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담양에 다녀왔어요.
대나무축제가 한창이더군요. 축제를 보려고 일부러 간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좀 많이 남는김에 둘러보았습니다.
1박2일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죽녹원'을 가운데 두고 종합체육관 앞 특설무대와 향토특산물 장터, 그리고 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각종 먹거리 장터가 축제의 주요 장소더군요.
종합체육관 앞의 특설 무대에선 하루종일 공연이 펼쳐졌어요.
우리가 갔을때는 태권도 시범을 하고 있었더라죠^^
죽녹원은 그야말로 대나무밭인데 겉으로 보기엔 아주 작은 동산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대나무 숲이 울창하고 전시관도 잘 되어있습니다.
다만 모기가 좀 많아요^^;;;
천변 장터를 구경하다가 특유의 떠들썩함에 질릴 지경이 되었을때 우연히 발견한 '대담 미술관 & 카페'!!!
완전 대박이었어요^^
처음엔 이런곳에 왠 카페가 있네.....하고만 생각했는데 제대로 전시가 진행중인 미술관이었습니다.
물론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있구요.
우리가 갔을때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세 분의 작가가 공동전시를 열고 있었는데 주제가 대나무와 소나무였습니다.
그중 특히 인상적이었던건 대나무의 사계절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작품이었어요.
바로 이것!!
이게 움직이고 있는것을 보여드리고 싶군요. 그냥 평면적인 그림이 아니라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랍니다.
담양 대나무축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주제였습니다. 작품속의 대나무는 죽녹원에서 보았던 대나무와는 또 다른 감흥을 주더군요.
메인 전시관은 이렇게 생겼어요.
하지만 차를 마시는 공간 여기저기에도 어김없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자유로이 오가며 감상할 수 있답니다.
참...어디를 둘러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인테리어와 자연 풍광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지역 축제라고 하면 흔히 떠들썩한 트롯선율과 엿장수, 특산물 홍보와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장터가 연상되고, 정작 그 지역을 제대로 보여주는 색깔이나 문화적 향취는 느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여기 담양에는 대담미술관이 있어 비로소 담양만의 축제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죽녹원과 대담미술관이 나란히 있는 이곳은 담양군에서도 향교리 라는 마을입니다.
어주 작고 아담한 시골 마을 그대로입니다. 미술관 주변으로는 대나무를 가공하는 작은 공장도 있습니다.
이곳은 향교리 마을 입구에 자리한 마을회관인가봐요^^
창문 너머 들여다보니 주민들 몇분이 주무시고 계시더라구요.
대숲에 부는 바람을 껴안고 납작하게 엎드린 향교리 마을은 한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아랫쪽 천변의 소란스러움은 아랑곳 없이 하늘 맑고 공기 좋고....
나중에 이런 곳에 내려와 살까...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마을회관 앞에 '예술인 마을' 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던데 대담 미술관을 중심으로 아마도 예술가 분들이 많이 살고 계신가보죠?
아니면 마을 주민들 모두가 예술가 못지않은 감수성을 지닌 분들인건가요?^^
일정이 여의치 않아 좀 더 오랫동안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서울로 와야했지만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지역문화가 많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도 대도시에 편중되어 지역 주민들께는 다양한 문화생활의 기회가 주어지지 못한것이 늘 안타까웠는데, 그런 점에서 담양은 작지만 큰 고장이었어요.
담양만의 문화 예술공간을 만들고 지켜가시는 담양군과 마을 주민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대담 미술관이 없었다면 저는 '담양 대나무 축제'도 또 하나의 그저그런 지역 축제로 생각하고 말았을테니까요.
꼭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다시 갈 일이 있으면 들러보려구요^^
또 어떤 아기자기한 담양의 향취가 저를 반겨줄지 기대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