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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련 국가보안법 1심 법정 최후 진술문 (2010.12.3)

사회주의노동자연합 국가보안법

1심 법정 최후 진술문

 

자본주의는 쇠퇴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는 단지 좋은 이상이 아니라,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한

프롤레타리아의 현실적 필요성입니다.

 

 

2010.12.3

남궁 원

 

 

1. 저는 얼마 전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앞에서“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외치며”, 찬이슬을 맞으면서 200여명이 거리 노숙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울산에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20대~30대 초반이며, 40대 초반~50대 후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40대~50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과 대화를 하고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40대~50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똑같은 라인에서 차를 만드는 일을 10년 넘게 해온 분들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정규직과 임금차별(50%)을 받는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10년이 넘게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보통 14시간 일하며, 2시간 마다 교체를 하는데, 교체해줄 사람이 없으면, 화장실도 못 간다고 합니다.
그 여성 노동자들이 한 말을 옮겨보겠습니다.
“거리에서 장사하는 상인들도 우리 싸움에 힘내라고 한다”
“집에서도 우리 싸움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 애들 비정규직 만들 수 없다.”
“오늘 연대 세력이 많이 오니까, 힘이 난다. 연대 세력이 많이 와주면 좋겠다.”라고
저의 두 손을 꼭 잡으면서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가족대책위 피켓 문구를 봤습니다.
“우리 아빠 때리지 마세요!”
“비정규직 노동자는 당신의 아들, 딸, 동생입니다!”
 
오늘 이 땅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염원은 “비정규직 철폐”입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철폐는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구호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자본과 적대적으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글로벌 기업인 현대자본에 맞서, 며칠째 공장점거 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싸움이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는 바로 연대 파업의 확산입니다. 그리고 전국적인 파업입니다.
공장점거 파업에서 지역연대파업의 확산, 이어지는 전국적인 파업. 저는 바로 이것이 노 ‘노동자평의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노동자들 스스로가 자신이 염원하는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은 스스로 계급의식을 체득하고 있으며, 스스로 자본과 적대적으로 투쟁하면서 노동자의 권력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얼마 전 개최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심 곳곳 대형빌딩에는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본가 전문 홍보가 조차도 ‘위기’를 고백하고 있습니다. 위기. 대체 이 위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1970년대 이후 세계자본주의를 지배한 신자유주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2007-2008년 세계자본주의 심장인 미국을 강타한 금융위기는 아이슬란드 국가부도를 거쳐, 러시아, 남부 유럽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헝가리 등에서 국가 재정위기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오늘날 지구적 규모에서 벌어지는 자본주의 금융위기, 국가 재정 위기는 바로 신자유주의 산물입니다.
이런 점에서 자유방임형 경쟁자본주의에서, 국가 주도적 케인즈주의로, 다시 시장 만능을 추구했던 신자유주의 파산은, 자본주의가 역사적 쇠퇴 경향에 서 있음을 보여줍니다.
 
3. 신자유주의 종주국인 미국을 보겠습니다.
 
2007년 서브프라임 경제위기 이후, 미국 저소득자에게 떠오른 새로운 부채수단이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금융, 학자금 융자입니다. 새로운 부채수단들은 지방은행과 직결돼있습니다. 이것이 부실화되면서 급증하는 것이 바로 지방은행 파산입니다. 2009년 한 해 동안 미국 지방은행 파산은 총 120개입니다. 181개 금융사가 파산한 지난 1992년 이후 최악의 수치입니다. 더구나 오바마 정부가 구제 금융에 쏟아 부은 재정적자가 1.4조 달러입니다. 1945년 이후 미국 역사상 최고 재정적자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오바마 등장 이후 34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미국경제는 70%가 소비구조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노동계급의 궁핍화와 고용위기(대량실업)는 소비 위축과 장기 경제침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해마다 1조 달러 이상씩 엄청난 재정적자가 불어나고 있고, 무역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파산한 금융기관 구제금융을 위해, 수 조원의 돈을 풀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를 윤전기로 마구 찍어냈습니다. 달러는 전 세계를 휘저으면서, 신흥공업국 등을 중심으로 흘러들어 투기자본으로 전환했습니다.
미국 오바마는 2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무역수지개선을 위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저임금 노동자의 착취를 통해 저가의 상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세계 공장입니다. 중국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인 20~40%를 받아들인다면, 중국 제조업은 수출에 타격을 받고 기업이 도산하게 됩니다. 최근 중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공장점거 투쟁을 겪은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 절상 요구를 쉽게 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은 세계시장 쟁탈을 위한 수출 경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지속적 확장을 통한 이윤확보에 혈안이 돼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전 지구화된 상태에서, 새로운 식민지(?)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다면, 자본주의 자체는 과잉생산의 영원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은, 자본주의가 자신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4. 한편, 우리는 자본주의가 위기에 직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취한 긴축재정과 노동법 개악, 정리해고, 임금삭감, 복지축소, 물가폭등에 맞선 전 세계 노동계급 투쟁을 볼 수 있습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아프리카 대륙에서 물가폭등에 항의하는 카메룬 폭동 소요, 볼리비아 대중 투쟁, 이집트 총파업, 유럽에서는 그리스 공공부문 노동자 파업투쟁, 루마니아 공무원 총파업, 스페인 공공부문 총파업이 벌어졌습니다. 덴마크, 독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프랑스 노동자들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총파업 투쟁, 노동자 감축에 항의하는 영국 지하철 노조의 24시간 총파업이 있었습니다. 아시아권은 한국 쌍용 자동차 77일간 공장점거 파업, 방글라데시 섬유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비공인 파업 투쟁 3,000건이 발생했으며, 중국 공산당과 국가화된 노조에 맞선 중국 노동계급의 삵쾡이 파업 투쟁이 전개된 바 있습니다.
 
5. 그러나 여기서 상투적인 문구는 피하겠습니다. 프롤레타리아트가 더 이상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비참한 조건 아래서 살 수 없기 때문에 혁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착취와 소외는 노예제, 봉건제, 19세기 자본주의에서도 이미 존재했습니다. 봉건제 사회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시점에, 우리는 혁명계급-부르주아지의 출현을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충돌 속에서, 혁명이 중요한 이유는 혁명계급-프롤레타리아트가 그 계급적 의무를 수행하지 않거나,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실현하지 못하면 계급의 공멸이라는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파시즘의 대두,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 근본적 회의를 던진 세계경제대공황, 5천만 명의 인명이 학살된 제2차 세계대전은 분명 파국의 시대였습니다. 세계대공황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경제적 군사적 투쟁인 2차 세계대전을 낳았고, 그 결과로 대공황은 해소되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최대 희생자는 노동자였습니다!
자본주의 경제 붕괴는 대중이 ‘지적으로’ 공산주의(communism)를 알기 전에 객관적으로 혁명의 ‘필요성’을 낳습니다. 프롤레타리아트에게 자본주의 경제 붕괴는 혁명을 향한 가장 큰 동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은, 20세기 전반부 세계대공황 (1929~1933) 같은 대재앙이 재현될 가능성을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 20세기 초반 혁명가들이 그래했듯이, 지금 사회주의, 공산주의자에게는“하늘 아래 엄청난 무질서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황은 훌륭합니다.”
 
6. 따라서 저는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시대야말로, 이른바‘현실사회주의 몰락’ 이후 낡은 고집으로 여기던 혁명의 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혁명의 문제설정은, 자본주의 위기를 단순히 경기순환상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자본주의 체계 자체의 역사적 쇠퇴 경향과 혁명적 프롤레타리아의 투쟁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노동계급이 역사적 관점을 상실하고 하나의 공장, 하나의 지역에 갇혀 있으면 패배한다는 역사를 공산주의자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전쟁, 빈곤, 생태계 파괴 극복을 위해서는 공산주의 사회가 절대적인 필요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90여 년 전 로자 룩셈부르크가 갈파했던 것처럼, “사회주의는 지구전체 차원에서 생산력의 발전을 통한 노동하는 인류 자신의 삶의 욕구의 충족을 지향한다. 따라서 사회주의는 본질적으로 보편적이고 조화로운 세계차원의 경제 형태이다.”
 
인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입니다. 저는 노동자 혁명 운동이 다시금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혁명을 꿈꾸고 시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건강한 자본주의를 위한 투쟁이 아닌, 이제 공산주의를 위한 투쟁에 이제 나서야 합니다.
 
자본주의 쇠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 한국에서 다시 국가보안법이 날뛰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를 탄압하는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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