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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었던 3년과 20대 초반까지 매년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기 위해 1월 1일자 발행되는 신문을 샀다. 부산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부산일보를 제외하고 대개 여섯 개 정도 서울 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소위 중앙지를 샀던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 한 편 있는데, 어느 해 어느 신문인지 모르고, 작가의 이름도 모른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아프락사스'라는 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록키 산맥(혹은 히말라야 산맥) 꼭대기에 아프락사스라는 새가 살고 있는데, 이 새는 집이 없다. 그래서 눈보라가 치는 추운 밤 이 새는 집이 없어 바위 틈에 머리를 처박고 "내일은 집을 지어야지"라고 속삭이면서 아침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침에 해가 뜨면 어젯밤 바위 틈에서 한 자신의 다짐을 잊어버리고 따듯한 햇살이 비치는 높은 창공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다시 추운 밤이 되면 집이 없어 또 바위 틈에 머리를 처박고 "내일은 반드시 집을 지어야지" 하고 다짐을 하는 것이다.

내 기억이 정확하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이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는데, 아마 소설의 주인공이 자신을 아프락사스에 비유한 것처럼 나 역시 나를 아프락사스와 같다고 생각했기/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프락사스는 <데미안>에서 고통스럽게 알을 깨고 나오는 새의 이름이다. 그런데 나는 나이가 들어 작가가 "아프락사스"를 'Praxis'에 접두사 a를 붙여 'apraxas'로 변형하여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말하자면 '실천하지 않는' 이라는 의미로 말이다.

최근 계속 아프락사스라는 새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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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4 15:46 2023/12/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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