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 아빠

2006/11/21 17:53

일요일, 지원이 아빠한테 다녀왔다.

동지들이랑 벽제 용미리 제2묘지에 갔다.

지원이 아빠가 거기에 있다.

가로 세로 20cm나 될까말까 하는 정사각형 서랍 속에 그가 있다.

서랍 앞에는 지원이 아빠가 제법 폼 잡고 찍은 사진과, 조그마한 화관이 걸려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곳은 숫자가 참 중요하다.

2000년 그 형을 화장한 뒤

2001년 첫 해 그 형을 찾아갈 때는 한참 헤맸다.

1묘지에서 한참 헤매다가 2묘지를 찾아냈다.

그 다음엔 몇층인지, 몇 호실인지 따위...

지원이 아빠를 찾아갈 때는 '숫자'를 잘 외워둬야 한다.

 

맨 앞에 붙어있는 숫자, 1962. ~ 2000.

이걸 보더니 한 선배가 느닷없이 이렇게 말한다.

"쟤는 안 죽었어도 됐는데..."

마치 바로 옆에 있는 사람한테 하듯 "넌 오늘 안와도 됐는데..."라는 말처럼 한다.

우리가 어이없어 웃자 그 형이 덧붙였다.

"사람 생각이 구름 같은건데, 한 순간에 잘못 생각한거지..."라고 한다.

 

그렇다. 지원이 아빠는 스스로 목을 맸다.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긴 내가 어찌 아랴...

 

그냥, "사람 생각이 구름같다"는 말을 떠 올리며,

나의 생각이 행동에 미치기 전에 다시 한번 더듬어보는 수 밖에...

 

그 이쁘디 이쁜 지원이는 내년에 벌써 중학교에 간단다.

우리는 돈을 걷어 지원이 교복을 사주기로 했다.

얼마나 더 이뻐졌을까...

지원이와 해우 커가는 걸 보는 지원이 엄마 마음은 또 얼마나 무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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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1 17:53 2006/11/21 17:53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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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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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넘 가슴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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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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