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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봉산

시골 동네치고 뒷산이 없는 마을이 없다. 마을마다 뒷산이 하나씩은 있는 법인데, 우리 동네 뒷산은 필봉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내가 2년 다닌 초등학교 교가의 첫 구절이 “필봉산 정기아래~”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한번도 필봉산 꼭대기에 올라가본 적이 없는데, 이 필봉산 꼭대기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마을에서 올려다 보면 꼭대기는 바위인데 소나무 한 그루가 유일하게 삐죽 솟아 있는 모양이다.

 

어릴 때 들은 전설이 하나 있다. 서양으로 치면 일종의 신화인 셈인데, 마을 처녀들이 봄에 산나물을 캐러 도시락을 싸고 보자기를 매고 필봉산으로 갔다고 한다. 즐겁게 산나물을 캐고 있는데,검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비 피할 곳을 찾다 큰 바위 아래 동굴을 발견하고 들어갔다고 한다.

 

동굴에는 예쁜 고양이 두 마리 놀고 있길래 가져온 점심을 먹으면서 나눠주고 안아주고 하면서 놀았다고 한다. 그때 기척이 있어 돌아보니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입을 벌리고 있더란다. 마을 처녀들이 놀라 냅다 뛰어 산을 내려왔는데, 얼마나 정신 없이 내달렸는지 신발도 벗겨져 온데간데없고 도시락이고 산나물 보자기고 할 것 없이 모두 동굴에 두고 왔는지 없더란다. 

 

다음 날 마을에 기이한 일이 일어났는데, 산에 나물 캐러 갔던 처녀들의 집 문간에 도시락과 나물 보자기와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고 한다. 새끼들에게 먹이도 주고 귀여워 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까? 이게 호랑이의 보은이라고 할 만한 그런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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