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든 생각들

일상 2024/05/14 21:25
살다 보면 한두 가지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는 모양이다. 나는 소년기와 청년기 시절 전혀 꿈도 꾸지 않았던 일을 평생 직업으로 갖게 된 것과 고양이를 만나 함께 살게 된 일이다.

나는 소년기에는 시인이 되고 싶었고 청년기에는 소설가와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도 관련 학과를 졸업했다. 그런데 나는 서른이 조금 지나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먹고 살고 있다. 이제 나이 오십 중반이고 대학에서 비정규직 교수로 강의하며 산 세월이 20년이니 대학을 떠나 다른 직업을 구하기는 물건너간 셈이다.

50이 되기 이전에는 자주 "이 망할 대학"을 빨리 벗어나서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대학에서 짤리지 않고 정년까지 붙어 있을 수 있기를 기원하는 꼴이 되었다. 나이 탓이다. 점점 도전적이고 새로운 뭔가를 추구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은 대학을 65세까지 무난히 붙어 있다 나중에 해도 된다고 위안하는 것이다.

고양이와 만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감상적인 편이라 나이가 들어도 드라마를 보면 감정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연민을 잘 느끼고 정서적으로 보수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마흔 이전에는 고양이를 본 적이 없다. 관심이 없으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마흔이 조금 지나면서 학내에서 길에서 고양이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 마흔까지 나와 세계에 대한 시각이 너무 견고해서 인간이 아닌 다른 것에 마음을 두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여튼 고양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와 접촉하고 연결되는 과정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어떤 필연적인 계기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최근 이런 고민들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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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21:25 2024/05/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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