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은국이의 글

보통 편집작업을 할때면 신문을 보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노상 앉아있다보니 포털사이트의 낚시질에 걸려 가쉽기사들은 읽는데

신문은 왠지 그것을 들여다보고 읽는 게 일처럼 여겨진다.

아예 맘먹고 쉬어야지 할때가 아니면 말이다.

그러다보니 몇달 편집을 하는 사이 굉장히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런데 오늘은 밥을 먹고 바로 컴앞에 앉다보니 위나 장이 편칠 않아

서서 신문이나 봐야지 했다.

주욱....휘리릭...별로 눈길을 잡는 기사가 없었는데

뜻밖에도 한겨레신문 '왜냐면' 지문에 아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엇! 은국이네.

 

은국이는 지금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중인 친구다.

 

다음은 은국이가 쓴 글.

 

'눈보라처럼 진실이 몰아치다' 의 마지막 단락에서 '지금의 내 생활이 어쩐지 모조품 같고 그 바깥의 위험으로 가득찬 진실이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는 말이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에 갇힌 제 처지가 투영되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나는 좀더 진실에 다가서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신념과 양심을 뒤로하고 군사훈련을 받았다면 제 삶과 인생이 여전히 '모조품' 같다고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감옥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이 비일상적인 곳이고 아나키스트에게는 지옥과 같은 국가권력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모조품과 같은 평온하고 안전한 삶을 거부하고 위험으로 가득 찬 진실의 공간인 '바깥'에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잖아요. 허상의 매트릭스 세계는 화려하고 안락합니다. 하지만 진실의 공간인 우주선 속은 누추하고 삭막한 세계이죠.

 

저에게 감옥은 진실의 세계입니다. 무덤과도 같은 감옥에서 오히려 '살아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네요. 하지만 신념과 양심이 없는 삶은 모조품일 뿐이겠죠. 제가 이 진실의 세계를 선택한 것에 대해 오늘은 안도감이 듭니다.

 

 

짧은 순간의 평온을 위해, 안락함을 위해

모조품과 같은 현실에 타협하는 일.....살다보면 많이 겪게 된다.

그리고 진실의 세계에 조금씩 무디어져 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은국은 서경식 선생님의 '디아스포라의 눈 - 눈보라처럼 진실이 몰아치다'를 보고 편지가 쓰고 싶어졌다고 했는데, 난 은국의 글을 읽고나니 글이 쓰고 싶어졌다.

 

감옥안에서 자유로운 은국이 상처받거나 병들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은 했었는데

은국의 그런 결정이 좀 더 진실한 삶에 맞닥뜨리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난 과연 이해하고 있었을까?

 

은국이가 보고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