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가 성적 향상 효과를 낳았나?

고구마를 캐다보면 정말이지 이놈들이 땅속에 얼마나 더 묻혀 있는지  짐작할 수가 없다. 캐면 캘수록 줄줄이 달려나오기 때문이다.  이제 엔간히 다 나왔다 싶어 호미로 흙을 고르다보면 운좋게 몇 개 더 걸린다.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된 이후로 성적 조작 사건이 그야말로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달려 나오고 있다. 대개의 사건 사고가 그렇지만 이번 성적 조작 사건도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경고했었다. 시험을 보고, 성적을 공개하고, 잘잘못을 가려 상/벌을 주게 되면, 반드시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거라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적 조작. 즉 성적이 낮은 아이들은 아예 학교를 못 오게 하거나 시험지를 주지 않고, 아니면 결과 보고에서 누락시키는 방식은 이미 '선진국' 미국과 영국에서 자행되던 선진적인 수법이었다.

 

수차례 경고를 했음에도 도대체 말을 듣지도 쳐먹지도 않던 정부가 이제 와서 대책을 마련한다 한들 허투루 쓰고 만 세금 170억 원은 누가 책임질 셈인가. 차제에 미국에서 나온 일제고사에 대한 관련 글을 몇 개 싣는다. 영어좀 한다는 양반들이라 그런지 국내 학자들이 제 아무리 경고해봐야 듣지 않는 것 같다. 여기 글로발 스탠다드, 미국 사례 나가신다.

 

아다시피 미국은 과거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뒤쳐지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도록' (NCLB) 끊임없이 시험을 치르게 하여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도록 했다. 이제 시행된지 벌써 7년이 되어가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이 정책이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고, 숱한 논란만을 낳았다. 급기야 신임 오바마 대통령은  NCLB 정책을 대폭 수정할 참이다.

 

이 정책을 시행한 미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베껴온 한국에서도 내세우는 목표는 바로 학력향상이다. 즉 잘볼때까지 계속 시험을 치르게 해서 잘하면 상주고 못하면 벌주는 게 사실 이 정책의 핵심이다. 그런데 먼저 시행을 해본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시험을 치르게 해봤자 실제 성적 향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인종간, 계층간 학력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래는 보고서를 발표한 연구소에서 내 보도자료를 번역한 것이며, 아래 링크에 가면 연구보고서의 원문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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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LB 평가: NCLB 정책이 인종간 학력 격차를 좁히거나 학업성취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2006. 6. 14



하버드 대학 시민권 연구소 The Civil Rights Project at Harvard University (CRP)는 NCLB 정책이 성취도 격차를 좁히는 데 있어서나 읽기와 수학 성적의 향상에 있어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2014년까지 모든 학생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NCLB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성취도 격차의 추적과 성취도 격차에 대한 NCLB의 영향 평가: 전국/주(州) 읽기와 수학 점수에 대한 심층 고찰” 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전국학업성취도평가 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 Progress (NAEP) 결과를 주(州)별 학력평가 결과와 비교한 결과, NCLB가 요구하는 고위험 평가와 그에 따른 처벌이 계획한대로 잘 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NCLB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기존 연구 및 부시 정부의 주장과는 차이점을 보여준다.


NCLB에 따르면 각 주(州)는 책무성과 효율성을 측정할 학력평가의 종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 후에 주(州)는 학력평가 결과에 따라 성적이 낮은 학교에 대해 처벌을 줘야 한다. NCLB는 각 주(州)가 일정한 목표수준을 정하고 모든 학생이 그 수준에 도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NCLB 시행 이래 주(州)별 학력평가 결과, 성적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학생들의 전국학업성취도평가(NAEP) 성적은 향상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고서의 저자인 뉴욕주립대학 이재경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NCLB가 강제하는 주(州)별 학력평가와 전국학업성취도평가는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주(州)별 시험에서 성적이 향상되었다면 당연히 전국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목격한 것은 시험의 위험부담이 높을수록 결과의 불일치도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비춰볼 때, NCLB 시행 이후 학력격차를 줄였다거나 학력이 향상되었다는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이번 보고서는 NCLB 시행 이전 기간(1990-2000)과 NCLB 시행 이후 기간(2002-2005) 동안 각 주별 학력평가 결과와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비교하였다. 전국과 각 주의 4학년, 8학년 학생들을 인종별, 계층별로 나누어 NCLB 이전과 NCLB 이후로 읽기와 수학 성적을 비교하였다.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 NCLB는 전국에 걸쳐 읽기와 수학 성적 향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기초하여 NCLB 시행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읽기와 수학 전국 평균점수는 별 차이가 없었다. 4학년 수학점수는 NCLB 시행 직후 약간 상승했으나 곧 예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갔다. 결국 이 상태로 가다간 2014년까지 모든 학생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와는 멀어질 것이다. 고작해야 읽기에서는 24-34%의 학생만이, 수학에서는 29-64%의 학생만이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 NCLB는 주(州)와 전국의 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국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서 나타나는 인종간 사회계층간 성취도 격차는 NCLB가 시행된 이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백인학생과 소외계층 학생 간의 성취도 격차는 2014년까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 NCLB 시행 이전부터 시험 중심의 책무성 정책을 도입한 주(州)들의 불확실한 성공사례를 확대하려는 시도, 1세대 책무성 주(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정책은 실패했다. 1세대 주들은 성적이 향상되지도 않았고, NCLB 시행 이후에 시험 중심의 책무성 정책을 도입한 주(2세대)에 해당 정책의 효과를 전달해주지도 못했다. 게다가 1세대, 2세대 주 모두 NCLB 시행 이후 성취도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 NCLB는 학교 책무성의 토대를 주(州)의 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가 관장하는 평가가 효율성을 과대평가하고 인종간 계층간 성취도 격차를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평가의 위험성이 높을수록 전국학업성취도평가와 주의 평가 결과 간에 불일치 정도가 높았다. 특히 가난한 흑인, 히스패닉 학생들에게서 불일치 정도가 높았다.


관련 내용 원문 보기

http://www.civilrightsproject.ucla.edu/news/pressreleases/nclb_report06.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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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17:52 2009/02/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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