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과 육식

녹색당 2012/02/11 21:42

나는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아니 일전에도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완전히 안 먹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먹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떡국을 먹으러 갔는데 첨가된 소고기를 먹지 않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들과 육개장을 시켜 먹으면서 나만 다른 것을 먹기가 약간 어색할 때가 있다. 그래도 술 안주로 소고기를 시켜 먹는 자리는 잘 가지 않는 편이고 굳이 소고기를 시켜 먹는 분위기가 아니면 나서서 다른 것을 시키려고 한다.

내가 소고기를 안 먹는 이유는 나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10살까지 지리산 골짜기 산골 마을에서 자랐는데 소는 재산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가족이었다. 소가 아프면 모두 잠을 못자고 걱정했고 소가 새끼를 낳으면 외양간 주변에는 얼씬도 않고 마치 도둑질이라도 하듯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떠들고 웃지도 못했다. 나는 누렁소나 송아지와 자주 놀았고 자주 싸웠다. 그러니 시골에서 소는 나의 친구들과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지난해 말 녹색당 창준위에 참여하고 주위 사람들과 동료들에게 당원 가입을 권유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런저런 말들을 듣는다. '그렇게 고기를 먹으면서 녹색당을 한단 말이야?' '나는 채식주의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가입할 수 없다', '육식을 끊으면 가입하겠다' 이런 말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녹색당을 채식과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돼지국밥을 즐겨 먹는다.

내가 녹색당에 가입한 이유는 녹색당의 정책과 활동이 좌파'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고 사회주의자로서 나의 정치 활동이 녹색당을 통해 표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런 이유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망상'이라고 비난한다. 사실 육식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초록과 생명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비난은 당연하다.

나는 평소 필수영양을 초과하는 영양섭취는 죄악이라는 말을 종종했지만, 그 말이 나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다.(이 문장을 10번쯤 고쳐썼다.) 그런 생각을 평소에는 왜 못했겠느냐마는 그 말이 나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했던 것이다. 한겨레신문의 이 기사를 읽으면서 육식에 대한 문제를 다시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도축 직전의 소·돼지 “제발 기절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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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가정(4인 기준)의 식탁을 위해 한해 64마리의 동물이 죽는다. 닭 7억2528만마리, 돼지 1463만마리, 소 75만마리 등 국내에서 한해 가축 8억1550만마리가 도축된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죽는지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국내에서 도축되는 돼지 10마리 가운데 1마리는 의식이 있는 채로 도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기절을 시킨 뒤 온몸의 피를 빼는 방혈 작업을 시작하지만, 기절이 제대로 안 되거나 다시 깨어나는 개체가 10%를 넘고 있는 것이다.

 9일 <한겨레>가 입수한 ‘도축시 동물복지 평가기준 확립에 관한 연구’를 보면, 도축장에서 전기기절시킨 돼지 7089마리 가운데 12.3%인 874개체가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국내 최초로 2009년 전국 23개 도축장에 대해 동물복지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다.

 돼지는 각 농장에서 화물트럭에 실려 각 도축장으로 이동한다. 운송밀도가 높고 운송거리가 길수록 돼지의 고통은 커진다. 죽음을 앞둔 돼지는 덜컹거리는 화물트럭 위에서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다. 돼지 한 마리가 서 있는 공간은 불과 0.37㎡, 신문지 한 장(0.43㎡)보다 작다. 이런 상태로 돼지들은 도축장까지 짧게는 7㎞, 길게는 237㎞를 실려간다. 평균 거리는 71.2㎞, 약 1시간30분 정도의 거리다.

 도축장에 도착한 돼지들은 계류장으로 옮겨진다. 돼지들은 들어가지 않으려고 저항한다. 이때 전기봉이 사용된다. 전기봉을 맞은 돼지는 계류장으로 쫓겨간다. 지난해 대한양돈협회가 전기봉 사용이 육질을 떨어뜨린다며 사용 자제를 요청한 데 이어 정부도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서 사용 금지를 명문화했지만, 일부 도축장에서는 아직도 작업 편의를 위해서 전기봉이 이용되곤 한다.

 본격적인 해체 작업 전에 돼지들은 몸을 씻는다. 계류장에 달린 샤워 꼭지에서 물이 나오고 특별히 더러운 돼지는 사람이 다가가 호스로 물을 뿌린다. 그리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진다. 전기기절기가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 돼지는 통나무처럼 굳어 떨어진다.

 이번 조사 대상 도축장 23곳 가운데 전기기절 방식을 이용하는 곳이 21곳으로 91%를 차지했다. 나머지 2곳에선 돼지가 밀폐된 이산화탄소 기기에 들어가 기절한다.

 돼지가 기절하면 곧바로 방혈을 시작해야 한다. 온몸의 피를 빼내 해체를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절 뒤 방혈 과정에서 5초 이상 뒷다리를 차는 등 의식이 회복된 것으로 의심되는 개체는 12.3%에 이르렀다. 전기기절 방식의 경우 돼지의 크기에 따라 완전히 기절이 안 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방식의 경우 811마리 가운데 14마리로 1.7%에 불과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이산화탄소 방식을 전면적으로 쓰는 곳은 제주 농협공판장 등 소수밖에 없고 다른 곳은 2~4마리를 넣는 소형기기만 쓰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기절법을 유도하고 있지만, 민간 도축업체로선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조금만 노력해도 동물의 고통은 크게 줄어든다. 충북 음성의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도축장은 ‘소 도축 예약제’를 도입했다. 과거엔 선착순 방식이어서, 늦게 도착한 도축 물량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가 말했다.

농협중앙회 음성축산물공판장의 도축장 내 계류장에 들어선 소 한 마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큰 소들이 좁은 화물트럭에 위에서 몸을 부비고 기다렸죠. 어떨 땐 날을 새우고 주말·명절엔 사나흘을 기다리기도 했어요. 그동안 소들은 물도 못 마시고 밥도 못 먹어요. 하지만 지금은 예약시간에 따라 소가 와 계류장에 잠시 머물렀다 도축돼요. 예약제가 동물의 고통을 줄여준 거죠.”

 그나마 농협이 운영하는 곳은 시설이 나은 편이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도축장의 경우 열악한 시설도 적지 않다. 정부는 현재 83곳인 소·돼지 도축장을 2015년까지 36곳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도축장이 대규모화되면 위생이나 동물복지 수준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만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동물보호단체인 생명체학대방지연합의 박창길 대표(성공회대 교수)는 “지난해 구제역 생매장과 최근의 송아지 도태를 보면, 정부는 말로만 동물복지를 외쳤지 실제로 한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근거를 마련해 ‘도축장 동물복지 기준’을 만들 방침이다. 국내 제도 미비로 한-유럽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지적당했던 부분이다. 이달께 시행규칙이 확정되는 대로 전문가 협의체를 만들어 제정에 나서면, 이 기준은 내년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 수준을 상정하고 있어서, 고통 없이 죽을 동물들의 권리가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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