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녹색당을 시작합니다
오늘 우리는 생명, 그리고 평화를 드높이 외칩니다.
우리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고 자립과 자치가 가능한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여기에 함께 모였습니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행복하고, 뭇 생명과 공존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새만금과 4대강에서 자행된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아름답던 생태계가 파괴되고, 우리 삶의 뿌리가 상처 입고 병드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더욱이 지난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사고는 생명을 파괴하고 삶의 기반을 송두리 채 앗아갈 수 있는 반생명, 비윤리의 결과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성장 지상주의와 개발 만능주의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곯을 만큼 곯아 기후변화, 핵사고 등에서, 빈부격차를 조장하는 금융위기 등으로, 우리의 ‘공동체’를 지리멸렬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아토피와 같은 환경병의 증가, 모래놀이터가 우레탄으로 바뀌어 흙을 만지지 못한 채 크는 아이들,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학습에 시달리는 청소년들, 세계최고의 자살율, 만연한 성희롱과 성폭력은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운 절망의 그늘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이고 행복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부터, 그리고 나 자신부터 변화를 위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정치의 바깥에서는 이미 녹색전환을 위한 노력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환경운동, 생명운동, 풀뿌리운동, 여성운동, 인권운동, 평화운동 등 여러 이름의 운동들이 지평을 넓혀 왔습니다. 대안에너지, 대안경제, 대안교육 등 대안사회의 모습들도 만들어져 왔습니다. 협동조합, 귀농ㆍ귀촌운동, 도시농업 등 대안적 삶을 찾으려는 시도들도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름다운 시도는 아름다운 것으로 끝맺음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노력을 막아서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단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습니다. 끝 모를 토건사업, 핵발전소 확대,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위협받는 평화.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정치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습니다. 우리의 장벽은 정치입니다. 여기에 ‘녹색당’의 창당이유가 있습니다.
녹색당은 단지 환경분야에 국한된 정당이 아니고, 국가의 틀에 갇힌 정당도 아닙니다. 기존 정치의 울타리를 넘어서면, 녹색정치를 위한 전 지구적, 범시민적 열망이 벅차게 밀려듭니다. 이에 우리는 2001년 캔버라에서 합의한 ‘지구녹색당헌장’의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참여민주주의, 비폭력,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가치를 녹색전환의 원칙으로 삼습니다. 이러한 가치가 파괴되지 않고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회피해서는 안 되는 최우선의 과제입니다.
우리는 엘리트가 아니라 풀뿌리사람들의 힘으로 정치의 변화를 이뤄내고자 합니다. 그동안 중앙집권적이고 기득권 중심의 사회에서 소외된 지역, 여성, 청년, 청소년, 소수자, 비정규직 그리고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소수의 부유층과 특권층을 위한 정치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녹색전환을 꿈꾸며 실천해 온 사람들과 연대하여 녹색전환을 위한 정치적 행동을 시작합니다. 변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연대가 우리의 평화적 무기입니다. 녹색의 가치가 더 이상 미루어지거나 부차적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신념은 우리의 연대를 더욱 강하게 할 것입니다. 녹색전환을 위한 실천과 행동은 우리를 춤추게 할 것입니다.
녹색전환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절실한 미래이며, 미래의 시간은 녹색의 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전환을 기획하고, 실천하면서 우리의 우정과 믿음을 키워, 끝내 멈출 수 없는 환희로 서로를 북돋을 것이며, 즐거움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2011년 10월 30일
녹색당 창당발기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