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유권자, 상호 변화만이 살 길이다
category 赤猿  2016/08/10 17:38

예전에 어떤 정치인이 화단에서 꽤나 존중받는 화가를 만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가는 행색도 초라했고 직함도 없었습니다. 변변한 명함도 물론 없었습니다. 정치인은 직함도 없고 그럴 듯한 풍채도 없어서 이름없는 무명의 화가인 줄 알았나 봅니다.

그 화가 선생 앞에서 그림에 대한 자신의 순전히 엉터리 식견과 문화예술계의 수준에 대해 마치 가르치듯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붓놀림의 기법에 대해 떠드는 정치인이 무안하지 않도록 맘씨 좋은 화가 선생이 고개라도 끄덕여 주면 오히려 그 정치인은 오호~ 무명 작가가 그런 것도 아냐는 눈빛으로 계속 설명을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존경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천박한 행태 때문입니다. 학자를 만나면 "교수하려고 공부하느냐"고 묻는 식입니다. 세상에 공부가 좋아서 공부하는 것이지 교수하려고 공부하는 사람도 있답니까? 그럼 연극협회장 하려고 연극한다고 생각하겠군요. 아마 정치인들은 의원을 하려고 정치를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나 봅니다.

수준 낮은 정치인들은 학자를 만나도 무조건 교수가 아니면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려고 대듭니다. 정계에서 본 백 명에 한 명 정도가 그런 허울 뿐인 직함이나 겉모습에 구애없이 상대방을 존중합니다. 아니, 사실은 정계 뿐만이 아니라 세상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정치인들만 탓할 순 없지요.

의원을 하려고 정치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그것을 위해 글도 쓰고, 강연도 하고, 연구와 정책도 내놓고, 때로는 노래도 하고, 소설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정치를 하는 것이지 의원이 되고 싶어 정치를 하면 안 됩니다. 현실에서는 의원이 되고 싶어 사람들에게 악수를 하러 다니며 지역을 순회합니다.

그러나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뒤집으면 뚜렷한 직장이 없거나 스스로 포기한 사람들이 대개 직업 정치에 뛰어듭니다. 확실한 생업이 없다는 것은 어느 한 계통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법과 정책의 모순점을 모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민들 앞에 설 능력이 미흡할 가능성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악수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받은 자존심의 상처는 의원이 됨으로써 보상 받고자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의원된 뒤에는 거만해지는 거죠. 사시 폐인처럼 의원 폐인들의 숫자도 엄청납니다.

한편 괜찮은 사람들이 다 떠나니 정치가 점점 수준 낮아집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직장에서 돈을 벌려고 하지 굽신거리며 4년에 한 번 있는 선거에 뛰어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수준 낮아지고 점점 훌륭한 사람들이 진입하려 하지 않습니다. 표를 구걸하지 말고 자신이 해야 할 일, 유권자들이 힘을 합쳐 나아갈 목표를 제시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정치인입니다.

유권자도 정치 지망생들 앞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고 불법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서울에서 조금만 밖으로 가면 정말 인간의 수준이 의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치인 욕을 해대는 것을 보며 쓴웃음만 나옵니다. 이 글 행간에 감춰진 삶의 현장을 이해할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2016/08/10 17:38 2016/08/10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