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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4
    <스타스톤>, 진심과 성의 없는 대인관계 능력증진게임(2)
    퍼플렉싱

<스타스톤>, 진심과 성의 없는 대인관계 능력증진게임

<스타스톤>은 한국게임산업진흥원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기획하고, 베토인터랙티브가 제작한 시리어스 게임(기능성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이야기는 이렇다. 태어나면서 누구나 하나씩 갖게되는 별자리의 황도 12궁좌는 사람의 심성을 곱게 만들어주는데, 악의 신이 야욕을 위해 그 힘을 빼앗아가고, 별의 힘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나쁜 감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12궁좌의 성인들은 각 별자리의 특성을 타고난 12명의 용사를 이용해 별자리를 다시 빛낼 '스타스톤'이라는 보석을 찾게 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6명의 캐릭터(어라, 6명?)중 자신의 플레이어 캐릭터와 함께 할 동료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 게임 <스타스톤>이 그렇게도 강조하는 것은 동료와 함께 모험하는 과정이다. '게임의 목표'인 보석을 모아 별자리를 다시 빛내는 엔딩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상대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게임의 목적'이 중요하다는 숭고한 선언을 매뉴얼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실체는 매뉴얼에서 선언한 숭고한 이상과는 전혀 다르다. 그 문제는 그 선언에 대한 진심과 성의의 부족이다.

아이들의 대인관계 개선을 위해 나왔다는 게임에 진심과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작사인 베토인터랙티브의 상업용 작품인 <피싱온>과 비교해봐도, 회사가 이 게임에 얼마나 무성의했는지 알 수 있다.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조작감, 게임 진행에 대한 안내의 부족, 공간활용 전혀 못 하는 맵 디자인은 그렇다고 치자. 매뉴얼에서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대인관계 증진은 동료와의 회화를 통해 나타난다. 이 회화는 갑작스럽게 나타나 플레이어에게 답변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회화에 게임과의 개연성은 없다. 모험과 회화라는 게임플레이가 거의 따로 분리된 것처럼, 회화는 모험 도중에 갑작스럽다고 생각할만큼 아주 단순한 조건에 의해 등장한다. 회화의 결과 역시 모험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다. 모험과 전투에 대한 전략적인 회화도 있지만 그것이 정말로 모험과 전투의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이 게임의 시스템에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회화마저도 있다.

이 게임의 모험과 전투는 이상한 던전 시리즈 같은 형태를 띄고 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움직이면 적도 움직이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목표는 보석을 모으는 것이기에 굳이 몬스터와 싸울 필요는 없다. 이런 면에서 <스타스톤>의 턴제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제압하기 위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몬스터를 직접공격으로 없애려 하면 폭력성 게이지가 올라가는데 그 게이지가 가득 차면 게임오버가 된다. (아마 배경설정상 스스로 악의 화신이 되어버린다는 거겠지만, 그런 것에 대한 캐릭터의 고민은 게임 상에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 폭력성 게이지가 가득 차면 그저 게임 오버 화면을 띄워줄 뿐인데, 어떠겠나?) 때문에 가능한 몬스터와의 접촉은 피한 채 보석을 수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러한 전략적 고민에서 동료는 철저히 배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투와 모험에 있어 동료는 플레이어 뒤를 따라오며 간혹 말을 걸어올 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전략적 회화를 내놓아도 그것은 말일 뿐, 실제 전략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말 뿐인 동료는 대인관계에 어떤 적극적인 기여도 하지 않는다. 회화도 일방적으로 말을 걸어올 뿐, 직접 말을 걸어 대답을 바랄 수는 없다. 회화부터 전투와 모험까지 모든 것을 플레이어에게 바라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이 대인관계일까?

과연 형식뿐인, 이름뿐인, 허울뿐인 선언만으로 대단한 게임을 만들었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말은 대단하다! 매뉴얼도, 보도자료도, 서울대 교수의 효과검증도, 교사들을 위한 지침서의 발간까지. 그런데 그런 대단한 게임에서 아이들의 대인관계 개선을 바라는 진심은 커녕 성의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은 나 뿐일까?



p.s. <스타스톤>의 제작을 기획한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은 제작사인 베토인터랙티브의 <피싱온>을 2006년 9월의 우수게임으로 선정했었다.


스타스톤
기획/한국게임산업진흥원
제작/베토인터랙티브

2006년 12월 출시.
2008년 3월 일반에 공개.

http://www.kogia.or.kr/culture/gc2_502.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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