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론노조 그린비출판사분회입니다. 바로 오늘(7/26), 노동조합 설립 4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린비분회의 투쟁과 활동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여 주신 여러분께 그간 그린비출판사와 노동조합에 있었던 변화들을 알려 드립니다.

지난 2015년 3월, 그린비분회는 <2014년도 임금 및 경영의혹 해소 협상을 마무리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링크), 노동조합 설립 이후 진행된 주주의 배당 및 경영 의혹의 상세, 경영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지 향후 주주의 배당을 제어하는 노사합의서 작성의 과정을 알려 드린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16년 2월, 그린비출판사의 노동자들은 경영난으로 인해 갑작스럽고, 정도가 매우 큰 노동조건의 후퇴를 겪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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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경영난과 희망퇴직 실시

경영 안정이 되기까지 주주의 배당을 제어하는 노사합의서를 작성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2016년 2월 회사는 전 직원 회의를 소집하였습니다. 전체 매출 이익에 절반 이상을 기여하고 있던 책의 저작권이 저자 측으로부터 회수되어, 회사가 곧 급격한 경영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공지되었습니다. 사측은 직원 회의에서 ‘경영난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경영진도 고민을 하겠지만, 직원들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당시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통해 직원들은 ‘(기존의 주력 분야와는 다른 분야에서의) 셀러 기획’, ‘임금의 한시적 삭감’ 등 다양한 고민과 의견을 제안했지만, 사측이 바란 ‘고민’은 그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방법으로 타개될 정도의 경영난이 아니다. 경영진으로서 1에서 100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생각해 보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까지 놓고 생각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전 직원 면담을 한 차례 진행한 후, 사측은 현재의 재정 상황 및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어떠한 문건 제시도 없이, “심각한 경영 위기라고 판단하여, 희망퇴직 인원을 받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규모로 퇴직 인원을 예상하고 있느냐?”는 분회 측의 질문에 “대표, 편집이사, 총무를 제외하고서, 다 나가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무책임한 회사의 답변에 분회는 강하게 반발하였고, 회사의 현 재정 상태와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문서를 요구했습니다(불친절하고 부족한 자료 제시로 인해, 수차례 재요구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수차례의 재요구 끝에 분회 측에 건네진 문건에 따르면, 주요 도서의 저작권이 회수된 이후부터는 현재와 같은 인원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① 노사 간 단체협약에 근거한 희망퇴직금 부여, ② 외주 수요 발생 시 희망퇴직자들에 대한 우선적 고려, ③ 경영난 호전 시 희망퇴직자의 우선적 채용 등을 조건으로 희망퇴직 실시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2016년 4월, 조합원 4명을 포함하여 총 9명이 퇴직하였습니다). 수차례의 재정 자료 요구와 희망퇴직 시의 조건 협상 등 일련의 과정은, 사내에 이미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신임 대표이사의 선임

희망퇴직 모집 과정 당시, 임성안 전 대표이사는 공식적/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도 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왔습니다. 회사에서 노동조합 및 직원들에게 제시한 재정 상황을 보았을 때, 당장 2017년만 하더라도 3~4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기에,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사내에는 이미 편집이사(현 관리부장)가 1명 더 있었기에, 자동적으로 남은 편집이사가 대표이사직을 맡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회의 예상과는 달리, 희망퇴직 실시 후 사측은 곧바로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고 통보를 해왔습니다.

신임 대표와의 첫 상견례가 예정된 당일, 신임 대표의 임금 규모를 묻는 분회의 질문에 당시 이사는 “나에게는 알려 줄 권한이 없다”라는 답변을 해왔습니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남은 직원들에게 앞으로는 모든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고, 분회가 요구하는 자료도 가능한 한 모두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회사 측에는 충분히 이 답에 응해야 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답변을 촉구했으나, “개인 정보의 성격도 갖고 있기에 알려 줄 수 없다. 대표이사의 취임 후,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서 알려 주겠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회는 “대체 얼마의 임금을 받을 예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할 비용이 있었다면, 직원 한두 명은 더 남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며 분노와 배신감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분회는 9명의 직원이 퇴사를 했던 상황에서 대표 및 임원의 임금 액수가 개인 정보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6년 7월 현재, 사측은 아직 신임 대표이사의 임금을 비롯한 임원의 임금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 2016년 7월 현재, 그린비출판사에는 대표이사와 관리부장(전 편집이사), 총무, 편집부 직원 2명(총 5명/조합원 2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파주 월롱면 소재 창고로의 사무실 이전

희망퇴직에 관한 공지가 있었을 때에, 관리비 절감을 위한 사무실 이전에 대한 공지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린비출판사는 2015년 11월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소재한 사무실에서 은평구 증산동에 소재한 사무실로 이전한 상태였는데, 증산동 사무실로 이전한 지 3개월도 채 안 된 시점에 파주 창고로 사무실을 이전한다는 공지가 다시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측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새 임차인이 구해지기 전까지는 증산동 사무실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희망퇴직 실시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창고에서 일하시던 분들도 모두 희망퇴직을 한 상황이라 창고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 임차인을 구하기 전이기는 하지만, 전 직원이 창고로 들어가자. 하루라도 빨리 창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직원들이 잠깐만이라도 창고 업무를 맡아 줄 인력을 찾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서둘러 증산동 사무실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증산동 사무실은 비워진 채 방치되어 있으며,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아, 매달 150만 원의 월세를 건물주에게 지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갑작스러운 노동조건의 변화이기는 하지만, 왕복 3시간이 넘는 긴 출퇴근 시간 자체는 많은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에 그럭저럭 감내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파주 월롱의 한갓진 마을길을 15분가량 걸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수시로 다니는 덤프 트럭들을 주의해서 다니는 것도, 인근에 있는 군 시설에서 이따금씩 들려오는 대포 소리와 총소리도, 3개월째 출근하고 있는 현재에는 익숙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출이 늦고, 일몰이 빨라지는 동절기의 출퇴근을 생각하면 아찔해지기도 합니다. 대표 포함 5명의 구성원 중 3명이 여성 직원이고, 이 중 총무직을 맡은 직원은 업무의 특성상 오전 7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출퇴근길 안전 문제에 대한 사측의 고려나 배려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퇴근하라”는 지시 외에는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투명하고 성실한 경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현재 그린비분회는 경영난으로 인한 일련의 노동조건 후퇴를 받아들이고 파주 창고 내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영난 타개를 위해 노동자들이 업무에 집중하기를 진정 바란다면, 사측은 조만간 진행될 임금협상에서 경영 상황을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9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퇴직을 하고, 서울에 버젓이 있는 (심지어 다른 입주자를 찾지 못해 임대료까지 꼬박꼬박 지불하고 있는) 증산동 사무실을 비우고서 우리가 이곳까지 와야만 한다고 판단한 경영적 판단이 합당한 것이었는지, 협상 과정에서 성실히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대표이사와 임원의 임금 공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료들의 공개 없이, 분회는 향후 어떠한 노동조건의 후퇴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출판사 경영진들의 손가락은 지금 어디를 가리키고 있습니까?

그린비출판사에 노동조합이 생기고 노사 간 갈등이 불거진 이후, “그린비출판사 노동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출판사 입사 면접 단골질문이 되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는 합니다. 이러한 반노조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씁쓸한 마음이 드는 한편, 분노를 감출 수 없습니다.

출판계 불황은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권리를 찾으려는 노동자들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노동 권리조차 보장해 줄 수 없는 사업장, ‘지식인’, ‘출판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명예를 앞세워 젊은 직원들에게 열정노동을 강요하는 사업장…….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용을 하고, 착취와 해고를 일삼는 출판 노동관행을 바꾸어 내야 합니다.

출판사 경영진들의 손가락은 지금 어디를 가리키고 있습니까? 출판사 경영진들은 출판산업을 제대로 지원해 주지 못하고 있는 정부, 중소출판사들을 상대로 낮은 공급률을 유지하며 이윤의 선순환을 방해하는 대형서점과는 제대로 맞서지도 못한 채,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만 애꿎은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토록 애지중지 여기는 ‘경영의 권리’를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권리로 행사할 것이 아니라, 출판 경영에 친화적인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행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노동조합 설립 이후, “회사를 말아 먹으려는 노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온갖 모욕과 비난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2012년 5월,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하기도 이전에, 사측과 제대로 된 공식 대화를 해보기도 이전에, 노동조합에 대한 반감으로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회사를 차리고, 주요 저작권들이 이탈되도록 방치한 것은 사측 일원들이었습니다. 과거의 초과 근로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 없이, 일방적으로 출퇴근 기록계를 설치하고, 분급삭감과 징계를 거론해 분란을 일으킨 것은 사측이었습니다. ‘노조 때문에 회사가 경영난에 처했다’는 비방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이것이 정녕 노조 때문이었습니까?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마치 출판노동자들이 감내해야 할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노조에 대한 비난을 일삼는 이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회사는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이윤을 내는 곳입니다. 노동자들이 책을 빨리 만들어 내는 것이 경영난 타개의 관건이라며 ‘노동’을 강조하는 경영진들의 입이, 정작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말할 때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모든 공(功)은 경영자들의 것으로 돌리면서 말입니다. 우리 출판노동자들이 노동 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좀더 자부심을 가지고 싸우면 좋겠습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궂은 일 마다하지 않은 것은 바로 ‘우리’입니다. ‘출판’, ‘지식산업’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 뒤에 감추어진 ‘노동’의 자리를 함께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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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4주년을 맞은 오늘, 이러한 급격한 노동조건의 후퇴에 대해 알리는 것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견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분회 역시도 회사의 경영난 타개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더욱 열심히 노동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2016년 7월 26일
분회 설립 4주년을 맞아
전국언론노동조합 그린비출판사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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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6 11:00 2016/07/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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