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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세 여성 성폭행 사건 판결을 보고...

약간 성명서 느낌으로 점심시간에 급하게 쓰다 보니 글이 좀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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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언론에서 많이 보도되었던 그 사건이다.

12세 여성을 20대 남성 세 명이서 성폭행 사건을 1심에서 무죄 판결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여론이 들끓자

법원에서는 슬쩍 검찰이 미성년자 준강간죄를 적용했어야 했는데 특수 강간죄를 적용해

어쩔 수 없었다는 물타기를 보였다.

검찰도 항소하면서 죄목을 슬쩍 바꾸어 면피 행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죄목이 무엇이었느냐가 아니라

우리 사법부가 성폭력을 바라보는 그 시선의 문제가 본질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판결문에서 보이듯 판사는 판결을 하면서

'정말 성폭력 생존자가 조금도 원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명확한 확인을 요구하였다.

사법부는 모든 사회적 제반 요소를 무시하고,

눈으로 보이는 분명한 증거, 가해자의 분명한 협박, 피해자의 명확한 저항이 있을 때만

'항거불능'이었다고 보는 듯 하다.

 

법원은 가해자에게 자신이 타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반하는 성폭력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 보다는 것보다

피해자에게 '넌 왜 분명히 성폭력에 저항하지 않았나?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던 것이 아냐"라며 도리어 힐난하고 있다.

살인 피해자의 가족에게 "그 사람이 죽을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었나요?'라고 묻을 수 있을까?

 

성폭력이 단순히 그 순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시선과 구조의 문제,

거기에 수반한 왜곡된 성문화의 문제에 있음을 사법부는 전혀 판단치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 상황에서 생존자가 닥치게 될 정신적 공황의 상태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외진 곳에서 차편이 끊긴 상황에서 가해자가에 돈을 빌려서라도 나오고 싶었을 수도 있는

피해자의 심정은 고려되지 않았고,

성에 대한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고,

게다가 가해자에게는 쉽게 면피의 도구나 되는 '음주에 의한 심신미약'도

피해자에게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 듯 하다.

 

하지만 이 판결문에서 무엇보다 압권은

성폭력 생존자가 성관계를 원했다는 증거로 제시한 그 일행의 증언이다.

즉 문밖에서 들으니 'A양이 야동에서 나오는 신음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신음소리, 남성 중심적인 환타지가 결합된 그 표현까지 버젓이 판결문에 실린 대목에서

정말 멍해지게 된다.

이 대답을 유인했을 경찰 혹은 변호사의 질문이 참 궁금타!

 

결국 법원(그리고 연계된 모두)는 기존 남성 중심의 폭력적 성 문화의 시각에서

성폭력 생존자를 바라보고 공격한 것에 불과하다.

 

 

 

항소심에서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을 것 같다.

하지만 판결문은 이렇게 끝나겠지

"성폭력인 건 모르겠고, 하지만 미성년자이니까 처벌해 줄께, 어린 것이 발랑까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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