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에 대한 공개질의서

각 정당에 대한 공개질의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한국산업노동학회, 한국노총비정규직연대회의, 지역비정규노동센터네트워크(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법․제도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각 정당들이 가지는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듣고자 아래와 같이 질의를 하오니 바쁘시더라도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Ⅰ.항에서 찬반을 표시하시고, Ⅱ.항 질문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기재바랍니다)


Ⅰ. 질의항목

번 호

질의항목

정당 입장

찬성

반대

기타

1

현행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3),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4)등)의 개정 필요성

 

 

2

상시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및 비정규직 사용 제한

 

 

3-1

근로기준법의 노동자 개념 확대를 통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호

 

 

3-2

노조법의 노동자 개념 확대를 통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호

 

 

4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사유 제한

 

 

5

파견법 폐지 및 직업안정법 개정을 통한 간접고용 규제 방안

 

 

6-1

위장도급 방지를 위한 ‘도급과 파견/근로자공급의 구별기준’을 법률로 규정

 

 

6-2

불법 파견/근로자공급 판정 시 최초 사용한 날부터 직접고용 간주

 

 

7-1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간접고용에 의한 노동력 사용 금지

 

 

7-2

사용자 개념 확대를 통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8

파견노동 사용 위한 사유제한 및 대상업무 동시 충족 규정

 

 

9

‘고용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금하는 원칙적인 규정을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처우조항에 포함

 

 

10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처우조항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

 

 

11

차별시정 신청권을 피해 당사자가 속한 노동조합, 대표성을 갖는 산별노조, 총연합단체에게도 부여

 

 

12

차별금지의 비교범위를 산업차원으로 확대하거나, 직군분리 이전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던 근로조건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등 차별금지의 비교범위를 합리적으로 확대

 

 


Ⅱ. 질의내용


현행 비정규직법에 대하여는 제․개정과정에서부터 이미 그 내용의 문제점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여러 분석을 통해 제기되었습니다. 비정규직법 제정이후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및 근로조건은 후퇴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현행 비정규직법을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법률을 폐기하거나 재개정하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상당히 유력하게 개진되고 있으며 제 정당들도 관련 법률들의 폐기 혹은 재개정을 공약하고 있습니다.



1. 비정규직법의 개정의 필요성에 대하여


2006. 11. 30. 정부의 주도하에 국회를 통과시킨 현행 비정규직법(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등)의 개정 필요성에 대한 귀 정당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답변>

결론부터 말하면, 기간제법을 폐지하고 근로기준법에 고용원칙을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파견법 역시 폐지하고 직업안정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기간제법 폐지와 함께 근로기준법 상에 상시업무에 대해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직접고용을 명시해서 고용의 원칙으로 삼고, 일시․대체적 사유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임시직 고용을 허용하도록 하는 사유제한을 도입해야 합니다. 특히 불가피하게 임시직을 사용하더라도, 고용의 불안정성을 보상할 수 있는 수당제 도입 등 노동조건 보호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파견법 폐지와 함께 간접고용을 근절할 수 있도록 직업안정법 상에 위장도급을 분별해낼 수 있는 기준을 명시해야 합니다. 노동법의 기본 정신은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기에 간접고용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특히 독립적 사업이라고 해도 원사용자의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하도급의 경우는 원사용자에게도 노동법상의 사용자 의무를 부과해야 합니다.



2. 상시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및 비정규직 사용 제한에 대하여


비정규직 규모는 사내하청 비정규직이 중소업체의 정규직으로 분류되고, 상당수의 특수고용 비정규직이 자영업자로 분류됨으로써 과소 산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한편 전체 근로자의 절반을 점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제조업은 위축되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서비스산업은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어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하기는커녕 더욱더 증가할 전망입니다.


따라서 비정규직 규모 증대 추세를 억제하고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1년 이상 지속되는 상시 업무에 대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도록 하는 강력한 정책적 개입이 절실합니다.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시 업무에 대해서는 실제 업무를 관장하는 사업주가 근로자를 기간의 정함 없이 직접 채용하여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귀 정당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답변>

법에 고용원칙을 명시하고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고,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비율이 매우 높고, 차별도 심한 이유는 기업들의 무분별한 이윤추구행위를 제어할 만한 시민사회 전통이 미약하다는 것과 함께 법제도적 미비가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노동시장정책을 구사해야겠지만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기 위한 핵심적 과제는 제도적인 사용 규제입니다.

따라서 상시업무에 대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직접 고용은 사회적 상식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노동자 개념의 확대를 통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하여


화물지입차주, 레미콘지입차주, 덤프지입차주, 골프장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퀵서비스배달원 등 형식적으로는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사업자 형식을 취하거나 노무제공에 있어서 자신의 재량에 따라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내용적으로 특정사업주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고, 그 특정사업주들에 의해 보수나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근로자라는 것이 학계 및 노동계에서의 중론입니다. 


이들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려고 하여도 정부가 앞장서 특수고용직형태근로자들에 대해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노동3권을 부정하여 이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단체협약이라도 체결하기 위하여 파업을 하게 되면 이들을 업무방해로 구속하고 처벌함으로써 이들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향상시켜나갈 합법적인 수단조차 모두 박탈된 상태입니다. 그 결과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갈수록 저하되어 빚더미에 시달리거나 가계는 형편없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이유로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상의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여 재정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6년 비정규직법 제․개정 과정에서 차기 입법 과제로 미루어진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화는 아직껏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3-1. 근로기준법의 노동자 개념 확대를 통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보호에 대하여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고용계약이 아닌 민법․상법 상의 계약을 체결하여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인 것처럼 위장하도록 하는 악의적 조치의 희생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호 단서 내지 후문으로 “특정 사용자(들)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그 사업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들) 또는 노무수령자(들)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는 근로자로 본다”는 조항을 추가하여 노동자 개념을 보다 포괄적 범주로 재정의하는 방안에 대한 귀 정당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답변>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법상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특수고용 문제(정확하게는 위장자영인 문제)는 법원의 적극적인 법해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지만, 법원의 협소한 법해석 등 매우 사용자 편향적인 판결로 인해 오랜 기간 동안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아 왔습니다. 따라서 해석론에 맡겨둘 수 없고 입법론적인 해결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제조업 노동자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노동법상 노동자 개념 규정을 확대해서 변화된 산업현장의 고용실태를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3-2. 노조법의 노동자 개념 확대를 통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보호에 대하여: 설령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에 대해 국가가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단결하여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특정사업주와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자신의 근로조건 및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보장으로서 노조법상 근로자성 및 노동3권을 인정해주도록 하기 위해 노조법 제2조 제1호 단서 내지 후문으로 “계약의 명칭에 관계없이 특정 사용자(들)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그 사업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들) 또는 노무수령자(들)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는 근로자로 본다”는 조항을 추가하여 노동자 개념을 보다 포괄적 범주로 재정의하는 방안에 대한 귀 정당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답변>

노조법상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한국의 특수고용 문제는 대부분 기존의 정규직 업무가 사용자의 일방적 조치에 의해 위장된 사업자 형태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이외에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신규로 생겨난 일자리 중 노동자적 지위와 개인사업자적 지위 사이에서 경계가 모호한 업종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해서도 노조법상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개별적 근로관계법이 사용자에게 일방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강행법이라고 한다면, 집단적 노사관계법은 단지 게임의 룰을 정한 것일 뿐 노사가 각자의 협상력을 통해서 자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업무의 독자성으로 인해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못받는다 하더라도 노조법상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4.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사유 제한에 대하여


기간제법 제정과정에서 노동계와 학계는 기간제근로의 남용에 대한 대책으로 사용사유제한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현행 기간제법은 사용사유제한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기간제한방식(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 사용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취급하는 방식, 2년 미만의 경우 기간제 사용은 전면허용)만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기간제한 방식으로 인해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는 2년이 되기 이전에 언제든지 계약기간만료를 이유로 해고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이는 뉴코아이랜드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문제점입니다. 2년 미만 기간제의 무제한적 허용은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규정을 형해화시키고 근로자들의 고용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어 사회적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기간제법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용 사유 제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귀 후보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답변>

기간제 노동자의 남용을 막기 위해 ‘사용 사유 제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외국의 입법례는 기간제한과 사유제한 둘 중 하나를 채택하거나 둘 모두를 채택하는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상 기간제한 방식은 변화무쌍한 사용자들의 노무관리 기법을 원천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따라서 사유제한을 통해 입구를 봉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느 법에 이러한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간제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결국 기간제 남용을 규제하기 보다는 ‘차별을 시정’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입니다. 따라서 기간제법을 폐지하고 필요한 내용을 근로기준법에 규정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5. 파견법 폐지 및 직업안정법 개정을 통한 간접고용 규제 방안에 대하여


간접고용은 고용과 사용의 분리를 전제로 하여 중간착취를 합법화하는 제도이며, 근로기준법상 중간착취배제 등을 통한 직접 고용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실제 고용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사용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간접고용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파견법은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입법취지와는 상반되게 사용자 책임의 회피라는 탈법을 법적으로 용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간착취 및 간접고용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업안정법에 의해 근로자공급사업 및 직업소개로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업안정법 제4조의7에 삽입되어 있는 파견법 관련 단서 조항을 삭제하여 현행 직업안정법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노동조합에만 한정하여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을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귀 정당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답변>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업안정법 상의 파견법 관련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는 노동법의 기본정신은 직접고용입니다. 따라서 파견법을 폐지하고 필요노동을 직접 고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6. 도급과 파견(혹은 근로자공급)1)의 구분과 불법 파견(혹은 불법 근로자공급)의 규제 강화에 대하여


현행 파견법 하에서도 사업주들은 파견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위장도급형태를 취함으로써 파견법 규제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코스콤 사태도 실제로는 원청회사인 코스콤이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작업지시, 지휘감독,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결정 등 실질적인 사용자로서의 권한일체를 행사하면서도 사내 위장도급업체인 증전엔지니어링을 내세워 자신의 사용자책임을 회피함으로써 발생한 사건입니다. 더욱이 코스콤 사태에서 본 바와 같이 도급과 파견의 판단에 있어서 중앙노동위원회와 노동부의 판단이 다르고, 그동안 사내하청업체들에 대한 위장도급 판단에 있어서 검찰, 법원이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지의 사실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도급과 파견의 판단기준이 노동부의 고시라는 형태의 지침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판단기준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데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물론, 위장도급에 대한 규제가 미약하다는 점 또한 위장도급의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6-1. 도급과 파견(혹은 근로자공급)의 구분을 위한 판정기준의 법제화에 대하여:

위장도급 방식에 의한 파견법(혹은 직업안정법) 회피라는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을 법률에 규정함으로써 국가기관이나 사법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을 방지하는 방안에 대해 귀 정당의 견해는 어떠한가요?


<답변>

도급과 파견(파견법 폐지시 근로자공급사업)의 구별기준을 법률에 규정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그 동안 ‘고시’ 혹은 ‘지침’이라는 구속력이 약한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보니 기관별로 판단기준이 달라서 법적용에 혼선이 빚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따라서 법령에 규정해서 혼선을 방지해야 합니다.

법 형식뿐만 아니라 구분 기준도 기존의 ‘고시’나 ‘지침’ 수준을 넘어서는 엄격한 것이어야 합니다. 법 적용을 면탈하기 위한 사용자의 위장을 구분해낼 수 있도록 ‘계약 내용의 본질’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해야 하고, 몇 가지 지표를 설정하고 양적 판단을 하는 기존의 방식보다는 사용사업주 사업과의 조직적 연관성을 중심으로 질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으로 강화되어야 합니다.



6-2. 불법 파견(혹은 불법 근로자공급)의 규제 강화에 대하여:

도급을 위장한 불법행위가 확산되는 것은 불법 판정 시 받을 사용자의 부담이 경미한 탓이 크다는 점에서 불법 파견 혹은 불법 근로자공급의 판정을 받으면 해당 노동자를 최초 사용한 날부터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귀 정당의 견해는 어떠한가요?


<답변>

불법 파견 혹은 불법 근로자공급 판정을 받게 되면 최초 사용한 날부터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합니다. 이러한 견해는 해석론에서의 ‘묵시적 근로계약 성립설’에 근거한 것으로, 사회적 상식을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7. 간접고용의 원칙적 사용금지, 사용절차, 그리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에 대하여


용역, 위탁, 사내하청, 외주화 등의 명목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시업무에 대해서조차 간접고용이 확대되고 있고, 실질적인 사용자는 간접고용을 노동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습니다.


간접고용은 노동력의 사용에 제3자가 개입함으로써 본질적으로 중간착취를 내포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시업무에 대한 직접고용 원칙이 실현되고 중간착취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시업무에 대해 간접고용에 의한 노동력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간접노동에서 노사관계의 파행을 막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사용사업주의 지배력이 미치는 근로조건과 고용관계의 존속에 대하여 사용사업주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중층적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사용사업주가 경제적 이익의 귀속주체이기도 하면서 해당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사용사업주의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자 개념의 확대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이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7-1.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간접고용의 원칙적 금지에 대하여: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직접 고용 원칙을 실현하고 중간착취를 배제하기 위하여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상시적인 업무에 대해 간접고용에 의한 노동력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귀 정당의 입장은 어떤가요?


<답변>

앞서의 답변들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했지만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노동법의 기본정신을 살려서 간접고용을 강하게 규제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사업장 내에서 이뤄지는 노동력 활용으로 인해 이익을 얻고 있다면 이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이익균형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상시업무에 대해 간접고용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7-2. 사용자 개념 확대와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에 대하여:

    사용사업주의 불법․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사용자 개념을 “근로계약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당해 노동조합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거나 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임금 등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용자 혹은 사용자들”로 확대하여 법 규정으로 명문화하여 사용사업주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임금, 근로조건, 고용에서의 연대책임과 단체교섭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사용사업주 혹은 고용사업주가 부당노동행위나 단체교섭 거부 등으로 노무제공자들의 노동3권을 침해한 경우 해당 고용업체는 허가를 취소하고 사용사업주는 불법 파견 혹은 불법 근로자공급에 해당되는 징벌을 받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귀 정당의 입장은 어떤가요?


<답변>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에 찬성합니다. 간접고용의 남용이 법상 사용자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장 내 간접고용 자체를 금지하는 하는 것과 함께, 노조법상 사용자 책임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사업장 내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 파견노동의 규제 강화에 대하여


파견법 폐지를 목표로 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실현하기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파견법의 규제 장치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론은 파견법이 파견업체를 규제하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일정 정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초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입장에서는 파견법에 의한 파견노동의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사용사유와 대상업무를 통한 파견노동 사용 조건의 강화이다.


파견노동이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파견법 제5조의 제1항에 근거한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대해 ‘제2항의 사용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근로자파견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귀 정당의 입장은 어떤가요?


<답변>

파견법을 폐지하고 간접고용을 근절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겠으나, 이러한 방향을 원칙으로 하되, 단기적으로는 파견노동의 축소를 위해 사용사유가 존재할 경우에 한하여 근로자파견을 허용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이에 따라 파견법 시행령 제2조(근로자파견의 대상 및 금지업무) 및 별표1도 폐지되어야 합니다.



9. 고용형태별 차별금지 원칙의 확립에 대하여


헌법과 근로기준법상 균등 처우 원칙이 선언되어 있으므로 고용관계에서 합리적 근거가 없이 행해지는 차별은 당연히 위법한 것으로 확인되고 규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차별시정 제도를 두고 매우 제한적인 요건으로 시정 절차를 명시함으로써 마치 차별금지가 실정법에 의하여 창설되고 시정도 그 범위로 제한되는 체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차별시정제도를 협소한 범위에 국한시킴으로써 기간제법이나 파견법 밖의 다양한 간접고용을 통한 차별의 확산에 대해서는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근로기준법 제5조 균등처우 규정에 고용형태를 추가하여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원칙을 명백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고용관계가 존재하고 새로 만들어질 것이 예상되고 특히 현행법에서 정한 차별시정 제도를 면탈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파견이 아닌 다양한 간접고용형태를 취하거나 ‘기간제’ 근로계약은 아니지만 ‘무기계약직’ 등의 이름으로 진성 정규직화를 회피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존치시키는 사례 등)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막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 균등처우 원칙을 보다 풍부한 내용으로 개정하여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게 하고 최소한 법원에서 판단의 준거가 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용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를 금하는 원칙적인 규정을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처우 규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 귀 정당의 입장은 어떠한지요?


<답변>

보다 포괄적인 차별처우 금지를 위해서 개별법에 규정하기 보다는 근로기준법 균등처우 규정에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처우를 금지시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찬성합니다.



10.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대하여


비정규직법 제정과정에서 차별적 처우를 개선하는 핵심적인 기준으로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법률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 원칙을 적용할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혹은 차별판단의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입법과정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의 핵심은 임금으로 나타나고 있고, 임금 차별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주된 유혹으로 인해 비정규직 남용사례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동일가치노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기술적인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례의 축적과 판례의 축적에 따라 정착될 문제이지 법리적인 문제를 야기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차별적인 요소인 임금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조항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방안에 대해 귀 정당의 입장은 어떠한지요?


<답변>

근로기준법 제6조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규정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기존의 ‘합리적 사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해석의 범위가 넓어서 차별금지효과를 협소화시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분명히 하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임금)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동일 가치 노동의 기준은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 조건 등’으로 하는 것에 더 해서 ‘직무 수행 결과’도 기준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11. 차별시정 신청권의 확대에 대하여


차별시정 신청의 경우, 고용 자체가 불안한 근로자 개인이 계약해지와 같은 보복을 감수하면서까지 차별시정 신청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차별은 비정규직 근로자 전체에게 행해지는 집단적 분쟁의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차별시정의 신청권을 피해근로자 외에 관련 노동조합에게도 부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구 남녀고용평등법(2005. 12. 30. 개정되기 전의 법률) 제26조에서도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속한 사업장의 노동조합이 고용평등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차별시정은 피해 당사자 및 그가 속한 단체의 시정요구에 의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시정노력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정신청권을 개인에게만 제한하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저하시키는 것입니다.


차별시정 신청권을 피해 당사자가 속한 노동조합, 대표성을 갖는 산별노조, 총연합단체에게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귀 정당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답변>

차별시정 신청권의 폭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 찬성합니다. 차별시정 신청을 당사자로 국한하게 되면 고용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차별신청이 실제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차별행위는 하나의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제3자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시정신청이 가능해야 합니다. 다만, 근로관계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제한 없이 제3자까지 확대하기 보다는 피해 당사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에게 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은 차별시정 효과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2. 차별판단의 비교대상 확대에 대하여


차별판단의 비교대상에 대해 기간제법은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기간제근로자의 경우) 및 ‘통상 근로자’(단시간근로자의 경우)로 규정하고, 파견법은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근로자(직접고용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라는 문구가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사용자가 직군 분리 등 형식적인 방법으로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많은 사업장에서 정규직 직군-비정규직 직군 분리를 통해 차별금지를 교묘하게 회피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을 온존시키기 위해서 비정규직의 직군을 창설하는 방법 등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직군을 분리하거나 동종이나 유사 정규직군을 폐지하는 방법으로 차별시정의 취지를 잠탈하고 근로조건의 차별을 유지하려는 탈법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과거 동일․유사 업무 종사하였던 근로자를 비교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의 직군 분리를 통한 근로조건의 저하 및 차별 고착화 등의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차별금지의 비교범위를 산업차원으로 확대하거나, 직군분리 이전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던 근로조건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등 차별금지의 비교범위를 합리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데 귀 정당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답변>

차별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차별금지 비교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다만, 산업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산별 임금체계나 산별교섭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는 추후의 과제로 하고, 사업 내 과거에 동일․유사업무를 수행했던 노동자를 비교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 


1) 파견법이 폐지되고 파견노동이 금지될 경우에는 개정된 직업안정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공급에 해당됨.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03/28 17:02 2012/03/28 17:02

슬픈 얼굴들

사진 1 2012/03/27 18:23

공적 영역에서 정당화된 가치는 언제나 사적 영역에서 개인들의 행위 규범으로 내면화되기 마련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나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말도 모두 한 사회에서 정당화된 가치규범이 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뿐만아니라 개인들 사이의 관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대학에서 전임교수가 아니라 비정규교수로 강의하다보면 여러가지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일들이 생긴다. 한국의 대학은 전임교원이 아니라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시간강사부터 겸임교수, 대우교수 등 비정규교수들이 대학 전체 강좌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비정규직이 가장 일반화되어 있는 곳이다. 물론 당연히 대학 비정규직의 역사도 가장 길다.

학생들은 대학 내 전체 강좌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교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몇 년전 잘 알고 지내는 한 학생에게 들은 이 말이 대학 비정규교수의 위치를 가장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학생은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학과에서 시간강사가 강의를 빡시게 하면 학생들은, "와 시간강사면서 강의 진짜 빡시게 하네." 그리고 강의를 대충한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말한단다. "와 시간강사라고 강의 진짜 헐렁하게 하네."

나는 그냥 웃고 말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 학생은 아직 대학 비정규교수 문제가 와닫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시간강사는 전임교수가 되기 이전에 거쳐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정도 경력이 쌓이면 전임교수가 된다고 말이다.

대학에 시간강사가 하나의 제도가되면서, 실제로 하나의 직업으로 굳어지면서 다른 영역, 특히 초,중,고등학교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던 학교가 어느새 기간제교사를 줄이고 시간강사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학교육 이전에 많은 학생들이 시간강사와 기간제교사를 한 축으로, 정규직 교사를 한 축으로 놓고 편을 가르고 차이를 발견하고 그 차별의 구조를 익숙하게 내면화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학교는 교육기간이 아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차별을 내면화하고 억압과 강제의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학습한다. 만약 이것도 교육이라면 말이다.



[교단에서]“정교사도 아닌게”…잔인한 차별을 누가 만들었을까
김행수| 서울 동성고 교사(경향신문, 2012. 3. 27)

지난 2일 서울 어느 사립고의 입학식이다. 새로 채용된 신임교사들이 까만색 정장을 입고 연단에 섰다. 마이크를 잡은 교감선생님이 한명 한명 소개한다.

“국어과 ○○○ 선생님, S대를 졸업하셨습니다” “영어과 △△△ 선생님, K대를 졸업하셨습니다” “수학과 ◇◇◇ 선생님 S대를 졸업하셨습니다”…. 이렇게 10여명의 신임교사 소개가 끝나고 교감 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게 한 마지막 말은 “우리 학교는 올해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최고 중의 최고) 교사들을 뽑았습니다”였다.

순간 연단에 서 있던 신임교사들도 얼굴이 붉어졌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동석하였던 동료교사들은 굉장히 민망했다. 학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강북의 어느 자율형사립고는 학교 홍보 자료에 교사들의 출신 대학을 올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S대, K대, Y대 어쩌고 하는 그 명문대를 나온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그 교사들이 전부 기간제 교사이다. 정교사는 한 명도 없다. 거의 모든 학교가 비슷한 현실이다. 학벌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할, 차별이 아닌 평등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학벌에 대한 선입견을 그렇게 심어주고 있었다.

비슷한 상황은 교실에서도 벌어진다. 한 신임 교사가 “한 학생이 기간제냐고 묻는데 어떻게 답해야 하지요?”라고 물었다. 또 다른 신임 교사는 “A선생님은 S대 나왔다고 하던데 선생님은 어느 대학 나왔어요?” 하고 묻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한다.

그랬다. 학생들도 교사를 기간제냐 정교사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로 구분하려 한다. 기간제 교사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으며,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는 그 교사의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 앞에 교사들은 너무나 당황스럽다.

천재까지는 아니라도 수재라는 소리를 듣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꿈꾸며 사범대나 교대를 간다. 그렇게 어렵게 입학하여 졸업한 친구들의 대부분은 선생님이 되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국가자격증 중에 운전면허증 다음으로 많은 것이 교사자격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되고 싶어도 교사가 되지 못한다. 더 황당한 것은 어렵게 교사가 되는 이들의 대부분은 또 기간제나 시간강사 같은 비정규직이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정교사를 뽑지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 교사가 된다. 1년이 지나면 학생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그 학교를 떠난다. 기간제 교사인 것을 몰랐던 학생들은 “그 선생님 어디 갔어요? 그 선생님 기간제였어요?” 하고 물어본다. 그 질문도 남아 있는 교사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른들이, 특히 우리 교육계가 젊은이들에게, 예비교사들에게, 학생들에게 참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립학교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 어쩌고 하면서 정교사를 뽑지 않고, 사립학교서는 월급 올려주기 싫고, 통제가 쉽다는 이유로 정교사를 뽑지 않는다. 여기에 각종 차별까지 이래저래 예비교사들은 너무나 서럽다.

거기다 학생들까지 이런 세태에 물들어 기간제 교사인지 정교사인지를 캐묻고, 작은 다툼만 생겨도 “교사도 아닌 게…”라고 눈을 흘긴다. 참 잔인한 일이다. 이런 교사라도 되겠다는 예비교사들에게 어떤 사립학교에서 수천만원, 수억원을 받아먹었다는 뉴스가 더욱 슬프게 한다.

학벌을 따지지 않는 학교, 비정규직 교사(차별) 없는 학교…. 적어도 학교만이라도 이렇게 만들 수 없을까? 학벌과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않는 학교의 존재 자체가 인간 평등과 차별 금지라는 소중한 가치를 학생들에게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일 것이다. 교육당국과 사립학교들의 대오 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03/27 18:23 2012/03/27 18:23

두번 째 사진부터는 조성봉 감독(다큐멘터리 레드헌트1, 2 감독)이 찍은 사진인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럼비야 사랑해 http://cafe.daum.net/peacekj/GdUL/170?docid=1EeiEGdUL17020120326015101&sns=twitter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03/26 21:32 2012/03/26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