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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2006 : 여인들(Talk to her)

 

*

 

직접 가서 본 적은 없지만 ,

전주국제영화제의 유명한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의 2006년 작 중에서

에릭 쿠 감독의 <휴일 없는 삶>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번 서울독립영화제의 에릭 쿠 특별전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각 단편의 제목 외에 통합 제목을 붙인 것은 2006년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여인들', Talk to her , 이 바로 그것.



*

 

첫 번째는

1998년 영화 '킬러'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카자흐스탄의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 작품인 <어바웃 러브(About Love)>.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물리학 교수인 카이랏이 길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 동창 아스카의 집에 초대 받아 가서

아스카의 아내 토그잔을 사랑하게 된다. 카이랏의 생각에는 토그잔 역시 카이랏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두 사람 모두 그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표현하지 못한다.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실현되지 않은 감정들, 일어나지 않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일어나지 않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  

 

나는 토그잔 역시 카이랏의 나레이션처럼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는지, 둘이 '함께'

사랑에 빠진 것인지, 사실 영화에서 보여준 토그잔의 모습만으로 확신할 수는 없었다.

평생을 물리학밖에 모르고 홀로 살아온 남편의 친구.

그에게 느낀 그의 감정이 동정이었는지, 동정이 사랑이 된 것인지. 자신이 care해야 할 또다른 가족 구성원으로 포함시켰던 것인지.

일관되게 카이랏의 관점으로만 구성되는 상황의 해석에 그다지 감정이입 시키지 못했던 나로서는 토그잔의 감정들은 깊게 느끼지 못했다.

 

내겐

그냥 그저 그런 느낌의 영화.

 

*

 

두 번째는

싱가포르의 에릭 쿠 감독 작품인 <휴일 없는 삶(No Day Off)>

 

감독은 "싱가폴에 온 가정부들의 자살이나 사고에 관한 뉴스를 통해 영감을 얻었다"고.

말레이시아 술레웨시라는 시골의 여인 '시티(siti)'는 '가족들을 위한' 집과 땅을 살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싱가폴의 가정부 학원에 들어간다. 열 달 동안의 월급의 대부분은 학원비와 소개소의 소개비 등으로 떼이고 3년 여간, 천여일간 갖은 구박과 휴일 없는 노동을 견딘 뒤에 시티의 손에 남은 것은 미화로 약 600달러 정도의 초라한 집 한 채. 남편은 그 동안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여성과 집을 떠난 뒤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게 있어 에릭 쿠 감독 영화 이미지의 원형인-.- <내 곁에 있어줘>가 또다시 생각났다.

 

그냥,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내 곁에 있어줘>도, 이 영화도,

장면들이 사려깊다.

 

허무맹랑하게 당사자의 목소리를 흉내내려고 하는 우스꽝스러운 치기를 느끼거나

스크린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넘쳐흐르는 감정들 때문에 보기에 부담스럽거나

완전히 초월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어떤 달콤한 세계로 데려가거나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 영화들이랄까.

 

시티가 집을 떠나기 직전에 남편과 부둥켜 안고 우는 장면, 한 살 먹은 아들을 잡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는 장면 등.

 

눈에서가 아니라 가슴에서 울컥 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그런 느낌.  

느낌이 좋다.

 

*

세 번째는

강혜정, 아사노 타다노부 주연의 <보이지 않는 물결>로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태국의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 작품인 <12시간 20분(Twelve twenty)>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디지털 영화 같지 않은 몽롱한 색감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냥, 세련됬구나(?)라는 느낌.

 

 

*

제작비의 문제에 있어서나 작업의 편리에 있어서 디지털이 좋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기도 하고,

그런데, 난 필름이 좋아 아직은.  

 

 

 

**덧

‘디지털 삼인삼색’은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 시작과 함께 시작된 프로젝트로 영화제 상영과 국내외 배급을 목적으로 기획된 디지털 영화 제작 프로젝트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선정한 세 명의 감독에게 전주국제영화제 프리미어 상영을 전제로 5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편집 장비를 이용해 각각 30분 분량의 디지털 영화를 제작하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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