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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자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기계를 돌리면서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난 젊은 나이에 아들놈까지 있는 복받은 놈이다, 이쁜 마누라도 있고, 열심히 부지런히 일해서 좋은 아빠, 좋은 남편 노릇해야지... 꼭 우리집도 마련할꺼야...'

 

그런 그가 목, 어깨,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며 산재를 신청하고 요양하고 치료(강제)종결되고, 현장에 복귀하고, 또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이 떨어지길 기다리다 자살했다. 너무 힘들다는 유서와 함께... 가정은 이미 파탄난 상태였다. 4살짜리 아들이 얼마나 눈에 밟혔을까...

 

그는 산재를 신청한 후 승인을 기다리다 죽었다. 그런데 산재가 아니란다.

이렇게 죽어가는 이들이 1년에 1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10여명이라는 숫자에 따른 분노가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 저지르는 행태,

노동부가 저지르는 행태,

자본이 저지르는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

 

하루 14시간 일을 하다가 2번이나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는데,

결국엔 병원에서 공황장애로 판명되어

병석에 누워 고생하고 있는  한 조적공도 산재가 아니란다.

 

좋다.

너희들의 실적도 좋고, 돈없다고 지랄하는 것도 다 좋은데,

왜 사람갖고 장난치냐? 그렇게 부려먹었으면 아프다면 고칠 권리를 줘야지.

누군 목숨이 두개냐?

 

노동자 한달 쎄가 빠지게 일해봐야, 150.

그거 벌려고 버둥치는 노동자의 삶이 우숩냐?

니들이 앉아있는 그 비까번쩍한 의자,  손가락에 걸려있는 담배, 모두 노동자가 만든거야.

씨방새, 누구말대로 목줄을 따버리고 싶네.

 

오늘로서 3일째 점거농성과 천막농성을 진행중이더만.

집회에 잠깐 참석하고 서울에 갈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그게 아니더만.

하루종일 거기에 있었다.

저녁 6시 반이 되어서야 해산했다.

 

너무나 당연한 요구사항을 가지고 안산근로복지공단 지사장 만나자고 했더니, 이 새끼가 오늘에서야 만나준다. 그리고 면담팀 앞에서 헷소리만 찍찍해댔다. 뒷목을 잡더니 오늘은 그만하자고 했댄다.

 

지도부를 꾸리고, 대오를 정비해서 조직적으로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조직해서 월요일부터 붙자고 한다. 그 지도부의 투쟁력은 뭐 별볼일 없을꺼 같다. 집회는 맘대로 해도 좋은데, 시설들 깨지 말라고.

 

경찰이 " 이미 연행될 명단이 다 있고, 그 사람들 잡을 사복체포조도 편성돼 있다고. 만약 극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이번 투쟁에서 앞장섰던 사람들 연행되고 구속되고... 그러면 조직적으로 타격이 되고, 피차 안좋은거 하지 말자"고 악살 줬더니, 바로 받은 모양이다.

 

난 잘 몰겠지만, 들이 받을 땐 받아야할꺼 같다. 싸그리 달려 들어가더라도 보여줘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얼마나 분노했고, 우리의 투쟁의지가 어떠며, 니네들 죽었어! 이런 모습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경찰이 대오를 칠 텍도 아닌 거 같더만, 한번 들이 받아주지. 빙신들.

 

어떤 투쟁에서도 지도부가  몸을 사린다는 느낌이 적들에게 들어가면 그 싸움은 진거다. 이번 투쟁에서도 그리 강한 지도부를 만나지 못한거 같다. 집회 초반엔 안그랬는데, 면담팀 들어가면서 금속 애들이 보여준 모습은 약한 모습이었다. 

 

마지막 결과 공유하는 자리로 형사새끼가 실실 쪼개며 오는 걸 돌려보내면서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니들이 뭘하든, 허접하지, ㅋㅋ'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한 노동자의 자존심은 혼자만의 자존심으로 세워질 수 없다. 당당하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자존심이 한 노동자의 자존심이다. 제발 대충 액션 취하다 또 대충 타협하고 적당하게 벌금이나 내는 일을 하지 말길...

 

죽은 자와 병원비 때문에 퇴원도 못하고 있는 아직은 살아있는 자를 생각해서 라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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