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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또다른 이야기(외전) #2 - 재소자로서의 비애들.

최근 김지태 이장님이 병보석으로 나오셨다는 것에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여러분은 다 알고 있겠지요. 저로서도 수감하였던 이였고 12월 1일에 한번 면회를 해선지 기쁘지 그지없습니다.

 

물론 법정에서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라서 또 다시 실형이 나와 구속을 당할 수 있다는 것에 조심스럽지만, 제 입장으로는 소위 재력이나 인맥 많은 변호사를 선임('산다'는 표현도 쓰지요)하지 않으면서 보석신청을 받아 준다는 것은 결정권자가 당 사건의 판사이기에 어떻게 보면 최소한 집행유예로 바꿀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보석을 뭐 쉽게 받을 수 있지 않겠냐고 묻겠지만, 제가 미결에 있을 때 사동에 들어서니 고혈압, 당뇨, 장애 등등 소위 병사에 들어갈 수 없는 이들을 질병별로 나눠서 관리하는 사동에 있었는데 물론 실상을 알지 못한 상황이라고 단지 소문이지만 '병보석'을 쉽사리 받아주지 않는 듯 합니다.

 

심지어 불치병이라고 부르는 '암'을 걸려야 옥문을 나설 수 있다는 소문이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사실 어느 질병이 걸렸다는 것이 각 개인에게는 중대한 고역이거든요. 더욱이 행형시설에서 '의료권'이 재대로 보장해 주지 않는 현실에서는 각자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철칙처럼 지킬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제가 구치소에서 기결방에 있을 때, 그 방의 봉사원이 저에게 의무과에서 나온 감기약을 먹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 때 제가 잔병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뭐 예방차원에서 먹으라고 봉사원이 말해서 마지못해 먹은 기억이 있었지요.

 

그럼에도 제가 구속 전까지 이따금 감기나 몸살이 걸렸지만 의약품 자체가 또 다른 독극물이다는 걸 알고 있고 인체의 자생력을 믿기에 최대한 버티며 내전(?)이 끝내길 빌다가 정작 못 견디겠다면 해열진통제나 비타민 C 한두알 정도 먹었는데, 이 사회에선 무슨 뭔가 아프다고 하면(특히 머리나 허리 아프다고 하면) 바로 메모지에 적으며 약 달라고 난리를 치더라고요.

 

심지어 무슨 봉변을 당할 수 있다면서 아무 병도 없는데 '타**놀'이나 '게*린' 등의 약 달라고 할 정도이었으니까요. 그렇더라도 이 시설에서 의약품 사정이 좋으냐리고 묻으시겠지만 그건 아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품목이 한정되다 보니 지금 한겨울에 발에 동상이 걸리는데 아니 '안***민'을 주지 않나?(관련 회사 홈피에 보니 효능란에 없더군요) 또한 외부 타박상 정도는 이해하지만 허리가 차도 없이 아픈데 계속 '신**스'를 주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리고 앞서 동상의 경우 가장 빠른 치료법이 따뜻한 곳에서 있는 것인데, 이런 건 소문이지만 '여호와의 증인'이 바닥에 전기온돌이 깔려있는 병사에 들어가서 동상 좀 나오게 해달라고 의무과에 요청하더니 당연히 기다려달라고 답했겠지요.

 

그리더니 그 증인이 의무과 직원에게 '욕'-주변의 귓가엔 그런 표현이 나오겠지만 저로선 그 들의 철저한 계율 엄수를 하고 있기에 '막말'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이 나왔다는 것이에요.

 

하여튼 그 이상의 사례가 있을 것 같지만 저로선 기억이 가물 하네요. 그래서 당국에게 묻건대 예전에 모 구치소에서 치료 소홀으로 사망하게 한 사건을 기억한다면, 관리나 비용 문제로 골치가 아프더라고 재대로 치료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리고 앞서 '보석' 예기를 하였는데 그러면 '보석'으로 출소한 분이 아닌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이로선 어떠한지 간단히 말해볼께요.

 

일단 다른 상황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서라도 한 자리에 있는 이상 제 기준에 별로 이지만 '가족' 같이 지낼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어느 누가 실형 특히 중형을 받으면 주변에선 안타까움이 들고, 보석이나 집행유예·벌금으로 나오게 되면 같은 방 사람들은 대체로 환호를 하게 되지요.

 

물론 환호한다는 것이 단순한 인정에 가까울 수 있지만, 그 간사스러움이 꼼지락거리듯이 좁디좁은 방에서 한자리가 비워져 편히 누울 수 있다는 것이나 그 동안 그 분이 소지하던 물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또 다른 환호의 원인이 있다는 것이지요. 다만, 그러한 사회도 자본주의 사회이다 보니 면회를 오는 이가 많아 영치금이 가득 찬 분들의 경우 때론 안타까움까지 들기도 하지요.

 

그래서 미결 때 과거 조폭이였다는 근육질 체격의 어느 분이 보석으로 출소할 때, 참 양심에 따라야 한다면서 자리 편하게 잘 수가 있다면서 영치금을 쓸 수 없어 면도기가 필요하던 저에게 단비가 내렸다는 후문이... 흐흐흐...

 

그럼에도 가장 안타까운 건 집행유예나 만기출소를 하는데 이 벌금 때문에 제 시간에 나가지 못하고 가족 등에서 벌금 내기를 기다리는 벌금방에 가는 것이나 제 시간에 나서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이지요.

 

사실 '벌금'이라는 것이 그 숫자에 따라 중압감의 차이가 나지만 문제는 수감중인 경우 이 '벌금'이 있다는 까닭으로 가석방에 나갈 기회가 박탈당하는 건 물론이고 만기가 지나도 그 금액에서 하루 5만원씩 깍으며 노역(실제로는 방안에 콕 박히는 경우가 많죠)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지 아시는지.

 

더욱이 그러한 방에 가서 지냈는데 문제는 구성원 대다수가 빈민이 다수이라서 입소시 소측에서 준 수건(흰색 작은 정사각형)이나 칫솔(모텔에서 판매하는 싸구려)등의 얼마 없는 생필품으로 살아야 해서 그나마 인간된 삶이 지낸다는 보통 징역살이보다는 비참하지요. 아 말도 못한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나중에 말하겠지만 어떠한 까닭으로 사동 전체가 이동하게 되었는데 하필 노역방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도배하지 않고 바닥도 더러워서 - 무슨 공사를 해서 바닥에 스크레치가 나고 그 귀한(?) 모래 알갱이가 보여서 - 청소를 하느냐고 좀 고생 많았지요.

 

그래서 최근 평택 건으로 벌금과 기소를 당한 용석씨의 경우를 보니 그 안쓰러움이 가시지 않네요. 지금 제가 사는 곳 근처 구치소에 꼭대기(8층)에 있는 걸로 아는데, 최근 편지를 보니 그 소문이 무성함에도 아직도 전기판낼을 깔지 안 되는 듯 해서 방안에만 있어도 걱정 또 걱정이 드네요.

 

또한 저와 같은 방에 있는지 병역법 89조제2에 의해 대체복무(공익근무요원이 대표이지요)를 하다 '정당한 사유'(저의 범법사실과는 인연이 많아 짜증이 밀려나오는...) 없이 통산 8일 이상을 복무를 이탈 - 다른 표현이 아니라 학생의 경우 무단결석이고 노동자에게는 무단결근이지요 - 하거나 해당분야에 복무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데 실제로는 일단 처음인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하지요.

 

그럼에도 문제는 집행유예로 나와도 복무하다 또 다른 이유로 결근해서 8일이 지나면 또 다시 경찰의 부름을 받고, - 싫으면 바로 수배 떨어지고 - 구금한 후 변호사를 사서 또 다시 집행유예로 나오지 않는 한(병역법의 경우 대부분 자유형으로 선고할 수 없다고 하네요) 실형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한번에 징역(금고) 1년 6월 이상의 형량이 선고하지 않는 한 집행유예에서 나온 형량과 본형량이 아무리 1년 6월 이상이어도 각각 그 이하이면 총 형량을 다 살아도 또 다시 남은 기간동안 복무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 전 처음엔 무조건 18개월 이상이면 제2국민역으로 빠진다고 알았는데 좀 뒤져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

 

더욱이 그 남은 기간이면 차라리 낫지요. 왜냐하면 그 남은 기간에다가 이탈한 일수×5를 더한 날짜를 더 복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집에서 편히 있으면서 공익으로 복무한다는 것이 아무리 편할지 몰라도 한 번 잘못 삐끗해보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늪으로 빠지는 꼴이다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3번의 복무이탈로 징역살이 살 것 다 살았는데 또다시 결근해서 구속을 당했는데 이 사슬을 끊고 싶다고 1년 6월을 부려야 하는 이 비극을 모 인터넷뉴스에 본 적이 있었지요. 물론 이러한 사실이 저와는 상관이 없는 듯 하지만 동지애라고나 할까요?

 

더구더나 저와 같은 방에 있었던 어느 여호와의 증인의 경우, 앞서 구속당한 형이 지금 같은 곳에서 의무과 보조로 출역을 하고 있는데 저 병역거부자들이 구속을 당하는 사유를 누구보다 아는 구치소에서 형제이면서 사유가 동일하다는 것으로 그 형제를 공범으로 정해서 서로의 수번표에 공범마크를 빨간 색으로 쓰는 걸 보았어요.

 

사실 같은 사건으로 구속당한 사람들에게 소위 말 맞추지 못하도록 '공범'이라는 낙인을 찍혀서 같은 방이나 사동에 못 있게 하는 건 물론이고 면회를 할 때 서로 마주 보지 못하도록 시점을 서로 못 보도록 조정을 하는 걸 알고 있어서 저로선 안쓰러움이 들었지요.

 

그래서 저보다 먼저 기결수방으로 갈 때에는 혹시 이감갈 수 있는 것 같았는데 이후 제가 출소한 후 우연히 병역거부자 목록을 담은 파일이 있어 찾아보더니 다행히 그 자리에 있었군요. 물론 지금쯤 이미 가석방으로 출소하여서 열심히 하고 있겠고요.

 

그러면 여러 이야기를 쓰였는데 난잡하게 서술해서 어떠한지 모르겠네요. 지금 전 하필이면 감기 걸려서 정신이 없는데도 말인데 그 누가 지나가도 기록은 계속 이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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