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 11차 교섭을 마지막으로 2014년도 임금 및 경영의혹 해소를 위한 노사 협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초부터 ‘경영의혹 해소’라는 이름으로 68일차까지 진행한 선전전 역시 마무리합니다.
경영의혹과 주주 배당
그린비 노사는 작년 10월에 2014년 임금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사측은 매우 낮은 수준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했으며, 뒤이은 후속 교섭에서도 협상의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처음에 제시한 낮은 인상률을 계속해서 고수했습니다. 게다가 사측은 노측이 요구한 임금에 관한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등 불성실한 교섭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사측이 보인 이런 모습들로 인해 분회는 사측 교섭위원(경영진)에게 교섭의 실질적인 결정권이 없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고 사측이 태도를 바꾸어 성실히 교섭에 임하기 전까지 교섭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그즈음 현재 그린비출판사의 유일한 주주인 유재건 전 대표가 거액의 주주 배당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통해 분회가 우려하고 있던 경영 의혹이 더 이상 의혹에 불과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하여 분회는 이 사실들을 공개적으로 알릴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영 의혹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피케팅 등을 시작하면서 분회가 가장 무게를 둔 것은 고액의 주주 배당으로 인해 불거진 경영의혹을 해소하는 문제였습니다. 2012년에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그린비출판사의 모든 주식을 보유한 당시 대표이사의 주식배당이 시작되었습니다. 배당은 2년에 걸쳐 연속으로 이루어졌고, 매출하락이 지속되며 장기적인 경영위기를 예측케 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경영상 비전이 없이 이루어진 고액의 배당이었기에 의혹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주주가 2014년에 출판유관 업체를 설립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고액 배당을 둘러싼 경영상의 의혹을 더욱 가중시킵니다. 그리고 새롭게 대표이사직에 오른 경영진들은 대표이사직에 오른 2013년 말부터 교섭을 앞둔 2014년 10월까지 사내에서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비전을 논의할 수 있는 회의를 거의 개최하지 않으며 경영을 방임하였습니다.
언론노조 그린비출판사 분회는 유재건 주주의 새로운 업체 설립과 고액의 주주 배당, 그리고 새 경영진의 경영방임이 깊은 연관을 맺고 있으며, 그것이 그린비출판사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요인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노사협상에서 ‘경영의혹’은 핵심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고, 68일 동안의 선전전에서도 핵심 투쟁 이슈였습니다. 지난 1월부터 다시 급물살을 탄 노사협상에서는, 고액의 주주 배당을 제어하고 현 그린비출판사의 미래를 위해 경영을 속히 정상화하자는 데에 노사가 공감하며 타결의 물꼬를 트게 되었습니다.
이에 2개월 여간의 교섭 중단기를 거쳐 총 11차에 이른 교섭 끝에 노사는 주주의 동의하에 주주 배당을 제어하는 합의문을 작성하였습니다. 합의문의 핵심 요지는 출판불황과 경영위기 국면인 당분간 주주가 배당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노사가 경영과 노동의 책임을 함께 진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주 배당의 제어를 통해 경영의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 경영진의 실질적인 경영 책임과 의무를(상징적인 수준에서나마) 명시한 것은 적지 않은 성과로 판단됩니다. 이리하여 분회는 5개월여간 지속된 경영의혹 해소 투쟁을 마무리하기로 하였습니다.
임금 및 근태관리 협상
경영의혹이라는 쟁점에 의해 사실상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역시 민감한 사안이었던 연차 사용 등의 근태관리 문제 역시 노사 간의 상호 양보를 통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4년도 임금협상은 노사 간 입장의 큰 차이를 보였으나, 경영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합의문 작성의 물꼬를 트며 상호 양보하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5년 3월에 체결된 이 협상은 사실상 2014년도의 임금안에 대한 것입니다. 그만큼 지난 노사 간의 갈등이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것이었음을 말해 주기도 합니다.
노사협상과 경영의혹 해소 선전전을 마무리하며
노사 간 협상에서 완전한 해결이란 쉽게 찾아오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 협상이 적지 않은 성과를 담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쉬운 점을 남기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쉬움은 추후의 과제로 삼고 가고자 합니다.
저희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쌤앤파커스 성폭력 사건 투쟁이 연초에 사측으로부터의 사과를 받아 내며 마무리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출판불황의 시대, 노동자들의 고용과 자기결정권이 위협받는 이 시대에 더더욱 출판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야 함을 확인하게 됩니다. 멀리 보고, 천천히 가며 여러 사업장에 흩어진 출판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그린비분회가 되겠습니다. 그간 함께 마음과 몸으로 연대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5년 3월 27일
언론노조 그린비출판사 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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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홀씨 2015/03/27 19:2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투쟁~
그린비 분회 2015/04/07 17:36 고유주소 고치기
민들레홀씨 님, 분회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투쟁!!^^┘
순진한양 2015/04/06 09:2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음... 잘 해결(?)이 된 건가요?
추운날 밖에서 고생하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요.
예전에 제가 그토록 좋아하던 그린비의 모습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홧팅!
그린비 분회 2015/04/07 17:36 고유주소 고치기
네, 순진한양 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덕에, 완전한 해결까지는 아니지만, 향후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 단초들을 해결하였습니다.
한창 추워질 때에 투쟁을 시작했는데, 겨울이 끝나고서 투쟁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날씨도 투쟁을 아는가 봅니다ㅠㅠ). 다음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그린비, 그린비분회 모두에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