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

일상 2016/09/10 20:51

내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곳이 매번 일어나던 나의 집이 아니라 다른 곳이라면 어떨까? 물론 다른 곳은 다른 세계를 말한다. 사람들은 이런 꿈을 꾼다. 나도 이런 꿈을 꾼다. 공상에 그칠 수도 있고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구나 여기가 아니라 저기 먼 곳으로 떠나길 꿈꾼다.

천상에서 노닐던 천사들이 어떻게 그만 지상으로 떨어졌다. 눈을 뜬 천사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갑옷을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놀란 천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니 인간의 갑옷 속에 갇혀 있다는 걸 깨달은 천사가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일까? 모든 걸 잊고 그냥 인간으로 살 것인가? 천상의 기술을 되살려 지상에서 비싼 값으로 팔아먹으면서 살 것인가?

플라톤은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천사는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플라톤은 한때 어느 날 꿈에서 깼을 때 쇠사슬에 묶여 있는 자신의 발목을 보기도 했던 사람이다. 플라톤에게는 천상을 상기하고 되돌아가야한다는 것은 일종의 명령이다. 플라톤은 이런 우화를 반복하고 변주했다. 사실 플라톤이 쓴 모든 글은 이런 우화의 반복적인 변주에 불과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 존재의 근원이 곧 진리의 근원이라는 이 우화는 서양 문학과 연극, 영화의 마스터 플롯이다. 할리우드는 플라톤의 우화를 닳고 닳도록 써 먹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실증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잠시라도 이곳 지상이 아니라 저편 어딘가를 회고하듯 향수에 젖어 있길 바라는 모양이다. 이건 문학이나 영화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플라톤의 말처럼 그곳은 진리의 근원(철학)이자 우리가 돌아가야만 할 고향(역사)이기 때문이다.

영화 <인셉션>에는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 된 상황에 놓여 있는 불행한 여자가 등장한다. 이 여자 이름은 “맬”인데 맬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결국 영원한 꿈속으로 돌진한다. 만약 내가 꿈에서 한 여자와 아이를 낳고 수십 년간 행복하게 살았는데,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서 보니 내가 현실의 내방에 누워있다는 걸 깨닫는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무엇을 하려고 할까? 나는 다시 꿈을 꾸려고 할 게 분명하다. 나는 지금도 가끔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주는 별로 좋지 않지만 가끔 좋은 일도 생기는 그런 꿈.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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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0 20:51 2016/09/1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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