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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엄마 글 보니 저도 울고 싶네요.
신랑이 어제 밤새도록 일하고 낮에도 못자고 부여로 밤주우러 갔다가 저녁때 와서는 또 상가집 갔다가 인제사 왔는데 비가 오네요.
마당에 채논 고추가 비 맞고 있어 깨웠더니 그냥 썩게 놔두랍니다.
썩게 놔두라니....애써 딴 고추를 어떻게 그렇게 하겠어요.
'나도 몰라' 하고 자보려고 했지만 잠이 오나요?
그 무거운 걸 끌고 현관까지 겨우 겨우 가져다 놨어요.
비는 오는데....날도 차서 태양초고 뭐시고 희나리만 진다고 주위분들이 어서 건조기에 넣으라는데도 태양초를 고집하는 신랑.
그럼 지가 책임이나 질 것이지, 맨날 아들 데리고 희나리 고르고 널고 채는 사람은 접니다.
며칠 전 저녁때도 비가 왔습니다.
그 넓은 마당에 고추를 널어놨는데 혼자 그걸 담으려니 눈물이 납디다.
비는 쏟아지고 8개월된 내 배는 무겁고 담아논 고추가 비에 젖지 않도록 처마밑에 갖다놓는데 허리는 아프고...
어릴 적 엄마아빠가 놀러갔을때 갑자기 내린 비로 비닐 하우스에 물이 차서 거기 있던 나락이 젖을까봐 노심초사하며 물이 땅으로 떨어지도록 비닐을 힘껏 당기던 그 때 그 꼬마가 또 이렇게 울며 고추를 담고 있었어요. .
그날 그렇게 열심히 담은 고추는 결국 건조기에 들어가지 않고 비가 그친 그제부터 다시 마당에 널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자기 뜻대로 하는 신랑은 제 잔소리에 머리가 아프니 고만 하랍니다.
상관도 하기 싫지만 눈에 보이는데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눅눅해진 고추가 더 이상 썩지 말라고 희나리라도 골라야지요.
그래요.
누굴 원망하겠어요.
내가 선택한 사랑이었고, 내가 사랑한 사람인데...
그냥 사는게 힘들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 그래도 우리 신랑 흉 좀 더 볼래요.
사랑엄마! 우리집 배추는 아직도 포토에 있어요.
거기서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배추벌레가 다 갉아먹고 있어요.
한동안 성겸이랑 산책을 나가면 "배추 언제 심어?" 가 저희가 받은 인사였답니다.
종자 욕심많고, 일의 순서가 없는 신랑은 올해 검은콩도 마당에 싹 틔웠다가 시기를 놓쳐서 마당 한구석에 수북히 콩더미를 만들어 놓더니 배추도 그렇네요.
처음 시작은 좋은데 항상 끝이 그래요.
앞밭도 풀이 가득, 뒷밭도 풀이 가득........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요?
그나마 시금자는 솎아내기라도 해서 7kg나 수확했어요.
하필 동네 앞에 밭이 있어서 동네 사람들 다들 우리 밭을 보았더랬습니다.
고추 사러오신 아주머니 한 분이 그러시대요.
"검은깨 잘 됐네. 못 먹을 줄 알았더니..."
제가 더운 여름날 아들 낮잠 잘때 잠깐 잠깐씩 나가서 솎아주기를 했거든요.
아~~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건지 모르겠어요.
신랑한테 내가 있는 힘껏 돕는다고 말은 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벌려놓고 감당못하는 신랑을 바라보는 것도 이젠 정말 지칩니다.
그냥 농사를 짓지 말고 돈 벌면 좋겠어요.
신랑은 맘은 있지만 농사에 별로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
평생 농사만 지어온 부모님을 본 제가 보기엔 신랑은 농사를 지어서 돈을 벌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냥 생존만 한다면 이렇게 농사를 지어도 상관없겠지만 먹고 살려면 좀 힘들 것 같거든요.
본인이 그걸 알아야 하는데....
투잡, 쓰리잡으로 뛰는데 본업은 농사라고 생각하는 신랑, 그런데 일이 겹칠때가 많으니 항상 농사일이 뒷전으로 밀려서 시기를 놓치고 그러다 보니 농사도 제대로 못짓고 일은 일대로 늘 들쑥날쑥하고...
에구 에구...어찌됐든 불안불안 합니다.
암튼 농사를 짓는 건 좋아요. 다만 스스로 감당할 수준의 것만 짓던지, 아님 우리가 전업농이 되든지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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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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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심초사하며 물이 땅으로 떨어지도록 비닐을 힘껏 당기던 그 때 그 꼬마가 또 이렇게 울며 고추를 담고 있었어요. .울컥..마음이 아프네요..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고추무게보다 세상에 내려지는 빗방울들의 무게보다 더 무거웠을...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얼마나.. 꼬마야 얼마나 아팠니...문득문득 네가 그렇게 그곳에 서서 보아주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바깥보지말고 마음속 그꼬마, 아직도 자길 보아주기 기다리고 있는 그꼬마를 보아줘요.안아줘요...꼬~옥. 전 아이를키우며 학교가 끝나고 아무도 없는, 잠긴 문앞에 서있는 어린 아이를 만납니다. 아주어렸을적 기억은 없고 다만 네다섯살에도 엄마는 내 옆에 거의 없었어요, 난 늘 혼자 놀았답니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지독한 우울증이 아니었나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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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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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그 꼬마가 아직도 어린아이인채로 남아있어서 그런가 요새 자꾸꼬입니다. 내 문제가 뭘까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