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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

29.

문득 느낀건데 나는 길거리에 보는 일반의 나이든 남성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감이 있는 것 같다. 지하철을 생각해보면, 날 쳐다보는 것도 싫고, 옆에 앉는 것도 싫고, 앞에 서있는 것도 싫다. 새삼, 아, 내가 그랬구나...

28.

당장 하룻밤을 자고 생각해보니 우선 그냥 두자, 싶다. 욕먹을 일을 했으면 욕 먹는 것이고, 그것이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 해도 굳이 무리수를 두어 다시 어긋난 후 '그것봐, 진심따위 통하지 않아'라고 핑계댈 것이 아니라, 풀릴만한 때가 왔을 때 풀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중자애 해야지.

26.

"솔직함을 가장한 폭력"이라고 나의 행동을 진단한 적이 있었다. 내게 그리 진단했었다고 다른 이의 솔직 또한 폭력이라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 안다.

우리는 만나야 할까? 대충 덮어두려고 했던 이야기를, 만나서 나누고, 어쩌면 내게만 있을지도 모르는 불편함을 털어내야 할까? 그런데 우리가 이야기를 잘 나눌 수 있을까? 마지막 질문엔 글쎄라는 혼잣말과 고개를 가로젓는다. 내 편견일까, 내 두려움일까? 그이가 가진 대단한 솔직함과 (내가 느끼기에) 일방통행에 가까운 나누는 스타일에, 잘 모르겠다. 그리고 두렵다. 시도는 좋았으나 괜히 만났구나, 라고 씁쓸해질까봐. 넌 너무 용기없다고 조언해도 겁나는 걸 어떡하나요. 그 씁쓸함과 불편함을 견디기에 아직 나는 작은 그릇이다.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그녀에게 향하는 편견과 불편함이 있다. 진심은 통한다, 는 말을 믿으며 그녀를 만나보아야 하나. 역시 겁이 난다. 결론은 서두르지 않아야 겠다는 것.

25.

어제는 명색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그와 나는 9시 뉴스를 보다가 잠들어서 오늘 아침 11시에 겨우 기상, 엄마네 집에 점심 먹을 겸, 외할아버지/할머니를 보러 다녀왔다. 14시간 숙면이라. 좋고만.

집에 가니 할아버지는 언제 내가 정치를 하는 거냐고 물으신다. 할아버지는 아주아주 나이가 많으시다. 자기는 진작부터 내가 그럴거라 생각했다며, 형을 붙들고 꼬치 꼬치 물으신다. 나중에 그에게 뭐라 했냐 물으니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했다며 웃는다. 풋. 할아버지가 너무 귀엽다. 그는 늘 나를 예뻐했다, 물론 나만이 아니라 모든 손주들에게 따뜻하셨다. 친척들에게서 따뜻함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엉키고 엉킨 실타래 같은 느낌인데, 그래서 더욱 고맙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그 전날 통화를 하며 할머니는 왜 2세를 갖지 않느냐 물으셨다. 처음에는 2세가 아니라 "이사"로 들었다. 오래 이사를 안간건 어찌알고 그 참견까지 다 하시는 고만, 했었다. 그런데 2세더라. 그래서 할머니에게 "할머니의 자식이 7명이고 거기에 둘 씩 손주들이 있는데, 무슨 증손자까지 챙기시느냐, 이름도 다 모르시면서"라 투덜댔다. 그랬더니 웃고 마신다. 할머니, 그만! 다행히 오늘 얼굴보고서는 2세 얘기는 안하시더라. 형이 난처할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리고 비어있는 둘째언니네 다녀왔다. 영하 11도의 날씨에 동파되진 않았나 싶어서. 다행히 괜찮도만. 꼼꼼한 둘째언니님께서 화장실에 물도 한두방울 떨어지게 틀어놓고 가신지라. 마음이 무거웠는데 한결 가벼워졌다.

23.

이번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휴가. 좋다. 더 쉬고 싶어지는 걸~

어제 송년회에 다녀왔다. 약간 무거운 걸음이었지만 가니 좋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웃고 얘기하면 되는 사이들. 물론 그 와중에 이렇게 수다떠는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사이일까 하는 의심도 했지만. 그리고 8시반쯤 다른 뒤풀이 합류. 오늘도 송년회가 있는데 어제 너무 달려버렸네. 어흠.

이제 목욕재개(재개가 이거 맞나...?)하고 다음 송년회를 하러 가야지. 아자!

12.

2012년 다이어리를 장만했다. 그 무엇보다 1년을 가장 가까이서 꼼꼼하게 함께 할 녀석이 반갑다. 1년, 말썽부리지 말고 내 곁에 잘 있어주렴.

오늘 책<호모 부커스 2.0>에서 읽은 한 구절.

... "너 그러다 정말 '짐승'된다" 직장인 1년차, 이 말은 내게 전혀 농담이 아니었다. 머리와 가슴은 나날이 비어가고 있었다. 직장생활이란 영혼을 파는 일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에 바치고, 남는 시간은 다음날 노동을 위해 휴식하는 삶. 노동하는 사람의 일상은 그렇다. 더구나 직장은 '성숙한 수컷'이 되기를 요구한다.... 출근, 일, 퇴근, 잠, 다시 출근, 일, 야근, 회식 순으로 반복되는 일상. 짐승은 생존을 위해 산다. 직장에 익숙해질 수록 나는 점점 성숙한 수컷, 짐승이 되는 느낌이었다. 텅 빈 머리와 냉랭한 가슴. 내가 바라던 삶이 과연 이거였을까...

10.

어제는 송년회. 말 그대로 송년회이지만 적잖이 신경쓰였었나보다. 뭔가 대단히 큰 일이 끝난 듯한 기분이로구만.

송년회에 오는 모든 이들이 적은 쪽지는 [2011년을 마무리하며 얻고 싶은 것, 버리고 싶은 것]이었다.

내가 적은 얻고 싶은 것은...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자기성찰' 

버리고 싶은 것은... 똘똘해야한다는 강박(똘똘한 척 하기), 남의 눈으로 날 보기.

8.

지갑에 한웅큼 쌓여있던 영수증을 정리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

오늘은 사무실에 와서 몹시 정신없이 굴었다. 재정정리하다 말고 가위질하고, 가위질 하고 풀 칠 하다말고 홈페이지 확인하고, 홈페이지 확인하다 말고 보고 쓰고, 보고 쓰다 말고 또 다른일 하고. 마음이 급했나보다. 암튼 끝. 시원.

6.

읽은 책의 한 구절 "이제는 정말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한다. 농사꾼과 행상과 어부와 노동자가 글을 써야 한다.  (중략) 삶 속에서 절로 터져나오는 내 생각과 내 느낌과 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글을 써야한다. 그리하여 글이 온 세상에 강물처럼 흘러 넘쳐야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내가 만드는 잡지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어제 오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11월 중순 쯤 아끼는 후배와 약속을 잡았었다. 2주 뒤인 30일로. 그런데 회의가 쌓여 그 날 만나지 못했다. 좀 더 미리 연락할 수 있었는데, 계속 까먹다가 당일 오전에서야 연락해주었다. 미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석 시험 발표 날이었다. 그걸 알고 더 미안했다. 일요일 아침부터 아팠다. 그런데 그 전에 미룬 후배와의 약속을 일요일로 다시 잡아놓은 터였다. 형을 방에서 쫓아내고 약먹고 땀을 뻘뻘 흘리고 5시반에 안방 문을 열고 기어나와 약속이 있다며 씻었다. 형은 투덜 투덜. 1) 아픈데 어딜 가느냐 2) 아프다고 내내 자더니 약속있다고 나간단 말이냐!!(나랑은 놀아주지 않고) 이런 걸로 투덜 투덜. 신발을 신으며 형에게 "1번은 충분히 이해하고, 나도 그랬을 테니까, 근데 2번 말이야. 내가 그렇게 좋아? 푸후훗" 그랬더니 밥을 쳐묵쳐묵 하면서 "당연하지!"라고 투덜투덜. 사랑스럽지 않은가.

어쨌든 그렇게 나갔다 일찍 들어와서 오늘 아침. 오후 1시가 다 되어 겨우 일어났다. 사이사이 마음이 불편해서 계속 깨기는 했지만 아프니 꼼짝을 못하겠더라. 그런데 오늘은 편집할 게 한 가득. 오늘 그걸 마쳐야 내일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어쩌고.. 곰처럼 앉아서 편집하고 검토하시라 메일을 날리고 집에 왔다. 기운은 좀 없지만 다행히 몸은 점점 나아져간다. 거센 바람이 좀 지나가면 휴가를 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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