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자말을 동지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의 운명은 얼굴 없는 다른 편 사람들, 희생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그들에게 묶여 있었다. 그들의 현실을 감안할 때,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패를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나는 이 사람들이 잘 살기를 바랐다. 근래에 내게 허락된 것만큼의 존엄성과 자유를 누리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 바람이 어처구니없다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이 불운한 사람들이 과연 나 같은 삶을 원할지, 혹은 그것에 만족할 수 있을지도 점점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

 

판카즈 미시라 [거꾸로 가는 나라들] 中에서.

 

판카즈 미시라는 인도의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다.

[거꾸로 가는 나라들은]은 저자가 인토, 카슈미르,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네팔, 티베트를 돌며 취재해 쓴 정치적 에세이다.

* 자말은 파키스탄에 있는 영자신문의 부편집장인데, 방글라데시에서 온 벵골족이다. 1975년 반정부 군사쿠데타에 가담했다가 총리 암살현장에 있었다. 4년 후 파키스탄으로 몸을 피했다. 저자가 2001년 경 파키스탄에서 알고 지내던 자말의 소식을 듣게 된다. 자말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내용이 담긴 독자투고를 검토없이 실었다가 근본주의 조직에 의해 신문사는 습경당하고 기자들과 체포됐다. 죄목은 불경죄. 파키스탄에서 불경죄는 사형으로 다스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자말은 헤로인 중독자로 죽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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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0 13:02 2010/03/10 13:02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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