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달라고 말을 해야 주지

- 청두에서 하룻밤

 

티벳을 가기로 결정하기까지 그리고 출발 전날 준비하기까지 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만큼 티벳이란 곳을 무심한 마음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저녁 비행기로 인천을 출발해 청두에 도착하니 밤 12시를 넘어가고 있다.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위해 아침 8시 모닝콜을 부탁해놨으니 아침식사도 하고 여유있게 준비하란다. 익숙한 듯 대강 씻고 편히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 7시 반쯤에 눈이 떠진다. 청두는 고지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라 쨍쨍한 햇살을 보기가 힘들단다. 아침부터 희부연 하늘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그나마 숙소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인공적으로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은 없다. 아파트 베란다가 길가로 나 있어서 빨래며 평소에 잘 안 쓰는 각종 살림살이들을 누구나 보게 되어 있다.

8시가 넘었는데 전화기는 울지 않는다. 모닝콜을 부탁했다는데... 내가 프론트를 깨워줘야 하나...

 

호텔 식당에 내려갔다. 종업원에게 “커피?” 하고 물으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라? 근데 한국에서부터 동행한 청년은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게 아닌가. 물어보니 달라고 하니 줬단다. 아까 종업원을 다시 불러 “커피, 플리즈” 하니 그제야 서랍을 뒤져 인스턴트 커피 한 봉지를 타서 건네준다. 거 참. 처음에 ‘커피 있냐’고 물었을 때 진즉에 줬으면 될 것을.

 

호텔 로비 한 켠에 조그만 기념품 코너가 있는데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아마도 무명시절이었을 젊은 양조위가 충전기 모델을 하고 있는 모습이 풋풋하니 새롭다. 이걸로 충전을 하고 나면 마치 레이저라도 쏠 수 있을 듯 강렬한 눈빛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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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09:56 2012/02/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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