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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에 대해 [사회주의자 통신 2호]

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

- <사회주의자 통신> 창간호 소책자 비평 글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하여

 

 

 

 <사회주의자 통신> 창간호를 낸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지난 창간호의 비평 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역 집행위와 운영위는 물론, 중앙위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란이 다루어졌고, 19일에는 사노위 서울지역위원회의 임시 총회까지 상정되어 있다. 아직 창간호 비평글을 접하지 못한 동지들은 사노위 홈페이지의 <사회주의자 통신> 창간호를 참조하기 바란다.

 

 

 

 여기서는 우선 비평글 논란과 관련하여 지금까지의 경과를 살펴보겠다.

 

 

 서울지역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매체 <사회주의자 통신>은 창간호에서 사회주의 소책자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된 소책자 ‘사회주의 지금 여기에’에 대한 비평 글을 게재했다. 게시 직전 중집은 글 게시 유보를 요구하였고, <사회주의자 통신>의 편집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창간호를 발간하였다. 이에 대해 중집은 임시 중집 회의를 소집하고, 소책자 비평 글과 관련하여 서울지역위원회 집행위원회와 서울지역위원회 운영위원회의 입장을 요구했다.

서울집행위는 입장을 통해 중집의 편집권 침해 및 비판의 자유를 근거로 중집 입장 재고를 요청하였다. 이어서 일부 운영위원들의 운영위 소집 요구가 이뤄졌고, 임시 운영위에서는 비평 글 게제에 대한 운영위 사과, 삭제 입장을 안건으로 제출하였다. 이 안건은 일부 운영위원과 서울지역 대표가 안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퇴장하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임시 운영위 직후 서울 집행위의 두 동지는 사노위 중집의 요구에 의해 긴급히 소집된 임시운영위 안에 동조하여 기존 서울집행위 입장을 번복함으로써 사노위 서울지역위원회 집행위원회는 정치적으로 파산하였고, 사회주의자 통신 역시 잠정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속개된 운영위에서는 기 상정된 안에 대한 표결을 통해 비평 글 ‘삭제’ 부분이 빠진 채 사과 입장으로 통과되었다. 직후 대표는 이 문제를 지역위 임시 총회에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총회 결론 이전까지 <사회주의자 통신>을 포함한 기존 사업 정상화를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2호 기획이 제출되었으나 직후 진행된 운영위에서는 특정 기획이 아니라 아예 <사회주의자 통신> 발간 자체를 총회 이후로 연기하라는 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안에 대한 표결 결과 과반수에 못 미치면서 겨우 2호를 발간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사노위의 소책자에 대해 서울지역위 매체에서 비판했다고 해서 글을 삭제하고 사과하라는 임시운영위의 안(물론 최종적으로 삭제 요구는 빠졌지만)이 나오기까지, 최초에 중집의 문제제기로 시작해, 이후 서울지역위원회 임시 운영위는 좀 더 극단적인 형태로 문제제기하였다. 중집과 운영위의 문제제기는 내용, 절차의 문제뿐만 아니라 조직의 운영원리까지 다양하게 제기되었으며, 특히 조직운영원리에 집중되고 있다.

 

 관련하여 집행위에서 지속적으로 편집권과 비판의 자유를 주장하는 데 대해 중집과 일부 운영위원들은 비판의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 존재한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조직운영원리에 대한 다른 시각이 드러난다. 즉 이들은 비판의 자유를 조직운영원리의 내용적 측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분리하고 비판의 자유를 조직운영원리에 종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여기에다 추진위 전망을 둘러싼 정치적 혐의가 덧붙여진다. 일부 내용에 대한 문제라고 제기하는 입장도 있으나 내용에 대한 반박을 구체적으로 제기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정치적 혐의에 기반을 둔 조직운영 원리 문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글의 주된 관심사는 조직운영 원리에 대한 다른 시각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강령이든 조직운영 원리든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이론으로서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건과 같이 구체적인 사안과 계기를 통해 비로소 조직의 실천적 원리로서 자리잡는 것이라고 할 때, 이 글이 사회주의 조직의 조직운영 원리를 바로잡아 나가는 데 미력하나마 일조하기를 바란다.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자 통신>의 기조와 방향을 검토하고, 3월 16일 <사회주의자 통신> 창간호 발간과 동시에 진행된 사건의 추이 속에서 조직운영 원리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를 제기하도록 하겠다.

 

 

 

 

사회주의자 통신의 기조 및 방향

 

 

 <사회주의자 통신>은 서울지역위원회의 온라인 정치신문이다. 온라인 신문 사업은 서울지역위원회 2차 총회에서 서울지역 동지들의 총의를 모아 사업으로 승인되었으며, 운영위를 통해서 정책선전국 관장사업이 되었다. 내용은 지역위원회의 입장 및 쟁점과 주요한 투쟁소식을 전하는 것과 기획기사 및 기고글로 구성할 것을 제시하였다. <사회주의자 통신>의 구체적인 목표와 편집 방향은 창간호 발간사와 편집자의 글을 통해 드러난다.

 

 

 지난 서울지역위원회 1기 투쟁웹이 지역의 투쟁소식을 간략히 전하는데 그쳤다는 평가 속에서, <사회주의자 통신>은 지역위원회의 정치신문으로서 지역 투쟁 사안뿐만 아니라 당건설 과정에서의 주요한 쟁점과 전국적 이슈를 지면의 제약 없이 담아내고자 했으며, 당건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동지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다.

 

 

먼저 <사회주의자 통신> 발행자는 사노위 서울지역위원회이지만 내용에서는 전국적이고 정치적인 사회주의 정치선동을 전개할 것이다. 인터넷 신문의 특성상 종이신문이 가진 분량의 한계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모든 주제에 대해 심층적인 기사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토론과 노동계급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은 동지들의 기고가 있다면 언제나 환영한다.

- <사회주의자 통신> 발간사 中

 

 

 특히 향후 3차 총회까지 강령토론으로 전조직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강령토론 과정의 첨예한 쟁점들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논쟁을 기획하고자 했다. 대상에 있어서도 사노위 내부뿐만이 아니라 당장 사노위에 함께 하고 있지는 않지만, 당건설을 향한 사노위의 역사적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노동자 투사들까지를 상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사노위는 3개의 초초안을 가지고 강령토론을 진행하고 있으며, 혁명적 강령으로 통일시켜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자 통신>은 사노위의 동지들이 어떠한 경향으로 통일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과 토론의 장을 만들 것이다. 이것은 현재 사노위에 참가하고 있는 동지들뿐만 아니라 사노위의 강령토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주의자들과 노동자 투사들에 대한 기본적인 임무이기도 하다.

- <사회주의자 통신> 발간사 中

 

 

 편집자 역시 ‘편집자의 글’을 통해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날카로운 비판들을 다룰 것이며, 이를 조직 내외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을 천명하였다.

 

 

앞으로 <사회주의자 통신>은 당 추진위 건설을 위한 사노위 내부의 논쟁을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이며, 이와 관련하여 조직 내외를 가리지 않고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날카로운 비판들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토론되기를 기대한다.

- <사회주의자 통신> 편집자의 글 中

 

 

 결국 소책자 비평 글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 발간사와 편집자의 글에 대한 문제제기와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소책자 비평 글은 정확히 위에서 밝힌 편집 기조 하에 창간호에 실렸으며, 소책자 비평 글에 대한 문제제기의 대부분은 <사회주의자 통신>의 편집 기조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이번 중집 및 서울지역위 운영위원 일부의 비평 글에 대한 문제제기는 특정 기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사회주의자 통신>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인 것이다. 집행위 내에서조차 이러한 문제제기에 동조하는 입장이 존재했고, 이로 인해 <사회주의자 통신>이 잠정 중단되기까지 했다. 이러한 태도는 <사회주의자 통신> 발행이 중단되었다가 재개되면서 2호 기획을 제출되자마자 운영위에서 아예 발간 연기를 안건으로 상정하는 대목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창간호 기획 및 발간까지

 

 

 이 문제와 관련한 쟁점들을 살펴보기 위해서 구체적인 경과를 검토해보겠다. 우선 창간호 기획 및 발간 경과를 살펴보고, 이후 중집의 문제제기와 임시 운영위 소집에 있어서 제기된 문제가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

 

 

 3월 3일 창간호 기획이 제출되었으며, 일부 수정을 거쳐 3월 7일 정책선전국 계획과 함께 운영위에 보고되었다. 운영위 이후 임천용 동지가 소책자 비평 글 기고 의사를 밝혔으며, 발간 전까지 제출하면 게재할 수 있다고 했다. 창간호 발간 예정일은 3월 11일이었는데 강령쟁점 원고 및 집행위원 담당 글들의 미취합으로 발간 일정을 14일로 연기하였다.

 

 

 당시 비평 글에 대해서 편집자는 아직 전반적인 배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게재가 시의성이 있는가 하는 정도의 의문 - 이는 소책자에 대한 비평 글이라는 것 말고 내용상의 방향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당연한 의문이었다 - 을 가진 상태에서 2호에 게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쨌든 본격적인 편집을 앞둔 14일 완성된 비평 글이 다른 글들과 함께 제출되었다. 편집자는 제출된 비평 글이 애초의 기획에는 없었으나, 소책자 전반의 기조 및 방향에서 드러나는 강령적 쟁점에 대한 논쟁적 성격의 기고글이며 <사회주의자 통신>의 편집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으므로 창간호에 싣기로 하였다. 만약 또 다른 기고글이 있었다면 마찬가지 방식으로 게재했을 것이다.

 

 

실제 편집은 16일에야 마무리되었다. 창간호인지라 편집에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글 분량이 많다보니 교열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교열중인 서울 온라인 신문 <사회주의자 통신> 창간호 비평 기사를 접한 중집 성원의 비평 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편집자와 발행인은 중집의 문제제기가 편집권 및 비판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판단하였으며, 내용상의 논쟁은 얼마든지 다음 기사를 통해 다룰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기고글은 별도의 수정 없이 그대로 창간호에 실렸다.

 

 

 

 

비평 글에 대한 문제제기

 

 

 <사회주의자 통신> 창간호의 온라인 게시 직후 중집은 비평 글 문제를 두고 임시 중집회의 소집을 요청하였다. 바로 다음날 개최된 임시 중집-사무국 회의는 서울지역위회 인터넷 신문 글 중 조직의 공식 소책자 “사회주의 지금 여기에” 대한 전면 부정 외부화에 관하여 서울집행위와 운영위가 3/21 오후5시 중집-사무국회의 이전에 본건과 관계된 판단(내용, 절차, 조직운영 측면)을 표명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이 때까지 이후 소책자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직후 일부 운영위원들의 발의로 임시 운영위도 발의됐다.

 

 

 임시 중집-사무국 회의 결과는 속기록과 함께 제출되었는데 여기에서의 발언들이 다양한 수준에서 혼재되어있어 사회주의자 통신 창간호의 비평 글이 정확하게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다. 임시 운영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또한 속기록의 경우 속기의 특성상 맥락을 왜곡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이후 서술에서는 소집 요청과 각 회의 결과 등 공식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하였다.

 

 

 

 

비판의 자유인가? 조직사업의 부정인가?

 

 

 다음은 긴급 중집회의 소집 요청 글 가운데 일부이다.

 

 

요청사항은 긴급하게 중앙집행위원회 소집 요청입니다.

 

근거는 서울지역위원회 온라인신문 기사 중 소책자에 대한 비평 글 때문입니다.

정책위원회는 소책자 초안을 이미 중집-사무국회의자료 및 중집회의준비 방에 소책자가 나오기 훨씬 전에 초안을 올린바 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신문(공개용)에 올려진 글은 소책자 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비평 글입니다.

정책위원회는 소책자 원고와 관련해 사전에는 물론이거니와 사후적으로도 단 한차례도 문제제기를 받은 바 없습니다.

 

 비평 글을 기고한 동지는 임시 중집 회의 소집 요청글의 주장과 달리 소책자에 대해 - 뒤늦기는 했지만 - <사회주의자 통신> 창간호를 통해 분명히 ‘사후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전이냐 사후냐가 문제가 아니라 소책자 내용을 ‘전면 부정’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임시 운영위에서 안 상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퇴장한 운영위원을 제외한 6명의 운영위원이 성안한 안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첫째, 사노위는 현재 소책자를 전조직적으로 판매하며 대내외적 토론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조직의 주요한 사상을 담아 조직의 이름으로 발간된 소책자에 대해 '비평' 글처럼 규정한 것은 조직의 사업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역위원회에서 전체 조직의 사업 자체에 대해 부정함으로써 소책자를 통해 조직사업을 벌이고 있는 회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안은 중집보다 한참을 더 나아가 비평 글이 조직의 사업 자체를 부정했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비평’ 글처럼”이라니. 과연 비평 글의 무엇이 문제인가? 비평 자체가 문제는 아닐테고. 비평 글이 사업 자체를 부정했는가? 소책자의 내용을 부정했는가? 아니면 둘 다 같은 것이므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안을 발의했던 운영위원들이 지금이라도 이를 명확히 밝혀주면 좋겠다.

 

 

 

 어쨌든 조직내에 전술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때로는 강령의 문제까지 첨예한 쟁점이 되고 이 와중에 반대파의 입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사노위 8호에는 당장 리비아 혁명을 둘러싸고 혁명의 향방을 둘러싼 사활적인 문제에 대해 두 개의 다른 입장이 제출되고 있다. 각각의 입장은 다른 입장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 오히려 상호간의 적극적인 토론을 통해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정치적 통일성을 형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조직의 공식적’인 소책자로서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상실된다고 한 것과 연결시켜 볼 때, 조직의 ‘공식적’인 것에 대해 비판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물론 소책자가 비공식적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소책자 사업은 중앙위에서 사업으로 승인되었으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중앙위가 직접 심의하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조직의 주요한 기구로서, 그것도 ‘선출된’ 자들로 구성된 중집에서 검토되었다. 이로써 이미 공식성을 다툴 여지는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이견이 없다.

 

 

 하지만 공식적 문서에 대한 비판은 과연 허용될 수 없는가? 예를 들어 편집위원회 논의를 거쳐 제출된 신문기사에 대해 전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는가? 물론 누구나 비판할 수 있다고 답할 것이다. ‘조직의 공식적’ 문서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이 허용되어야 한다. 소책자 비평 글에 비추어보자. 우리는 현재 정치적 통일성의 부족으로 소책자 배포에조차 어려움을 끼친다. 그런데 이는 사노위든, 추진위든, 당이든 마찬가지다. 통일된 강령 하에서조차 모든 당원의 완벽한 정치사상적 통일은 불가능하다. 소책자 사업이 중앙위에서 결정되었고, 내용과 관련해서는 중집의 책임하에 발간되었다. 여기에는 얼마든지 내용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이에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설사 ‘조직의 공식적’ 입장으로 제출된 경우라고 하거나 혹은 심지어 전조직적 토론을 거쳐 다수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도 소수파는 소책자에 대해 ‘내용적으로’ 비판할 수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

 

 

 

 

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

 

 

 

물론 나는 행동의 통일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런데 행동의 통일을 위해 비판의 자유는 필수다. 민주집중제에서 민주와 집중이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민주집중제의 원리로서 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 역시 분리될 수 없다. 특히 중집 혹은 중앙위원회가 언제나 옳은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오류를 정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레닌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단일한 당에서는 당의 직접적 행동을 규정하는 전술이 하나이어야만 한다. 이러한 단일한 전술은 당원 다수자가 채택한 전술이어야 한다. 즉, 다수자가 완전히 명백하게 된 경우 소수자는 비판의 권리 및 다음 대회에서의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하는 선동의 권리를 확보하면서 그 정치적 행동에 있어서는 다수자에 복종해야만 한다.

- 1906, ‘의회와 사회민주당의 전술’ 中

 

 

 

 중집은 총회에서 ‘선출된 자’이다. 그래서 조직을 대표하는 기구이자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소책자 문제처럼 “중요한 문제” - 물론 사회주의자 통신에 비평 글이 실리면서부터 ‘중요한’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그 전에 광범위한 토론을 요청하지는 못했지만 - 에 대해 중집이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중집이 무오류의 결정체가 아니라면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전조직적 토론을 진행했어야 했다. 중앙의 판단이나 몇몇 동지들의 개별적읜 의견 개진이 아니라 조직의 모든 기구 및 회원들에게 토론을 제기하고 명확한 판단을 요청해야 했었다. 그리고 사후에라도 행동의 통일을 파괴하지 않는 경우에 지속적인 비판과 선동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중앙의 오류 가능성의 극복과 함께 행동의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소책자뿐만 아니라 조직의 모든 사업에 대한 비판이 해당 사업의 공식적인 위상을 침해하기라도 했는가? 그리고 소책자에 대한 비평이 어떠한 구체적인 행동의 통일을 파괴했는가? 만약에 중집이 사노위의 현상태에 대해 어떠한 비판의 자유를 인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치적 통일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래서 비판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비평 글에 대해 조직 사업 파괴 운운하는 것은 근거 없는 비난일 뿐이다.

 

 

사실 이는 당연한 결론인데, 소수파에게 구체적인 행동의 통일 - 예컨대 소책자를 1인당 몇 부씩 지지자에게 판매하는 것 - 이 아니라 사상의 통일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상의 통일을 강제한다는 것은 소책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으나 이를 절대 밝히지 말고 소책자 내용에 동의하는 척 가장하라고 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동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책자에 절대 비판하지 않겠다고 충성서약을 강요하는 것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예 생각을 멈추라고 하는 것과 같다.

 

 

 또한 구체적으로 비평 글이 행동의 통일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와 관련하여 중집의 다음과 같은 언급을 살펴보자.

 

 

이런 비평 글이 공개용으로 작성되었고 배포되는 상황에서 이후 조직 성원들은 사회주의 소책자 배포에 있어서도 심각한 어려움이 있음은 물론이고 조직의 공식적인 소책자로서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상실된다고 판단합니다.

 

 

 과연 여기서 구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지들이 누구일까? ‘조직의 공식적인’ 소책자 내용이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동지들이 어려움을 겪을 리 없다. 이 동지들은 소책자를 판매하면서 소책자의 내용을 충실히 설명하고 동의와 지지를 구할 것이며, 비평 글에 대해서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비평 글을 비판하고 소책자의 내용을 옹호하면서 소책자 판매 사업을 해나갈 것이다.

 

 사실 정작 어려움을 겪는 동지들은 비평 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가진 동지들이다. 이 동지들은 비평 글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조직의 ‘공식적인’ 소책자의 내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동지들은 자신이 소책자 내용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배포에 자신 없기 마련이며, 질문을 받을 경우에 답변하기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조직적 결정에 따르기 위해서, 즉 행동의 통일을 위해서는 소책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차후에라도 비판 내용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집이 아무리 비판의 자유를 옹호한다고 말하더라도, 중집이 말하는 비판의 자유는 극히 협소한 수준으로 제약되고 있으며, 행동의 통일을 위한 비판의 자유를 사고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행동의 통일을 옹호하는 논리에 불과하다. 특히 운영위원들회의 경우는 스스로도 소책자에 대해 ‘대내외적 토론을 진행 중’이라고 하면서도 비판적 견해를 밝힘으로써 행동의 통일을 기하려는 노력에 왜 제제를 가하려 드는지 의문이다.

 

 

 

 

‘인쇄물을 통한 공개적인 논쟁은 적을 기쁘게 할 뿐’인가?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집, 운영위는 앞서 지적한 사항 외에도 ‘외부화’의 문제를 추가로 제기하고 있다.

 

 

1. 서울지역위회 인터넷 신문 글 중 조직의 공식 소책자 “사회주의 지금 여기에” 대한 전면 부정 외부화에 관하여 서울집행위와 운영위는 3/21 오후5시 중집-사무국회의 이전에 본건과 관계된 판단(내용, 절차, 조직운영 측면)을 표명할 것을 요청한다.

 

 

 운영위도 마찬가지로 공개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둘째, 이 소책자는 이미 2월22일에 초안이 공개됐고, 조직 내 골간을 통한 내부적 문제제기가 가능했음에도 그 과정에 침묵하다가 소책자 배포 이후 대외적으로 배포하는 온라인신문에 글을 실은 것은 조직내부의 건강한 상호비판과 활발한 토론을 통해 조직의 발전을 이루는 것이 아니고, 사업을 파괴하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지역위원회 사업과 운영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 서울지역위원회 운영위원회는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조직 내 혼란을 부추긴 데 대해 조직 및 회원에게 사과한다. 그리고 현재 온라인에 게시돼 있는 사회주의자 통신의 '비평' 글은 즉각 삭제한다. 단, 조직 내부에서는 '비평' 글에 대한 토론을 지속해 나간다.

또한 서울지역위원회 운영위는 추후 이런 오류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골간단위를 통한 조직내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다.

 

 

 중집과 운영위는 외부화, 다르게 말하면 출판물(사회주의자 통신)을 통한 공개에 대해서도 문제제기 했다. 그런데 이는 비판의 자유의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소책자에 대한 사노위 8호에 실린 서평과 같이 긍정적인 평가를 외부화했다고 해서 문제삼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따라서 이 문제 역시 일반적인 공개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민주집중제의 원리적 측면, 즉 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우리는 모든 문제를 우리의 특정한 입장에 서서 심의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기관지를 통한 동지들의 논쟁을 거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러시아의 모든 사회민주주의자와 자각된 노동자 앞에서의 공개적인 논쟁은 현재 어떤 의견차이의 깊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계파간 투쟁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심의하기 위해......불가결하고 바람직하다...... 명백히 엇갈리고 있는 견해들간의 공개적인 논쟁의 부재, 극히 중대한 문제에 관한 의견의 차이를 감추려고 하는 경향을 우리는 현재 운동이 지닌 결함의 하나라고까지 생각한다.

 

 

 ‘이스크라’의 발간에서 앞서 발표된 편집국 성명이다. 조직내 논쟁을 내외로 갈라서 내부로 한정하지 말고, 계급투쟁의 전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계급 대중에게 공개하고 결국 대중 속에서 심판받으라고 하는 당연한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야크보바는 어떻게 답했는가?

 

 

인쇄물을 통한 공개적인 논쟁은 적을 기쁘게 할 뿐

 

 

 사실 우리가 조직 내의 문제들에 대해 출판물로 공개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계급 대중은 조직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두 알고 있다. 대중적입 집회에서, 공개적인 매체를 통해, 투쟁전술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또는 개인적 발언을 통해 개별 활동가가 어떻게 활동해왔고,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또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대중은 모두 알고 있다. 조직내 토론이라는 외피 뒤에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태도를 숨기고자 하는가? 이를 덮고 감춘다고 해서 도대체 어떠한 이점이 있는가?

 

 

 다시 한 번 상기시키지만 소책자는 운영위원들이 제대로 지적했듯이 대내외적으로 토론 중이다. 사노위가 현재 함께 하고 있는 소수의 친목단체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계급의 지도부로서 우뚝 서려면 어떤 입장이 올바른가에 대해 현재 사노위 내의 다수 경향에 손을 들어줄 것이 아니라, 계급 앞에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대중적으로 심판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를 외면하고 또 다시 오직 안으로, 안으로 향하는 태도는 당 건설의 길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종파주의의 구태를 반복하는 길이다.

 

 

 결국 중집과 임시 운영위에서 위 안을 발의한 운영위원들은 당연한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척 하지만, 실상은 공개적인 논쟁을 통한 굳건한 통일의 길을 외면하고, 소수파의 의견을 묵살함으로써 통일을 가장하는 것이다. 비판의 자유는 옹호하지만, 비평 글에 대해서는 허용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더더욱 그것이 공개되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레닌이 1900년 야크보바에 보내는 서한을 검토해보기를 바란다.

 

 

어쨌든 서한과 논쟁을 통해 오래전부터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문서를 통한 문제의 검토를 두려워하는 것은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회합에서 논쟁하거나 편지를 쓰거나 하는 것은 괜찮은데, 계파간 분쟁 문제를 인쇄물로 명확히 하는 것이 어째서 ‘우리의 적을 기쁘게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가장 해로운 사항’인 것인지. 나는 그 점을 이해할 수 없다.

 

 

 

 

정치적 혐의로 심판받아야 하는가?

 

 

 중집의 문제제기가 이 정도 수준에 그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문제제기가 조직운영 원리의 문제로 한정되었다면, 이에 대해 얼마든지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 그리고 이와 관련한 공개의 문제까지. 그런데 중집은 여기에서 한참을 더 나갔다.

 

 

특히 이후에도 이런 일이 계속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책위원회가 계속해서 소책자를 발간할 필요가 있는지도 근본적으로 의문입니다.

- [요청]긴급 중집회의를 요청합니다. 中

 

 

 임시 중집-사무국 회의에서는 소책자 사업의 일시 중단이 결정되었다. 중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애초의 임시 중집회의 소집 요구에서 ‘이런 일이 계속될 것’이므로 소책자 발간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갔고, 이것이 회의의 결과로 정식화 된 것이다. 여기서 비평 글을 작성한 동지가 매번 소책자 비평 글을 쓸 것 같지는 않은데, ‘이런 일’이 뜻하는 바는 과연 무엇인가? 만약 ‘이런 일’이 중집의 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조직의 사상적 통일과 행동의 통일을 바라는 모든 동지들의 임무이다. 사노위 11개 정치원칙에서도 당원이 당활동의 주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중집은 과연 이를 가로막고자 하는 것인가?

 

 여기에 어떠한 정치적 혐의도 부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회의의 결과로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속기록 상의 난잡한 문제제기로 정치적 혐의를 씌우는 것은 사회주의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속기록 문구 하나하나에 문제제기 하거나, 속기록 삭제를 요청하지는 않겠다. 부당한 혐의를 제기하고 정치공세를 펼친 데 대해서 회원들이 분명하게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조직의 조직운영 원리를 향하여

 

 

 사회주의자 통신의 편집자로서, 그리고 사노위 회원으로서 <사회주의자 통신>을 통해 적극적인 정치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태는 애초에 의도처럼 비판의 내용에 입각한 정치적 토론이 아니라 조직운영 원리에 대한 토론으로 전환된 것처럼 보인다. 글의 의도가 어떻든 판단은 결국 독자들의 몫이라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 역시도 우리가 건설할 당의 주요한 조직운영 원리의 기초를 잡아나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여전히 비평 글 문제에 대해서 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존재하지만, 다양한 수준에서 비평 글 문제에 대한 입장과 판단들이 적극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오는 19일 서울지역위원회의 임시 총회는 사노위가 어떠한 조직운영 원리를 승인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결절점이 될 것이다.

 행동의 통일이라는 측면에서 총회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겠지만, 이번 논란에 대한 어떠한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관료적으로 제재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사회주의 조직의 조직운영 원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활발한 논쟁과 토론을 통해서만 사회주의 조직운동의 기초를 옹호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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