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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을 뒤로 하고....

 

이번 가을 들어서면서 10월초 민들레공동체와 실상사 탐방을 시작으로 몇 번의 나들이와, 지난 주말 진안 귀농인의 날 행사에 참여하면서 올해 가을은 지나가게 된다.


십 여 년 전부터 귀농학교(운동) 이야기는 듣고 있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고 하지만 참여하지는 못했다.  2년 전 (불교)귀농학교를 거쳐, 올해 봄 도시농부학교에 참여하고 사능에서 텃밭에서 두레농사를 함께 하고, 10월에 풍물모임 ‘따랑’에 함께하게 되면서 이번 귀농인의 날에 다녀오게 되었다. 귀농인의 날이라고 하는데, 비 귀농인으로 참가하면서 조심해야 할 일은 없을까? 하는 마음도 약간은 있었다.


진안은 처음 가보는 곳이라 우선 마이산에도 호기심이 있었다. 저녁 행사에서 말씀을 해 주신 꼬방동네의 공 목사님을 비롯하여 여러분들이 귀농해서 터전을 이루고 있다고 듣고 있었다. 진안군에서도 귀농을 여러 형태로 지원하는 사업들을 하고 있다고 하고, 올해 여름에는 진안군 마을축제도 열었다고 하는 곳이니 더욱 기대가 된다.


가기 전부터 어린 시절 소풍가는 것 같이 설레다가 진안행 버스에 타고 가는데, 해가 있는데 눈도 뿌리고 바람도 부는 얄궂은 날씨였다. 행사장에 도착해 보니 농산물 판매대도 꾸리고, 이것저것 준비하는 손길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등록을 하면서 이번행사에 사용할 수 있는 5,000원권 지역화폐를 나누어 주었다. 화폐를 받아 보니, 지역(대안)화폐에 대해서 알고만 있었고 도시의 공동체에서도 적용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기억이 새롭다. 


강당에서 기다리며 아는 얼굴들을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는데, 내가 다녔던 인드라망의 불교귀농 출신들도 몇 분 만나게 되었다. 자료집을 보니 몇  해전에 진안에 내려와서 터를 잡고 계시다는 박 목사님께서 지역사회 기여 사례를 발표자로 되어 있어 뵐 수 있겠구나. 하고 있는데 옆 자리에 앉아 계셔서 인사를 하고, 잠깐 동안이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례발표도 보니 서울에서 하던 녹색가게를 진안에서도 재현해 보신 것 같다. 공부방 까지.


오후 시간에 진안에서 지역사회 기여와 창업 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집 건축에 대한 몇 분의 말씀이 있었고, 지역에서 벼룩시장열기와 일본어를 적용한 사례들이 발표되었다. 이를 들으면서 개인들이 가진 재능과 자원을 농촌사회에서 잘 활용하여야 하겠고, 귀농 전에 필요하고 관심하는 분야를 미리 공부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요즘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대로 내년에는 공부를 좀 해야 하겠다. 행사장 밖 복도에서는 귀농에 관련한 도서와, 여러 지역에서 농사하여 가져온 농산물이 전시판매가 있었고, 나무피리를 만드는 체험의 장도 있었고, 떡메치기도 했다고 하는데 떡메만 구경하고 떡치기는 구경을 하지 못했다. 후에 농사에 관한 사례 발표도 하게 되는데, 풍물공연 연습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정성스럽게 준비해 온 저녁 식사를 일치감치 마치고, 저녁 행사 처음으로 따랑의 공연을 하게 되는지라, 저녁 식사 전과 후에 3층 빈 공간에서 늘 하는 대로 막걸리부터 한잔하고 연습을 했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복장을 갖추고 복도에서 일채 이채를 치고, 굿거리를 치면서 강당으로 들어가 무대로 올라갔다. 오랫동안 연습을 함께 해 온 선배들도 있었지만, 연습시간이 짧은 나는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아래에서 어떻게 듣고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그간 연습할 때 보다는 덜 헷갈렸던 것 같았다. 긴장했던 공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따랑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것 같았다.


우리 따랑을 시작으로 군수님도 와서 군에서 하는 귀농 알선사업을 설명하시면서 진안으로 귀농할 것을 권하셨고, 여러 문화 공연도 이어졌다. 진안의 어린 처자의 북 공연도 좋았고, 산청으로 귀농해서 농사하면서 집도 짓고 노래도 만들어 부르는 가수 ‘사이’의 공연도 있었다. 사이는 지난날 지율스님이 천성산의 도롱뇽을 살리자고 단식할 때 교보문고 옆에서 촛불을 들고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고, 그 후 귀농해서도 그의 노래대로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노래가 재미있으면서도 진솔하게 들렸다. 마지막 노래는 멀리 서울에서 온 참여연대 노래패 ‘참좋다’가 귀농인들을 격려하면서 힘차게 노래를 불러 주었다.


밤 시간에는 관심사에 따라 모둠별로 대화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청춘남여, 노인섬기기, 자충우돌 귀농, 마을일꾼, 지역공동체, 농산물 가공, 자연속의 귀농, 전원마을, 빈집 수리와 에너지, 산촌유학, 약초, 차(茶) 등으로 나누어 모둠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그 중에서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서너 개의 모둠이 있었지만, 다섯 번째 방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 방에서 나눈 이야기 중에서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은 우선 공동체에 대한 생각들의 차이도 보였다. 또한 귀농을 해서 귀농인과 귀농인, 귀농인과 현지 농민들의 관계 즉 사람들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각종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말씀도 해 주시고, 간접적이나마 이를 해결해 나갈 방도도 여러 형태로 제시되었다. 사람사이의 어려운 관계문제에서는 정을 강조하시기도 하였고, 회사에서 지역 주민과 대립을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하면서 지역주민에게 밀착해서 하나가 되어 생활을 하게 되니 고질적인 문제도 해결이 되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부분은 자신의 문제라고 본다. 나름, 이야기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재산을 공유하고 경제까지 공동으로 하는 공동체는 너무 어려울 것 같다. 지역에 살면서 서로 부대끼면서 함께 살아가는 동안 공동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나하나씩 해 나갈 수 있을 텐데, 이런 것들이 공동체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처음부터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필요하고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다보면 원하는 공동체가 만들어 질 수 있고, 이런 모습을 밖에서 볼 때에 공동체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고 본다. 도시 문화에 젖어 계산적이고 제 잘난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를 낮추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정’을 나누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지혜’를 발휘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 정도 사람 사이의 관계도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모둠시간이 끝나도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방 저 방에서 이어지고, 한편에서는 막걸리를 마시고 노래를 하면서 놀기도 한다. 귀농을 해서 쌓아두었던 부분들을 함께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되니, 나누고 싶은 이야기의 끝이 없는 듯하다. 내가 욕심이 많은지라 놀고 싶기도 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노는 판과 이야기하는 방을 기웃거리면서 한 밤을 보냈다.

아침밥을 먹고 버스에 올라 호기심으로 남아 있던 마이산을 오르게 되었다. 시간이 부족하여 정상을 오르지 못했지만, 탑사까지 다녀오면서 여러 신기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저 멀리서 볼 때에는 산봉우리가 두 개로 보였으나, 가까운데서 보니 봉우리가 여럿이고, 시멘트 콘크리트를 깎아 절벽으로 만들어 놓은 듯 절묘한 바위산이었다. 아주 오래된 능소화, 바위틈에 잘 가꾸어진 절집, 정성을 기울여 쌓아놓은 돌탑...많은 것을 보았지만, 더 자세히 보고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서 나중에 다시 오도록 해야겠다. 다음에는 진안군에서 하는 지역사업을 몇 가지 보여 주었는데, 지난밤 밤잠을 자지 못해 몸이 무거워 버스에 그냥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옹기를 굽는 사업장, 정미소를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공동체 박물관, 지역신문을 내고 마을조사 사업을 한다는 백운면, 거리 간판을 새롭게 하여 언론의 조명까지 받았다는 간판사업 등을 둘러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미처 생각지 못하던 부분도 이렇게 변신할 수 있고, 지역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 되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는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 하면서 이번 행사를 위해서 수고한 손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버스에 올라 귀경길에 오르게 되었다.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서울에 도착하면서 깨어 보니, 걱정보다는 늦지 않게 도착을 하게 되었다. 여러 손길들의 수고로 이루어진 행사에 그냥 몸만 참여를 하게 되어 미안함 마음도 들지만, 이번 기회를 통하여 듣고 보고 얻은 것들이 잊지 않고, 앞으로 계속 되 뇌이면서 살아가게 될 것 같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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