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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미리 가본 내년 총선과 대선 風景

  • 분류
    정치
  • 등록일
    2011/08/07 18:14
  • 수정일
    2011/08/07 18:14
  • 글쓴이
    코나투스
  • 응답 RSS

한나라당 박근혜와 야권연대를 대비하고, 총선에 눈 길 한 번 주지않는 박근햬 태도,  민주당 속내를 분석한 한 부르주아지의 시선.   

조선일보 2011.08.05

강천석 칼럼

수도권 40대 화이트칼라가 선거 승부 가른다
박 前대표는 얼마나 부드럽게 다가서고
야권 어떻게 本選에 강한 후보 골라낼까

대한민국 인구는 5000만명이다. 그 가운데 꼭 절반이 서울(1026만) 경기(1153만) 인천(272만) 등 수도권에 몰려 산다. 총 유권자 3884만명(2010년 6·2 지방선거 기준)의 49%인 1902만명도 수도권에 집결해 있다. 선거는 머리 숫자가 결정한다. 내년 4월 11일의 국회의원선거, 내년 12월 19일의 대통령선거 모두 수도권 판세에 따라 결판이 난다. 한국 정치의 지리적 양축(兩軸)으로 불리던 영·호남 시대가 저문 것이다. 영남(유권자 941만·24%) 호남(401만·10%)의 선거 결정력은 수도권과 비할 바가 못 된다. 영·호남에 충청(388만·10%)을 더해도 마찬가지다.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48.7%, 정동영 후보가 26.1%, 이회창 후보가 15.1%를 득표했다. 세 후보의 최종 득표율과 가장 비슷한 표의 분포를 보인 직업 집단은 화이트칼라 집단이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에게 46%, 정동영 후보에게 27.8%, 이회창 후보에게 10.8%의 표를 주었다. 각 후보의 최종 득표 분포와 1~2% 차이밖에 없는 사실상의 '유권자 대표'였던 셈이다. 연령으로 보면 40대가 세 후보에게 표를 각각 51.9%·29.2%·12.2%로 나눴다. 40대는 위·아래 세대인 30대나 50대보다 최종 득표율과 훨씬 근접한 투표 분포를 보였다. 이명박 후보를 사상 최대 표차로 당선시킨 힘은 총 유권자의 과반수가 몰려있는 수도권 지역에서 나왔다. 서울은 세 후보에게 각각 57%·23%·6.4%의 표를 주었고 인천·경기 지역은 57.1%·19.4%·13.5%로 표가 갈렸다. 내년 총선과 다음 대통령 선거 결과도 수도권 40대 화이트칼라 손바닥에 담겨 있다.

한나라당은 총선을 8개월이나 앞두고 벌써 죽어가는 소리를 내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비명은 더 절박하다. 여론조사로 보면 엄살만은 아니다. 7월 조사에서 다음 총선 때 한나라당을 찍겠다는 사람이 36.1%, 야권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이 29.3%, 무응답이 34.5%였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35%·민주당 21.9%·무응답 35.2%였다.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은 지역구 전체 의석 245곳 중 111곳을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크게 무너질지 모른다. 부산(18석)·경남(17석)이 옛날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대구(12석) 경북(15석)을 석권하고 충청(24석)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해도 한나라당의 원내 과반수는 벅찬 목표다. 심상치 않은 소식은 이걸로 그치지 않는다.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가운데 누구를 찍겠냐고 묻자 야권 단일후보 42.2%·한나라당 후보 40.8%·무응답 17%로 나왔다. 한나라당이 지난 몇 달 사이 건진 소득은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설문에 대한 대답 하나뿐이다. 응답자들은 박근혜 후보 지지 54.5%·야권 단일후보 지지 37.1%로 갈렸고 무응답이 8.4%였다. 그러나 '선거의 여왕'은 아직 총선 쪽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수도권 40대 화이트칼라 유권자의 상당수는 요즘도 10~30%대를 오르내리는 무응답층(層)의 그늘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그들은 1990년대 후반 직장 초년병 무렵 외환위기를 겪으며 기(氣)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줄곧 힘든 세월을 건너왔다. 쉰이 저만치 바라다보이는 한창 나이에 올라오는 후배에게 치이며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만큼 긴 장수(長壽)시대로 무(無)대책으로 떠밀려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박복(薄福)한 세대의 불안을 껴안고 어떤 처방전으로 다독여 줄 수 있을까. '박근혜표(標) 이미지'의 응집력과 강점이 혹시 이들에게 다가서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되는 일은 없을까.

야권의 속사정 역시 간단치 않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은 누구의 성향을 닮은 인물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이 '이명박 성향 22.6%·노무현 성향 22.9%·박근혜 성향 19.1%·김대중 성향 11.8%'로 나왔다. 야권 통합이나 후보 단일화 논의에서 두 전(前) 대통령이란 부재주주(不在株主)의 지분(持分)이 최대 30%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가 대선 승부를 가를 수도권 40대 화이트칼라 쪽으로 깊이 파고들 표의 확장력(擴張力)이 큰 후보를 골라낼 수 있을까. 당내 예선에선 쇠뿔도 뽑으면서 본선에선 맥없이 무너지는 후보를 낙점(落點)하는 순간 대선은 그걸로 끝이다. 우리 국민은 어느 선거에서도 낙관파에게 반드시 근심 한 가지는 안기고 비관파에게도 꼭 기댈 언덕 하나만은 남겨주는 심술과 배려를 빼놓는 법이 없다. 참으로 정치적인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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