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1

다시 쓰는 일기 2008/05/21 01:27

믿음에 대해 생각중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싶은 것만 믿는다.

믿고싶은 것을 믿은 결과 그것을 '사실'로 만들어버린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각자 다른 것을 믿는다.

보고싶은 것만 본다.

자기 자신을 객관화 한다는것은 어려운 일인가보다.

나?

나는...

내가 믿어야할 것을 믿으려고 한다.

어렵다...

 

내가 스물 네살이었을때는 화전에서부터 성남으로 과외 아르바이트를 다녔었다.

화전이 어디냐면...

항공대학교가 있는 곳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애들중 돈 좀 있는 애들은 신촌에서 자취를 했고 그 다음은 수색 그 다음이 화전이었다.

더 가난한 애들은 항공대학교를 가로지르는 활주로 너머 공동묘지너머 축사를 개조해서 손바닥만한 창문을 낸 자취방, 마당에 공동수도가 있고 집 밖에 화장실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나는 화전에서 살았다.

두달 살았는데 마침 장마철이었다.

비가 매일 왔고 방바닥이며 벽지가 눅눅했다.

어디서 들은건 있어가지고 장마철엔 아궁이에 불을 떼야한다고 번개탄 열장을 사다가 불씨 없는 연탄위에 올려놓고 다 태웠다.

불이 붙지 않고 열장이 다 탈 무렵 주인 아주머니가 밑불을 가져다주셨다.

주인집도 쓰러져가기는 매한가지였지만 내 방은 진짜 쓰러지기 직전인 흙집 독채였다.

주인아저씨가 직접 지었다고 했다.

주인집엔 그래도 보일러라는게 있었던 모양인데 내 방엔 연탄아궁이가 전부였다.

밑불없이 연탄에 불을 붙이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때 알았다.

 

내가 왜 화전에 살았냐면

가출을 했기 떄문이었다.

보증금 백만원에 월세 십만원짜리 그 방을 얻느라 친구들에게 빚을 지고 화전에서 성남으로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돈을 갚았다.

가고 오는데만 다섯시간이 걸렸다.

그랬다..나도 그렇게 살았다.

청춘의 한때가 그렇게 불같이 뜨겁게 한 치 앞을 모르면서 흘렀었다.

그 때 지금은 죽고 없는 후배가 찾아와서 쥐어주고 갔던 오만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것이다.

상처를 준 사람도 잊을 수 없지만 상처를 싸매 준 사람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상처를 준 사람은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젊은바다가 사랑하는 단어는 '친절'이다.

친절하다...는 것은 존중한다..는 것이며 믿는다...는 것이며 이해한다...는 것이며 또 갖다 붙일 수 있는 온갖 다른 좋은 말들일 수도 있다는것....

나도 알았다.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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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1 01:27 2008/05/2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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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1

    FROM 2008/05/21 10:40  삭제

    fiona님의 [] 에 관련된 글. 남편이 집에 없는 밤. 잠든 아이들 옆에 누워 천장을 보노라면 아주 예전에 그렇게 천장을 보며 홀로 누워있었던 외딴방이 떠오른다. 모두가 잠든 밤이면 그 방이 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렇게 누웠다가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되면 그렇게 나의 관이 될것같았던 그 방. 90년에 가출을 해서 선배언니 방에 얹혀살다가 갖게 되었던 내 방.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5만원이었던 그 방. 까치주유소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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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뎡야 2008/05/21 07: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아프다

  2. 알엠 2008/05/21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3. 젊은바다 2008/05/22 0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이 아픈 것... 그것 만큼 진실된 친절이 어디 있을까? 아프지 말란 소린 하지 않을께... 너도, 너에게 아픔을 전해준 그들도 너무 오래 아프지 않길....

  4. fiona 2008/05/22 0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뎡야/알엠/청춘들은 왜 늘 어리석고 슬픈지 모르겠어염~~
    젊은바다/깨우러 나와줘서 고마워...요즘 내가 어떻게 살고있는건지 나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