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라의 애공이 공자에게 '유가의 선비로서의 행동은 어떠해야 하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답변한 공자의 설법은 『예기(禮記)』 「유행(儒行)편」에 기록돼 있다.

선비는 보배(옛 성왕의 도)를 벌려놓고서 초빙되기를 기다리고 부지런히 힘써 닦아 쓰여지기를 기다리며, 충성과 신의를 품고서 등용되기를 기다리고, 힘써 실천함으로써 벼슬자리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들이 스스로를 닦고 있는 것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기거(寄居)에 엄격하고 어려움을 두려워하며, 그들의 거동은 공경하고 말은 반드시 신의를 앞세우며 행동은 반드시 알맞고 올바릅니다. 길을 나서서는 편리한 길을 다투지 아니하고, 여름이나 겨울에는 따스하고 시원한 곳을 다투지 않습니다. 그의 목숨을 아끼는 것은 소망이 있기 때문이며, 그의 몸을 보양하는 것은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대비(對備)는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금과 옥을 보배로 여기지 아니하고 충성과 신의를 보배로 삼습니다. 땅 차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의로움을 세우는 것으로써 땅을 삼으며, 재물을 많이 축척하기를 바라지 않고 학문이 많은 것을 부로 여깁니다. 벼슬을 얻는 일은 어렵게 생각하되 녹(祿)은 가벼이 생각하며, 녹은 가벼이 생각하되 벼슬자리에 머무는 것은 어렵게 생각합니다. 적절한 시기가 아니면 나타나지 않으니 벼슬 얻는 일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의로움이 아니라면 화합하지 않으니 벼슬자리에 머무는 것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선비는 재물을 탐하는 태도를 버리고 즐기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이익을 위하여 의로움을 손상시키지 않고, 여럿이서 위협하고 무기로써 협박을 하여 죽음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의 지조를 바꾸지 않습니다. 사나운 새나 맹수가 덤벼들면 용기를 생각지 않고 그에 대처하며 무거운 솥(鼎)을 끌 일이 생기면 자기 힘을 헤아리지 않고 그 일에 착수합니다. 과거에 대하여 후회하지 아니하고 장래에 대하여 미리 점치지 아니하며, 그릇된 말을 두 번 거듭하지 않고 뜬소문을 두고 따지지 않습니다. 그의 위엄은 끊이는 일이 없으며, 그의 계책을 미리 익히는 법이 없습니다. 그들의 행위가 뛰어남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친근히 할 수는 있어도 위협을 할 수는 없고, 가까이하게 할 수는 있어도 협박할 수는 없으며, 죽일 수는 있어도 욕보일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사는 데 있어 음락(淫樂)을 추구하지 않으며, 음식에 있어 맛을 탐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과실은 은밀히 가려줄 수는 있어도 면대(面對)하여 꾸짖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꿋꿋하고 억셈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충성과 신의로써 갑옷과 투구를 삼고, 예의와 정의로써 방패를 삼으며, 인(仁)을 추대하여 행동하고 정의를 안고 처신합니다. 비록 폭정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입장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스스로 처신함이 이와 같습니다.

선배는 좁은 집 허술한 방, 사립문에 거적문이 달린 집에 살며, 옷을 갈아입어야 나갈 수 있고 이틀에 한 끼밖에 먹지 못할 형편이라 하더라도, 임금이 응낙한 데 대하여는 감히 의심치 아니하며, 임금이 응낙지 않는다 하더라도 감히 아첨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벼슬하는 태도는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지금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옛 사람들에게 뜻을 두며, 지금 세상에서 행동하고 있지만 후세의 모범이 됩니다. 마침 좋은 세상을 만나지 못하여, 임금이 끌어주지 아니하고 신하들은 밀어주지 아니하며, 아첨을 일삼는 백성들 중에 붕당(朋黨)을 이루어 가지고 그를 위협하는 자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의 몸을 위태롭게 할 수는 있으나 그의 뜻을 뺏을 수는 없습니다. 비록 위태롭다 하더라도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는 끝내 자기 뜻을 믿으며, 백성들의 고통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들의 걱정은 이와 같은 것입니다.

선배는 빈천하다고 해서 구차하게 굴지 아니하며, 부귀를 누린다고 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임금의 권세에 눌려 욕을 보지 않으며, 높은 자리의 사람들 위세에 눌려 끌려 다니지 않고, 관권(官權)에 눌리어 그릇된 짓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선비(儒)라 부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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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0 11:06 2006/03/20 11:06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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