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추석, 시골집에 내려가는 길에 지리산에 들러 둘레길을 걸었다.
날씨가 화창해서 산빛, 하늘빛 모두 고왔다.
3코스 시작점인 인월에서 시작해서 금계마을로 가서 하룻밤을 자고 동강마을까지 걸었다.
금계마을 숙소는 산 바로 밑에 있어서 천황봉이 올려다보이고, 산자락에 듬성듬성 이룬 마을이 내려다보였다.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걷고, 다시 걷다 보면 마음이 참 푸근해진다.
그러나, 문제는 걸을 때 뿐이라는 거다.
느리게 걷고, 서두르지 않는 방식은 금방 익숙해지지만
그 공간을 벗어나면, 금세 불안해지고 마음이 다급해진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나는 시간과 수첩을 확인해 가며 '빨리 빨리' 무얼하며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