으면 다음에는 신용불량자라고 해야할까. 아님 진지하게 노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더 많은 질문들이 자판을 타고 머리속에서 흘러나온다.

 

그만 생각해야겠다. 우선 우편물로 카드가 도착하면 언제 해지할수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겠다.

 

 

2. 숫자

300, 스파르타 전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300만원은 전북고속 노조가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재신청을 하자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었고 회사가 교섭을 거부할 경우 내야하는 이행강제금의 액수다.

처음 가처분 신청도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때 이행강제금은 100만원이었다. 그런데 회사가 잘못했다고 성실하게 교섭하겠다고 하니 가처분 신청을 취소했다. 그 순간 다시 돌변한 회사는 교섭을 거부했다. 뒤통수 맞은 노동자들은 이를 갈며 가처분 재신청을 했다. 법원마저도 완강히 교섭거부하는 회사가 꼴통이라고 생각했는지 처음 이행강제금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교섭을 거부한다.

 

이행강제금 생각을 하니 김진숙씨가 생각난다.

1억 3천.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호텔 스위트룸보다 비싼 값]을 치루면서 숙박을 하고 있다. 1평도 안되는 공간의 숙박료치곤 참 더럽게 비싸다. 그렇지만 생명이 자라고 노동자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머무는 공간이다.

 

무언가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또 있다.

85821.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에 참여한 서울 주민들이다. 학생인권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자한자 썼을 그리고 하나하나 지켜봤을 서울의 활동가들을 사진으로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한 세번쯤 주변의 서울 시민들에게 발의서명 권한거 말고는 한 일이 없는 나. 반성과 함께 가슴이 벅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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