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9.5) 또 다른 이야기 #3 - '진보정치'에 실린 이정훈 씨 편지에 대한 주석.

어제부터 선거운동이 시작한다고 하면서 ‘회고록’을 쓰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지요. 그런데 소위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당한 이정훈 당원의 편지를 보면서 제가 그 글 중에 감목에 관련한 내용에서 뭔가 덧붙어야 할 필요가 있어서 당사자에게 죄송하지만 뭔가 말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제가 한 소리를 하겠습니다.

 

<원문> 서울 구치소에서 - [진보의 창] 이정훈 서울 마포구위원회 당원

 

그 중 감옥과 관련한 글귀는 밑에 있습니다.


---


보내주신 글 중에 제게는 다소 웃음이 나오는 감옥 관련 질문들도 있습니다. 물론 당원들이 감옥 경험(?)이 없으니 당연한 상상일지 모르겠습니다. 가령 영화에서 보니 밥은 식당에서 같이 먹던데 어떠냐? 설거지, 빨래는 어디서 하냐? 운동장은 크냐? 신문, TV를 정말로 볼 수 있냐? 콩밥이냐? 등입니다.


대답은 운동을 제외하고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1.4평 독방에서 해결합니다. 밥은 콩밥이 아니라 (보리+쌀) 밥이고, 25×25cm 정도의 벽에 네모난 ‘식구통’ 구멍으로 밥이 들어옵니다. 신문은 다 볼 수 있고 TV는 뉴스와 드라마 몇 편을 보여줍니다. 밖에서도 못 보던 주몽, 연인, 연개소문, 일요일의 남자 송해씨가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 등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수세식 변기 옆에 작은 수도꼭지가 있어 변기 옆에서 설거지, 빨래, 세면 모두 합니다. 좀 비위생적일 것 같지만 본인하기 나름입니다. 원래 변기가 더러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러운 것이니까요. 얼마 전 한겨레신문에 가족을 위해 남자도 ‘앉는 자세로 소변을 보라’는 기사가 생각나서, 주변을 위생적으로 쓰려고 실시해 봤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영 기분이 그렇습니다.


---

 

첫 번째는 ‘영화에서 보니 밥은 식당에서 같이 먹던데 어떠냐?’라는 질문인데 이정훈 씨의 경우에는 미결수 즉 형 집행을 하지 않는 재소자이어서 아니면서 방 안에서 밖에서 준 급식으로 먹는다는 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결수(형 집행중인 재소자) 특히 공장이나 각종 작업장에 일하는 경우에는 평일 점심에는 식당은 아닌 작업장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합니다. 그런데 그 곳의 경우 ‘조폭’에게서 권력의 정점을 두기 때문에 그 가부장적인 시스템처럼 조폭들(나이순으로) 식사를 할 때에 다른 재소자도 같이 먹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에는 소년원에서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듣었고, 여주교도소의 경우에는 사동 한쪽에 식사하는 공간이 있어서 그 곳에서 먹고 설거지를 하기도 합니다.


그 다음은 ‘설거지, 빨래는 어디서 하냐?’라는 질문인데 이 당원의 답처럼 방에 붙어있는 화장실에서 한다고 말을 한 것처럼 독거실의 경우에는 오직 화장실에서 초록색 수세미(아시겠죠?)에 액체 세제(수원구치소에선 고체 세제를 쓰고 다른 곳에선 아예 판매를 하지 않아서 비누로 대용하기도 합니다)를 묻히며 에나멜수지 식기에 밥풀에 묻지 않게 또는 플라스틱 숟가락/젓가락 및 탕반기에 묻어있는 빨간 기름때를 없애며 설거지를 합니다.


그리고 빨래의 경우 화장실 바닥에 물기 먹인 빨랫감을 빨래비누로 묻히며 신나게 서로의 옷감을 마찰시키며 빤 뒤 물기를 손으로 짜거나 아니면 사동청소에게 각 사동에 있는 탈수기를 써서 짜내라고 요청합니다. 물론 돈이 있는 경우에는 거품이 잘 내라고 그 비싼 샴푸로 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불 같이 큰 빨랫감인 경우 구치소나 교도소와 협정 맺은 외부 세탁업체를 통해 빨아 주기도 합니다. 물론 영치금으로 몇 천원 지불해야 하지요.


더불어 뒤늦지만 싱크대가 있는 곳이 있어서 약간 적응기간이 필요하지만 식사 후 청소를 할 때 걸레 빨 때 설거지 담당 눈치 없이 화장실을 쓸 수 있게 되어 빠르게 마무리를 할 수가 있게 되었지요.


앞서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하는 것 보고 더럽다고 할 지 모르지만 이 징역살이에서는 이 철저한 위생관념이 자리 잡고 있어서 외부 환경 상 좀 더럽지 않을까란 의문이 들어도 오히려 깔끔하게 삽니다.


그 다음 질문이 ‘운동장은 크냐?’라는 것인데 제가 듣기로는 서울구치소의 경우 역시 많은 인원을 넣다보니 작다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그 좁은 공간에서는 주위를 맴돌며 걷거나 양말을 여러 번 싸서 만든 ‘공’을 차며 잘 놉니다.


또한 기결수가 되면 ‘대운동장’에서 30분 동안 머물며 주어서 소측에서 준비한 공이나 운동기구를 이용하며 땀을 흘리기도 하지요.


그 다음에는 ‘신문, TV를 정말로 볼 수 있냐?’이란 질문인데 신문의 경우 중앙지는 기본이고 소속지역의 신문까지 구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역시 인터넷 신문은 구독할 수는 없는 건 물론이고 저의 경우처럼 영치금이 없거나 사용을 할 수 없는 경우 구독신청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로선 문제 많은 ‘한겨레’도 볼 수가 없었고 주변에서 구독한 ‘조중동’이나 스포츠신문으로 밖에서의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금액은 밖에서와 동일하며 두 개까지 가능하면서 한 달 간격으로 전 달 끝 무렵에 신청할 수 있는데, 어떤 시설에는 15일 간격도 할 수 있기도 하네요.


또한 TV의 경우 몇 개 프로그램(대표적으로 ‘전국노래자랑’)에는 생방송(여기선 소측에서 녹화하지 않고 바로 동시에 상영하는 방송)을 해주지만 시간 여건상이나 검열을 위해 디지털 녹화로 하거나 VHS으로 녹화방송을 주로 하는데 대부분 한 주전 걸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방송사 측에서 방영하지 않거나 녹화물이 잘못된 경우 대체 방영물도 준비하여서 만발의 준비를 하지요.


더불어 아침 및 점심 식사시간(1시간)에는 생방송으로 라디오를 들려주고(서울구치소의 경우 아침에 뉴스를 틀어주기도 하면서 이것저것 보여 준다고 알고 있습니다.), 매주 한두 번은 최신 영화를 틀어줍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 뉴스나 다큐이외에는 절대 TV를 보지 않았는데, 거기서 웃찾사를 보며 개그맨이 하는 말 따라하며 보았지요.


그리고 ‘(밥이 진짜) 콩밥이냐?’이나고 물어 보는데 저 역사상 징역살이에서 콩밥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물론 위에서 쓴 것처럼 쌀 8 : 보리 2 의 보리밥인데 콩은 이따금 주는 ‘콩자반(콩조림)’이외에는 먹은 적이 없어서 출소할 때 콩밥을 먹을 때 좋았지요.


또한 콩에서 나온 ‘두부’는 자주 반찬으로 나와서 많이 먹었는데, 출소할 때 두부 준다고 하는데 정확히 따끈할 때 가로세로 자른 두부판 중에 가운데 걸로 주어야 한다고 듣었습니다.


왜냐하면 가운데 두부를 꺼내다가 식어서 다시 그 자리에 넣으면 안 맞듯이, 다신 감옥가지 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최근 점심에 반찬 및 국이 2개에서 3개로 늘어나서 예전보다 먹을 맛이 난다는 듯 하다는 반응이 들 것 보이는데 정작 급식을 만드는 취사장에 일하는 재소자의 경우 더 힘들어 졌다고 하네요.


그래도 서울구치소의 경우 국이 뻐다귀국이나 순대국까지 나온다고 해서 ‘국물 왕창 건더기 조금’이란 성격상 그게 그것이지만 콩나물국 몇 번이나 나오는 수원구치소보다는 낫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다만, 쇠고기무국이나 쇠고기미역국이 나올 때 쇠고기 조각을 건지려고 잘 퍼내려는 때가 좋았긴 하였지요. 그런데 소문이지만 사동청소가 각 사동에 배식한 뒤 남은 걸로 식사를 하는데 이 쇠고기 조각이 나온 경우 그 걸 싹 모아서 간장에 재워 장조림으로 먹기도 한다나...


끝으로 ‘식구통’이란 통로에 대한 재미나지만 웃을 수 없는 사실을 전하자면 이 징역살이에서 ‘발’에 대하선 무좀이나 냄새가 난다고 유난히 터부시하는 경향이 강해서 ‘식구통’에 발을 갖다 대면 주변에서 이러한 까닭으로 지적당합니다.


그럼에도 예전 모 프로그램에서 감옥관련 내용이 방영할 때 ‘식구통’으로 배식하는 걸 보면서 왠지 ‘돼지우리’에 사료 주는 것처럼 비인간적으로 비친다는 말을 듣은 적이 있어서 참 어떻게 답을 할 수가 있는지 난감하기도 하였는데 ‘변기가 더러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러운 것이니까요.’이라는 이 당원의 글귀가 이에 답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정훈 당원과 수감중인 12인의 병역거부자를 비롯한 모든 양심수의 무죄석방을 바랍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