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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7
    <경찰의 야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16)
    퍼플렉싱
  2. 2008/05/24
    <스타스톤>, 진심과 성의 없는 대인관계 능력증진게임(2)
    퍼플렉싱

<경찰의 야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지난 주 PD수첩에서 보도한 공권력의 폭력을 보면서 생각 나는 게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제이슨 로러(Jason Rohrer, 인디 게임 디자이너. <여정>(Passage)을 비롯해 작지만 무거운 의미를 담은 인디게임들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게임은 모두 그의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다운로드해 플레이할 수 있다.)의 습작게임 <경찰의 야만>(Police Brutality)이다.

 

  게임의 방법과 목표는 간단하다.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을 막아서는 것이다.

 

<경찰의 야만>의 게임화면  게임이 시작되면 강당 앞에서 한 캐릭터가 소리를 지르고 경찰에 제압당한다. 강당의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린 붉은 캐릭터가 된다. 플레이어는 도움을 줄 마음이 있는 한 명의 녹색 캐릭터로 시작하고, 도움을 주자고 주변에 소리지를 수 있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망설이는 노란 캐릭터로 변하고, 한 번 더 소리를 지르면 도움을 줄 결심을 한 녹색 캐릭터로 변한다.

 

  녹색으로 변한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그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제압당한 보라색 캐릭터를 강당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경찰을 막아서야 한다. 캐릭터를 클릭하고 이동할 위치를 클릭하면 캐릭터들을 이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녹색 캐릭터도 경찰이 곁으로 다가오면 다시 겁에 질린 붉은 캐릭터로 변해 아무 것도 하지 못 하게 된다. 경찰이 멀어지면 녹색 캐릭터가 그 붉은 캐릭터에게 소리를 질러 도움을 주도록 촉구해야 한다. 하지만 소리 지르는 것이 경찰에게 들리면 경찰은 소리를 지른 사람도 찾아서 제압하고 만다. 제압된 캐릭터는 보라색 캐릭터로 변해 다시는 움직이지 못 하고 경찰에게 끌려간다.

 

  나는 플레이할 때마다 실패했다. 몇 번을 플레이해도 경찰이 그들을 끌고 나갔다. 플레이어가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수적으로 훨씬 많음에도 경찰은 너무나 강력하다. 이길 수 있는 전략이 과연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이슨 로러가 이 게임을 디자인하게 된 계기는 2007년 플로리다주립대학 강당에서 일어난 진압사건의 동영상이라고 한다. 당시 강당에서는 존 케리 상원의원이 강연 중이었고, 대학의 한 학생이 질문시간에 존 케리 의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강당을 지키던 경찰이 학생을 둘러쌌고, "내가 뭘 했길래 이러느냐"며 저항하던 학생을 체포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학생을 전기충격기로 제압하는 장면이다.

 

 

  로러가 동영상을 보고 의아했던 것은, 왜 다른 학생들이 체포 당하고 전기충격기로 제압 당하는 학생을 도와주거나 적어도 그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체포 당하는 학생의 "도와달라"는 소리에도 다른 학생들은 모두 쳐다보기만 했다. 로러는 자신이라면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해봤던 그의 아내는 직접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반문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모두 얼어붙는다는 것이다.

 

<PD수첩> 방송장면  만약 내가 현장에 있었다면 당당하게 나서서 항의할 수 있었을까? 이 게임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고 있다. 플레이어는 이미 도와줄 준비가 된 캐릭터로 시작한다. 이 게임은 '항의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항의할 수 있을까에 대해 답해주지 않는다. 로러의 아내가 말한 것처럼, 그건 '직접'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게임은 오히려 항의의 결과가 비참한 제압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그것이 쉽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로러 역시,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스스로 많은 전략을 구상해보았지만, 그 어떤 전략보다 "실제 상황에서 그것을 행동에 옮길 용기가 있기를 바란다"고 고백한다.

 

 

경찰의 야만

Police Brutality

 

디자인 및 제작/제이슨 로러

 

2008년 5월 10일 공개

 

 

자유롭게 다운로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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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스톤>, 진심과 성의 없는 대인관계 능력증진게임

<스타스톤>은 한국게임산업진흥원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기획하고, 베토인터랙티브가 제작한 시리어스 게임(기능성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이야기는 이렇다. 태어나면서 누구나 하나씩 갖게되는 별자리의 황도 12궁좌는 사람의 심성을 곱게 만들어주는데, 악의 신이 야욕을 위해 그 힘을 빼앗아가고, 별의 힘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나쁜 감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12궁좌의 성인들은 각 별자리의 특성을 타고난 12명의 용사를 이용해 별자리를 다시 빛낼 '스타스톤'이라는 보석을 찾게 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6명의 캐릭터(어라, 6명?)중 자신의 플레이어 캐릭터와 함께 할 동료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 게임 <스타스톤>이 그렇게도 강조하는 것은 동료와 함께 모험하는 과정이다. '게임의 목표'인 보석을 모아 별자리를 다시 빛내는 엔딩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상대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게임의 목적'이 중요하다는 숭고한 선언을 매뉴얼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실체는 매뉴얼에서 선언한 숭고한 이상과는 전혀 다르다. 그 문제는 그 선언에 대한 진심과 성의의 부족이다.

아이들의 대인관계 개선을 위해 나왔다는 게임에 진심과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작사인 베토인터랙티브의 상업용 작품인 <피싱온>과 비교해봐도, 회사가 이 게임에 얼마나 무성의했는지 알 수 있다.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조작감, 게임 진행에 대한 안내의 부족, 공간활용 전혀 못 하는 맵 디자인은 그렇다고 치자. 매뉴얼에서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대인관계 증진은 동료와의 회화를 통해 나타난다. 이 회화는 갑작스럽게 나타나 플레이어에게 답변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회화에 게임과의 개연성은 없다. 모험과 회화라는 게임플레이가 거의 따로 분리된 것처럼, 회화는 모험 도중에 갑작스럽다고 생각할만큼 아주 단순한 조건에 의해 등장한다. 회화의 결과 역시 모험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다. 모험과 전투에 대한 전략적인 회화도 있지만 그것이 정말로 모험과 전투의 전략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이 게임의 시스템에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회화마저도 있다.

이 게임의 모험과 전투는 이상한 던전 시리즈 같은 형태를 띄고 있다. 플레이어 캐릭터가 움직이면 적도 움직이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목표는 보석을 모으는 것이기에 굳이 몬스터와 싸울 필요는 없다. 이런 면에서 <스타스톤>의 턴제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제압하기 위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몬스터를 직접공격으로 없애려 하면 폭력성 게이지가 올라가는데 그 게이지가 가득 차면 게임오버가 된다. (아마 배경설정상 스스로 악의 화신이 되어버린다는 거겠지만, 그런 것에 대한 캐릭터의 고민은 게임 상에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 폭력성 게이지가 가득 차면 그저 게임 오버 화면을 띄워줄 뿐인데, 어떠겠나?) 때문에 가능한 몬스터와의 접촉은 피한 채 보석을 수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러한 전략적 고민에서 동료는 철저히 배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투와 모험에 있어 동료는 플레이어 뒤를 따라오며 간혹 말을 걸어올 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전략적 회화를 내놓아도 그것은 말일 뿐, 실제 전략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말 뿐인 동료는 대인관계에 어떤 적극적인 기여도 하지 않는다. 회화도 일방적으로 말을 걸어올 뿐, 직접 말을 걸어 대답을 바랄 수는 없다. 회화부터 전투와 모험까지 모든 것을 플레이어에게 바라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이 대인관계일까?

과연 형식뿐인, 이름뿐인, 허울뿐인 선언만으로 대단한 게임을 만들었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말은 대단하다! 매뉴얼도, 보도자료도, 서울대 교수의 효과검증도, 교사들을 위한 지침서의 발간까지. 그런데 그런 대단한 게임에서 아이들의 대인관계 개선을 바라는 진심은 커녕 성의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은 나 뿐일까?



p.s. <스타스톤>의 제작을 기획한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은 제작사인 베토인터랙티브의 <피싱온>을 2006년 9월의 우수게임으로 선정했었다.


스타스톤
기획/한국게임산업진흥원
제작/베토인터랙티브

2006년 12월 출시.
2008년 3월 일반에 공개.

http://www.kogia.or.kr/culture/gc2_502.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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