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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5만불지역 여성들이 사는법과 종부세 거부운동

 


“도대체 종합부동산세가 얼마예요?”

“글쎄, 보통은 100만원-300만원 정도 될걸...”


부대에서 외박나온 큰 아이가 ‘창피해 못살겠네. 라고 대뜸 말한다. 종부세  몇백만원을 못내겠다고 아파트마다 현수막을 걸어놓는 동네에서 살기가 창피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종부세거부 서명때 나는 서명하지 않았다. 이런 서명은 주로 여성주민들이 받으러 다닌다. 왜, 누가  종부세거부 서명 결정을 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아파트 입구에 걸린 현수막까지 막지는 못했다. 남편은 내게 ’너무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 지나다 보니 대치동 선경아파트도 오랫동안 현수막이 달려있다. 그 당시 언론에서 ’지역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라는 공격‘이 웬일로 없었는지 참 궁금하다.  그러나  강남 지역은 높은 지디피와  학력수준, 정신적 여유 때문에 시민단체 회원들이 많다. 자녀를 조기유학보낸 집도 많지만 자신도 외국유학이나 외국거주경험자도 많아 시민단체에 대한 이해도 빠르다. 그래서 단체가입 회원도 많다. 참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다만 그들이 시민사회에는 관심있지만 지역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른 지역과 특히 다르다. 그러나 종부세 거부운동은 솔직히 뜻밖이다. 젊었을때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사회 경제적여유가 있어도 급격한 사회변화에 맞서 열린마음으로 능동적으로 자신의 관점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이렇듯 사회의 누를 끼칠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격주로 일하는 개포동사무소 문고에 갔다가 월례회의에 참가했더니 동장이 ‘강남은 GDP 5만불이라며 세목교환이 시행되면 절대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바쁘다. 내가 지역에서 하는 일은 동사무소 문고에서 격주로 대출자원 봉사를 하는 것이다. 같은 개포2동 주공아파트 엄마들과 일한다. 요즘 귀한, 보기드문 사람들이다. 자기시간을 남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지역을 위해 허락하는 귀한 사람들인데 세시간 일하면 육천 원을 받는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가을, 개포골 축제에서는 문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숭아꽃물 들여주기 사업을 벌여 개포동 주민 수백 명의 손톱에 꽃물을 들여주었다. 이렇게 공동체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그런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아직 그 여성들과 많은 교류는 없었지만 가까이하고 싶은 이웃들이다. 


우리나라도 여성취업률이 50%를 넘어섰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강남 전업주부들의 일상은 조금 다르다. 몇 년전과 달리 소득의 양극화는 눈에 띄게 심화되고 있다고 느낀다. 여성들이 사는 방식도 그룹별로 많은 차이가 난다. 우선 강남의 대형평수 아파트 여성들은 이웃과 교류가 거의 없다. 교류하는 이웃은 중년의 경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창생정도, 30,40대는 학부모모임 정도이다.  5년전 살던 아파트만 하더라도 같은 강남권이었지만 이웃집에서 가끔 차를 마시거나 함께 집에서 점심밥을 먹던 때도 있었는데 시대가 변했는지 이번 아파트는 다르다. 요즘은 이웃집에 가는 일이 격월에 한번정도 열리는 반상회 때 말고는 없다. 3년전 이사와서 이웃에게 인사를 청하였지만 벌쭘 그 자체였다. 그래도 나는 길에서 이웃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한다. 이 지역 여성들은 대부분 점심약속이 많다. 방배동 서래마을에 생긴 이태리 레스토랑의 경우 예약이 어려울 정도이다. 호텔에서도 왁자지껄하게 여럿이 앉아  점심을 즐기는 중년 여성들도 많고, 학교근처 빕스나 시즐러등에서 샐러드를 즐기며 학원을 비롯한 아이 교육정보를 나누는 전업주부 여성들도 많다.

 

또한 대부분 강남 전업주부여성들은 건강을 챙기느라 주로 1주일에 한번씩 반드시 산을 가거나 운동을 하는 것은 필수이다. 온종일 골프연습장에 머무며 운동하는 짬짬이 온갖 유기농물건을 공동구매하거나 사우나를 한 뒤 아이 학교 귀가를 맞추어 집에 돌아가는 그룹들도 있다. 특목고나 고교학부모모임이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열리고 그런 식당은 반별모임으로 방마다 늘 소란하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30대중반이후 40대초 전업주부들은 아이들을 차에 싣고 학원에 데려다주느라 늘 종종걸음을 친다. 천천히 대화를 하거나 웃으며 아이와 걷는 풍경은 거의 보기 드물다. 50대중반 여성들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골프채를 차에 실거나 내리고 ... 가끔 아파트 정문 앞에 서있으면 사람보다 차가 더 많이 출입을 한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득수준의 차이에 따라 여성들의 일상도 많이 달라지는것이다. 

 

며칠 전 첫눈 때문에 교통이 막히고 매우 춥던 이른 아침, 나는 지하철 2호선을 타기위해 선릉역엘 갔다. 시간은 바쁜데 지하철은 안오고 오는 열차마다 만원이라 푸시맨이 떠다밀어도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했다. 선릉역 지하철 구내 슬라이딩 도어화면에서는 계속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노래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역겨웠다.  내 곁에는 다만 그 아침에 지하차를 타느냐, 마느냐, 지각하느냐, 아니냐 때문에 조급한 여성들로 어깨가 부딪힐 지경이었다. “여기에 즐길 인생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  그 노래 주제에 딱 맞는 여성들은 그 시간에 그 지하철역에 있을 리가 거의 없다. ‘카드를 계속 써 제끼라’는 광고의 유혹속에 사회적 양극화는 깊어만 간다. (2005.12.8 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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