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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4
    반은 해야, 시작이다.
    죠스

반은 해야, 시작이다.

 

 

 

 

 

 

 

 

 

 

은 해야, 시작이다.

 

 

 - ‘시작이 반이다’를 뒤집자!


                                                                                                                                                   

 


 

 

 

# 시작이 반이다?


 

 어느 날 우연히 몇몇 지인과 한 스님과 함께 차담을 하게 되었다. 한 분이 스님께 말을 건냈다.


 

  “저도 108배를 시작했어요.”

  “네. 얼마나 되셨어요?”

  “4일 되었어요.”

  “아직 시작 안 하셨네요.”


 

순간 “딱”, 세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나는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말을 할 때의 상황은 가지각색이지만, 초점은 언제나 ‘시작’에 맞춰져 있다. 뒤늦게라도 시작한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또 어떤 일을 새로 시작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도 이 말은 참 유용하다.

시작이라는 말이 주는 설레임에, 일의 절반이 벌써 이루어졌다는 의미까지 덧붙어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문장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마감을 하루 앞둔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시작이 반이잖아~” 하지만 자신 있게 뱉은 말과는 반대로, 밤새 밀린 일을 하느라 몸은 몸대로 축나고, 억지로 기간을 맞춰 끝낸 일은 대부분 엉망이다. 반도 못한 격이다. 야심차게 시작한 일들은 쉽게 접기 일쑤이고, 미루고 미루다 시작한 일들은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니, 결국 나에겐 무수한 시작만 있었을 뿐 뿌듯한 맺음은 없었다.


 

 # 시작의 과잉


 

나는 참 많은 것들을 ‘시작’하곤 한다. 대부분 내 삶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다. 사람들과 함께 책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도 그렇고, 외국어 공부도 그렇고, 하다못해 집에서 윗몸 일으키기를 하루에 50번씩 하겠다는 결심도 그렇다. 시작할 때부터 기분은 들뜬다. 마치 벌써부터 나의 S라인 몸매에서는 지적인 매력이 뿜어져 나오고, 입에서는 외국어가 술술 나올 거 같다. 

하지만 기분은 기분일 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내가 참고 견디고 노력해야 할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면, 어느새 나는 그 일을 접은 지 오래다. 

그렇다고 내가 내 능력과 게으름을 탓하며 무기력하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나는 하다가 그만 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 전에, 이미 다른 책, 다른 외국어, 다른 운동(팔굽혀펴기와 같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시작의 과잉. 시작만 있을 뿐, 이렇다 할 맺음은 없는 상황이다. 자, 진단은 끝났으니, 여기서 벗어날 길을 모색해보자. 
시작은 했는데 끝을 보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음... 그렇담 해결의 실마리는 ‘끝’에 있는 것일까.


 

 # 반은 해야, 시작이다.


 

나는 항상 내가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시작 안 하셨네요.”라는 스님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시작을 오해해도 한참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제의 핵심은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는 것에 있었다.

우리는 새롭고, 몸에 좋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좋다면 일단 시작하고 본다. 하다가 힘들거나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된다. 시작한 게 많으면 포기도 쉽다. 그 일을 그만두는 변명거리도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이때 시작은 아무 의미 없는 행위가 되고 만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일을 끝마치기는 그리 어렵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시작은 반이다’는 자신의 게으름이나 끈기 없음을 포장하는 말로 둔갑하고 만다. 

요즘처럼 새로운 것이 넘쳐나고, 눈 뜨기가 무섭게 소비해야 할 것이 늘어나고 또 그만큼 많은 것들이 쓰레기가 될 때에는, ‘시작은 반이다’라는 말을 뒤집어 생각해야 한다. ‘반은 해야,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다른 이의 강요나 유혹이 의미 없어지고, 시작이 주는 거품과 열기가 다 식어 오롯이 그 행위와 내 삶이 마주했을 때, 그때 우리는 시작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루함과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그 일의 끝까지 그리고 내 능력의 한계까지
묵묵히 그 행위를 밀고 나갈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시작이라는 말이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어느새 시작의 설레임도 포부도 순간 활활 타오른 열정도 다 식어 때려 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멋진 후반전을 향해 마음을 다잡고 맺음을 향해 달려갈 때!

그때 우리는 ‘시작은 반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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