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준비끝 출범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세계화 저항 대안적 삶들 “한데 묶자”  친환경 식품을 구매하지만 주민자체엔 별 관심이 없고 대안학교를 찾아가지만 생태마을 조성엔 무반응 생협·공동육아·대안학교…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대안적 형태 재구성 좌파의 신자유주의 비판이 허망하게 들릴 때가 있다. 시장근본주의가 인류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은 수긍할 수 있지만,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선 좀체 진전된 전망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을 만들기 네트워크’는 그 전망을 찾는 의미있는 시도로 보인다. 이들은 행복을 위한 저항, 저항을 통한 행복을 말한다. 다가올 어떤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유보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이 곳에서 행복해지자고 말한다. 지난 23일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2년여의 준비를 거친 ‘마을만들기 네트워크’가 조용히 출범했다. 일부러 언론을 비롯한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조직 규약을 만들고 활동방향을 대외에 선포하는 식의 구태를 벗기 위해서다. 황한식 부산대 교수·강대인 대화문화아카데미 원장·최봉익 광주 좋은동네시민대학위원장을 공동대표로 뽑았다. 6명의 운영위원도 선출했다. 이 자리에는 교수·시민운동가·주민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생활협동조합·공동육아·생태공동체·도시형마을운동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지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박승현 운영위원장(�사진�)은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는 삶의 근거지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터’가 행복하지 않으므로, 바로 이 삶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체가 지목한 문제의 주범은 시장근본주의를 축으로 한 세계화다. 시장으로부터 시민사회를 보호해야할 국가조차도 여기에 편승한 공범이다. 따라서 남은 길은 ‘주민자치’의 정신으로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구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보기에 “마을만들기는 시장근본주의 및 세계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저항”이다. 이런 문제의식에 기반한 공동체 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이후 여러 방식의 ‘대안적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이는 생활협동조합, 공동육아, 대안학교, 생태마을 등으로 등장했다. ‘마을 만들기 네트워크’는 이런 움직임들이 삶의 공간과 시간 전체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융합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자연친화적인 생협 식품을 구매하지만 주민자치운동에는 별 관심이 없고,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면서도 생태마을 조성에는 신경쓰지 않는 게, ‘공동체 운동’의 한계였다는 것이다.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는 ‘경제공동체+자치공동체+문화공동체’의 결합을 꿈꾼다. 그 곳이 도시의 아파트이건 농촌의 외진 마을이건 삶의 ‘일부’가 아니라 삶의 ‘전체’를 대안적 형태로 재구성하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그 방편이 바로 공동체 운동의 네트워크다. 생태친화적 농촌 마을을 아파트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도시 마을과 연계시키고, 공동육아 협동조합의 경험을 생활협동조합의 경험과 연결시킨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전국 곳곳에 생산과 소비의 분배·복지·문화 서비스가 함께 벌어지는 대안적 ‘삶터’로서의 마을을 만들고, 다시 이런 마을을 엮는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게 이들의 야심찬 꿈이다. 시장-국가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네트워크에 맞설 지역공동체의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이들의 이상에는 아나키즘적 코뮨주의, 근대 정치학의 연방주의, 생태주의적 반자본주의 등이 융합돼 있다. 박승현 운영위원장은 “지금까지의 풀뿌리 주민자치운동 방식은 기성 권력과 시장에 포섭될 위험이 크다”며 “시장적 세계화에 맞서는 공동체적 세계화라는 분명한 지향을 갖고, 새로운 대안사회의 전망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국가중심주의, 시장주의, 단편적·파편적 공동체운동, 계몽적 시민운동 등을 동시에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는 단순한 시민운동을 넘어서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이념적 시도이기도 하다. 이들의 실험은 시장을 극복하려는 사회주의적 접근과 국가의 한계를 넘으려는 공동체주의 사이의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시도가 방향타를 잃은 한국사회에 의미 있는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마을 만들기 네트워크 출범까지 ‘각개약진’ 마을운동 융합에 공감 10여년 거친 공동체 모색 결과물 마을만들기네트워크는 공동체 운동에 대한 10여년에 걸친 모색의 한 결과다. 한국의 공동체 운동은 ‘민주주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가 진전되면서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이것이 지역자치 및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탐색으로 연결된 것이다. 90년대 이후 본격화된 생태주의 등에 대한 관심이 이런 흐름에 힘을 실었고, 때맞춰 일본의 마을만들기 운동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공동체 마을 사례도 국내에 소개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개약진’하던 공동체 운동을 아우르는 시도는 옛 크리스찬아카데미인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한해 내내, 협동조합·대안교육·생태공동체·녹색정치·주민자치 등 각 분야별로 연쇄 대화모임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분산된 마을운동의 역량을 모아나갈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역공간인 마을을 주민들이 스스로 디자인하는 과정”(김찬호 연세대 강사)으로 마을만들기 운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구체화됐다. 임경수 ㈜이장 대표는 “마을만들기 운동은 정치적으로는 자치운동, 문화적으로는 지역운동, 경제적으로는 순환과 나눔의 공생운동”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 뜻을 같이하는 전국의 여러 학자·주민들은 2004년 두 차례 대화모임을 통해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준비위’를 만들었고, 결국 지난 22일부터 1박2일간 열린 세 번째 대화모임에서 “여러 공동체운동의 ‘중앙’을 자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중앙을 약화시키고 지역(마을)을 강화하는 느슨한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를 정식 출범시켰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오늘자 한겨레 기사다. 마을만들기운동, 대안운동의 통합적인 고민을 담은 대화모임 이었던거 같은데 사실 수원지역에서도 '마을만들기'라는 사업이 몇몇 단체와 개인이 해오고 있긴 했지만 큰 방향 설정없이,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문제는 하나인데 답은 여러가지라는 말처럼 저항의 내용과 방법은 여러가지로 발명될 수 있겠지만 이처럼 삶에서 마을에서 전개되는 세계화,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이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내가 마을의 구성원이 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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