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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식 학자금 대출제도, 문제야 문제!!




등록금 후불제? 
'반값 등록금' 공약에 침묵하던 이명박 정부가 집권 2년 만에 드디어(!!!) 대학 등록금 문제를 거론했다. "학자금을 대출받으면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못해도 갚아야 되니까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이대통령의 말대로, 이번 정책의 취지는 단순하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라는 명칭 그대로, 학자금 대출 상환을 일정 소득 발생 이후로 미룬다는 것. 그리고 거치기간을 현행 10년에서 최장 25년으로 늘려서, 말하자면 빚을 좀더 늦게, 좀더 천천히 갚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장 학자금을 대출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는 점에서 환영할만도 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서민을 위한 정책이니, 사실상 '등록금 후불제'라니 호들갑떠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빚 갚는 걸 좀 수월하게 만들었다 뿐이지, (이것도 그래 보이는 건지, 정말 그런지 따져봐야겠지만) 대학 좀 다녀보겠다고 어마어마한 빚을 져야한다는 점에서는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도도입의 효과로 '학자금을 학생본인이 책임짐으로써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데, (http://blog.naver.com/mestblog 참조) 그냥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어차피 가족이라는 하나의 경제단위로 묶여있는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이 부모 명의가 되든 학생 명의가 되든 가족 전체가 빚으로 인해 고통 받는다는 점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교과부에서는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에서는 사실상 학자금이 부모의 부담으로 남는다고 말하지만, 도대체 지금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학생 중에서 그걸 자기 부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묻고 싶다.


 

 


요컨대 교육비가 고스란히 개별 가정의 부담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은 기존의 정책과 차이가 없으며, 또한 지금까지 시민단체나 야당에서 도입을 주장해왔던 '등록금 후불제'와도 전혀 다르다. 등록금 후불제란 단순히 빌린 돈 나중에 갚는 정책이 아니다. 다들 알고 있듯, 이는 근본적으로 정책 시행의 배경인 교육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까놓고 말해서, 현 정권에서 등록금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거라는 기대는 안 하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이건 현 정권에 대한 비난도 아니고 비관적 체념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왜? 교육에 대한, 근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현 정부의 관점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mb도 나라 망치고 싶진 않겠지만...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건 삽 한 자루'라는 진중권의 지적처럼, (http://www.ohmynews.com 6월 18일자 기사 참조) "비지니스 프렌들리" 운운하며 규제 완화, 시장 경쟁 등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적 뇌구조가 교육 문제에서만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 없는 것이다.

단편적인 예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강행된 일제고사나 자율형 사립고 확대를 보라. 투입 대비 산출의 극대화가 가장 중요한 신자유주의에서, 교육에서의 경쟁이나 엘리트 교육을 강조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들의 정체성에 비추어봤을때 이상한 건 오히려, "교육의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며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이다. 국가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상위1%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성의 측면에선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정부가 등록금이나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건, 국민을 상대로 사기치는 거거나 아니면 정말 자기 자신을 모르고 헛소리하는 거거나 둘 중 하나다. 서민을 위한답시고 내놓은 이번 등록금 정책이 실상 아무 해결이 안 되는 것 역시 그러한 신자유주의적 뇌구조가 가진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번 정책이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발상인 이유. 근본적인 문제 해결, 즉 빚을 안 지고도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돈없는 사람도 대학에 갈 수 있어야한다"라고 선심쓰듯 말하며 오히려 '돈없는 사람'을 빚쟁이로 만들 뿐이라는 것, 그리고 그 빚을 빌미로 신자유주의 체계에 복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레이버(David Graeber, 아나키스트 인류학자)가 지적하듯, '빚'이라는 기제를 통해 폭력이나 폭력에 근거한 불평등을 정당하고 도덕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http://trans-r.tistory.com/28 "학자금 대출? 그냥 안 갚으면 안 돼? 참조) 

이러한 통념은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돈을 빌렸으면 당연히 갚아야한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자는 부도덕하다! 그러나 문제는 애초에 돈을 빌려야만 하는, 우리가 빚쟁이가 되어야만 하는 상황 그 자체이다. 삶을 저당잡힌 채로 근면하게 노동하며 살아가기 전에, 우리가 왜 우리의 삶을 저당잡혀야만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러한 정체(!)에 대한 파악없이 "그 분이 다 해결해주실 거야"라는 식으로 표를 던지거나, 혹은 아직도 내 자식만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공정택같은 교육감을 뽑거나, 아이들 급식비가 아까워 예산 삭감해버리는 인간을 국회의원으로 뽑는한, 또 우리가 여전히 '등록금이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면 된다'는 근면하고 선량한 인간으로 사는한,
슬프지만 우린 "안 될 거다".



우리의 청춘을 돌려줘
앞서 구구절절 말한 바와 같이, 정부가 내놓은 이번 등록금 정책이 결코 '등록금 후불제'일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진짜 돈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등록금 후불제는 기본적으로 교육이 공공재라는 인식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후불제가 등록금 상한제 등과 함께 제안되는 것도 그때문이다. 교육을 공공재로, 혹은 공공재 비슷한 것으로라도 간주해야 한다는 발상은  교육의 기회 균등, 그리고 경쟁 아닌 교육이 가져오는 풍요로운 사회적 효과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에서 대학 교육을 아예 무상 교육으로 시행하거나 최소한의 등록금만을 책정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상위1%를 위한 교육이 아닌 99%를 위한 교육, 그것은 99%를 위한, 즉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로의 의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이, 대놓고 친기업, 친재벌, 친부자를 내세우는 현 정부가 절대로 서민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니 '나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근면하고 선량한 생각은, 사실 더이상 아무 소용이 없다. 열심히 해서, 대체 뭐가 되는지 생각해보자.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라는 긴 이름을 가진, 그래서 우리의 자립심을 길러준다는 이 고마운 제도가 시행되고 나면, 우리는 애써 취업한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다달이 떼여나가는, 국민연금보다 더 무시무시한 학자금 대출빚을 보게 될 것이다. 다행히 부모님이 등록금을 책임질 여유가 된다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부모도 자식에게 일종의 투자를 한다. 투자의 대가는 자식이 부모가 원하는 수준, 원하는 형태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가 투자 비용이 높을수록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에 우리의 삶을 저당잡히는 것이다. 당신은, 그래도 정말 괜찮은가? 당연히, 괜찮을리 없지 않은가. 

 '나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99%인 우리 모두를 진창에 처넣는 선량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바꿔야한다. 단지 대출빚을 갚을 시기를 조금만 늦춰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대학 좀 다녀보겠다는 죄로 기나긴 인생을 빚쟁이로 살아야하는 지금의 상황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야한다. 풍요로워야 할 교육의 공간이 단지 학점 경쟁의 공간으로, 고시 공부를 위해 청춘을 유예시키는 공간으로, 임금 노동자가 될 자격을 얻기 위해 거액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이상한 공간으로 작동하는 지금의 상황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야한다. 말로만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부러워하지말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당신의 풍요롭고 건강한 삶에의 욕망을 함께 이야기해야한다. 대학 교육의 무상 교육화, 하다못해 반값 등록금 공약 실천 요구는 결코 게으름뱅이의 투정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한 삶을 위한 지극히 당연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알바와 취업 스트레스에 찌든 우리의 슬픈 청춘이, 언제까지나 "안 될 거야, 아마"라고 말하지 않도록.  



posted by. 재이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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