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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7일(제2호)장애인 대학생 교육차별에 저항하다!!

 

지난 11월 30일. 오후 2시. 세종문화예술회관 앞.

우리는 또다시 모였습니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언제 제출될지도 모르는 정부안을 기다리며, 막연하게 우리의 법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의 제정이 없이 우리 장애인대학생의 고등교육권의 확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특수교육진흥법 전면개정안이 다시 회부되었다고 합니다. 사실상 정부안으로 볼 수 있는 특수교육진흥법의 전면개정안 내에 있는  장애인대학생의 고등교육권에 대한 내용이 '너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법률규제심사위원회에서 '해야한다'라는 조항을 '할 수 있다'로 수정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일개 대학의 자유,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가 교육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당연한 교육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눈이 내렸습니다. 그만큼 바람도 차가웠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날씨도 우리의 교육권확보에 대한 열기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전국의 대학교에 있는 장애인대학생들이 받는 일상적인 차별을 알기에, 비인간적인 교육현실을 알기에 우리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장애인대학생들의 눈빛은 결연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니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비를 입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장애인 교육권 보장하라" 너무나도 단순한 이 10글자가 왜이렇게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이윽고 한 장애아 어머님이 단상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무겁게 입을 떼었습니다. "경찰이 누가 주동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 뒤에 주동자의 얼굴을 붙여왔습니다. 어머니들, 한번 들어주세요." 집회대오의 저 끝에서 주동자의 얼굴이 붙은 피켓이 하나, 둘 올라왔습니다. 자신의 아이들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예쁜 아이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담은 피켓을 부모님께서 눈물을 훔치시며 들고 계셨습니다. 우리의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이 생각났습니다. 장애아를 가진 부모님들이 가지는 원죄의식, 운명지어진 한이 그 날 겨울비보다 차갑게 뺨에서 흘러내렸습니다. 또 다시 가슴으로 외쳤습니다. "장애인 교육권 보장하라!" "장애인대학생 고등교육권 보장하라!"

 

 

  곧이어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장애인교육주체 즉, 장애인대학생을 비롯한 장애인 당사자, 장애아부모님, 예비특수교사 및 현장특수교사, 장애인권활동가들이 하나가 되어 인도로 평화행진을 시도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길은 검은 헬멧을 쓴 군인들에게 막히고, 우리는 고립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대로 멈춘다면 현실에 억눌려 포기한다면 '장애인교육권 확보'는, '장애인차별철폐'는 한낯 입에서 맴도는 구절에 지나지 않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상 정부군대와 억눌렸던 장애아부모님 그리고 장애인대학생을 비롯한 교육주체들의 대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이 전경들의 틈에 끼여있던 아이가 놀라서 울고, 다치는 일까지 발생하여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장애인교육권 방치라는 차별무기로, 군대라는 무력무기로 이렇게 저렇게 우리를 억압하는 대한민국입니다.

 

 

  약속이라도 한듯이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하라!" "장애인고등교육권보장하라" 대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며 도로로 뛰쳐나갔습니다. 우리를 교육시키지 않고도 당당한 정부를 향해, 우리의 교육에 대해선 그 어떠한 고민도 없음에도 너무나 떳떳한 교육부를 향해, 장애인교육주체들이 이렇게 추운 날 몇천명이 모여서 너무나 인간적인 권리를 얘기하는데 오직 검은 옷의 군대로 탄압만을 하는 대한민국을 이제는 멈춰야 했습니다. 도로를 점거하러 장애인대학생 및 예비특수교사 대학생들이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따라들어온 검은색의 정부군인들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끌고가서 욕하고, 주먹질을 하며, 비인간적으로 우리를 밖으로 끌어내었습니다. 추운 비는 계속 내렸습니다.

 

  국무조정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국무조정실에서 대표단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이런 극한 대치상황에 정부는 놀란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동안 억누르기만 하면 조용할 거라고 생각했던, 전혀 신경쓸 것이 못된다고 여겼던 '하찮은' 장애인, 장애아부모의 목소리는 그들의 예상보다 크고 뜨거웠음에, 우리들의 견고한 투쟁의지는 그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면담 자리에 얼굴을 비춘 것은 국무총리가 아닌 국무총리 비서관으로서 국무총리 면담 주선의 의사도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장애인교육주체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애인의 교육권을 차별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그런 '잘못된 것을 시정하라, 장애인교육권보장하라,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하라'고 외치는 장애인교육주체들을 면전에서 우롱하고 기만할 정도로 정부의 태도는 '차별' 그 자체 였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은 많은 사회적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 '장애'는 교육차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지금이 장애인교육주체들의 힘으로, 그 누구보다도 장애인대학생 당사자의 힘으로 그런 견고한 차별의 벽을 부수어 버릴 때입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정당한 요구'는 강의실에서 참고 공부한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거리에서, 같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그 차별철폐의 시작일 것입니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그 차별철폐, 고등교육권확보를 위해 거리로 나설 때라는 걸 우리는 압니다. 오로지 투쟁뿐입니다!

 

우리의 정당한 요구, 한시도 쉬지 말고 정부에 요구해야겠습니다!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하고, 장애인고등교육권 보장하라!!"




장애인 대학생 교육차별에 저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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