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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8
    <나 오늘 죽는다>, 죽지마(5)
    퍼플렉싱

<나 오늘 죽는다>, 죽지마

 

죽어버린 세상아

dead world

그림자로 가득 찼네

full of shades

나 오늘 죽는다

Today I die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일 수도 있고 해석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은 글을 읽기 전에 게임을 해보세요.]

 

 

  한 여성이 자기 몸에 돌을 메고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녀에게 세상은 어둡고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이 세상이 죽어버렸다며 그림자를 피해 죽음을 택한다. 이제는 모든 것에 무심한 듯이 지긋이 눈을 감고 가라앉는 그녀...

 

  이 게임은 <스토리텔러>(Storyteller)와 <내가 달이었으면 좋겠어>(I wish I were the Moon)의 제작자인 다니엘 벤메르귀(Daniel Benmergui, 이 발음이 맞는지 모르겠다. 정확히 아는 분 있으면 덧글 부탁합니다)의 작품이다.

 

  우울한 도입부와 첫 화면에 계속 떠 있는 글귀(죽어버린 세상아, 그림자로 가득 찼네, 나는 오늘 죽는다)는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기 충분하다. 설상가상으로 가라앉는 그녀의 뒤로는 죽은 해파리들이 떠오른다. 죽음을 결심한 그녀가 중력에 몸을 맡기고 물 속으로 가라앉듯이, 죽은 해파리들은 물살에 몸을 맡기고 떠오르는 것이다. 죽은 존재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바다의 움직임과 중력에 의해 그 존재의 행방을 떠맡길 뿐이다.

  이 죽음이 만연한 곳에 삶을 부여하는 것은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즉, 그것은 당신이라는 삶의 존재이다. 플레이어는 가라앉는 여성과 죽어 떠오르는 해파리를 드래그해 움직일 수 있다. 이 게임을 풀어갈 힌트는 플레이어의 움직임(즉, 삶)에서 등장한다.

 

  해파리를 드래그하면 플레이어에게서 생명력을 얻은 해파리는 희미하지만 빛을 발한다. 그러나 곧 그 빛을 집어삼키려는 검은 물고기가 해파리를 향해 달려든다. 당신이 피해주어야 한다.

 

  해파리가 완연하게 생명의 빛을 되찾으면, Shine(빛난다)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Shine이라는 단어를 화면에 뜬 Die와 바꾸면, '오늘 나는 빛난다'가 되어 가라앉던 그녀에게서 빛이 난다. 플레이어의 단순한 클릭으로부터, 새로운 삶을 찾아갈 실마리가 나타난다. 이후의 플레이는 유사한 방식으로 흘러가 플레이어의 움직임(드래그)와 새로 나타나는 단어의 조합에 달렸다.

 

  조금은 말장난 같기도 한 이 퍼즐은, 긍정을 위한 자기암시의 메시지를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나는 죽는다'(Today I die)는 말에서 '죽는다'(die)는 말만 '빛난다'(shine)로 바꾸면 '오늘 나는 빛난다'(Today I shine)는 것이다(즉, 우리말에서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죽어버린 세계(dead world)라고, 고통스럽고(painful) 어두운(dark) 세계라고 하지 말고, 스스로 말을 바꾸면 죽고 싶은 마음도 바꿀 수 있고, 더 나아가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둡고 고통스러워 이 세상이 모두 죽어버린 것만 같지만, 작은 삶의 실마리나 한 마디 말에서 시작되는 긍정의 힘으로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 이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 우리에게는 중력이나 물살에 가라앉거나 이끌려 가지 않고, 직접 그것을 헤쳐 나아갈 힘이 있다.

 

 

자유로운 세상아

free world

아름다움으로 가득 찼네

full of beauty

나 오늘 헤엄쳐 간다

Today I swim

 

 

p.s. 이 게임의 엔딩은 두 가지(내가 아는 한)이다. 어떤 엔딩이냐는 플레이어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 지에 따라 달린 것 같다. 물론 정말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흔히 보지 못 하는 엔딩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나 오늘 죽는다

Today I Die

 

디자인 및 제작/다니엘 벤메르귀

 

2009년 5월 6일 공개

 

 

웹 상에서 플레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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