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의 일부?
category 朱鷄  2017/05/02 17:49

먼저 기사 하나 링크합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실질문맹률은 ‘OECD 최고’

 

미ㆍ중 정상회담 자리에서 나왔다는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말 때문에 민족적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습니다. 정확한 워딩이 어땠는지 알 수 없는 사람으로서야 대중 언론이 유도하는 대로 민족적 자존심이 짓밟혔다는 식으로 반응하기 십상입니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문해율 수준에 정확히 부합하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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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면 중국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한국인들은 걱정 말라”라고 하는 거죠. 자기네 딴에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지 않게 최대한 노력 중인데 한국인들이 눈치코치 없이 말귀도 못 알아먹는다고 섭섭해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걱정은 바로 거기서 시작됩니다.

중국이 주변 여러 나라들을 다 자기네 속국이었다는 식으로 보는 거야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저 말에도 중국의 천하관이 깔려 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지금이 그렇게 민족정체성이라는 관념을 우선하여 국제 정치를 대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주장이나 논리가 있으면, 그것에 의해 현실이 어떻게 영향 받는가를 봐야 하는데도 한국 사회는 그 주장이나 논리의 옳고 그름만 따집니다. 그러니 속여먹기 딱 좋은 맹꽁이들이지요.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승승장구하자 중국의 길거리에서 열광하던 한 중국 청년이 우리 취재진에게 “중국과 한국은 원래 한 민족이다, 한국이 이겨서 기쁘다”고 말하는 장면이 우리 안방에 그대로 보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열광하던 시간이어서 그런지 어느 누구도 그 인터뷰의 내용을 문제 삼지 않더군요. 그러더니 이번엔 다들 신경이 예민해지셨나 봅니다. 하도 여론이 가열되고, 한국민이 이해 못하니 미국이 나서서 한국이 수 천년 간 독립적이었음을 잘 안다고 하고, 중국 관영 통신사가 직접 휴전선 너머로 군인이 올라올 경우에는 개입을 하겠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주자 하루 이틀만에 저 뉴스들 다 사라졌습니다.

대중이란 참 어리석습니다. 대중 언론이 부추기는 것 같지만, 실은 상호 피드백 관계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대중 언론은 대중들의 ‘꿈’이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여기서의 꿈은 종교적이고 신화적이며 또 분석심리학에서의 그런 의미입니다. 2016년 사상 최고의 더위로 인해 가정용 냉방기의 전기 요금 때문에 다들 난리가 났었죠. 누진제에 대해, 그리고 기업용 전기의 지나친 할인에 그렇게 문제를 제기했건만 결국 닥쳐야 정신을 차리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고 결국 누진제를 완화하게 되었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다른 세금 올리면 그만이죠.

어리석은 대중이 권력자들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 조삼모사라는 고사가 잘 보여줍니다. 거기서 원숭이가 누구겠습니까. 누군가가 “민중은 개돼지”라고 얘기하자 다들 거기에 화를 냈지만, 조삼모사의 고사를 말하면 다들 화내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 개돼지라고 하면 화내고, 고사를 빗대어 원숭이라고 놀리면 화 안 냅니다. 문해가 안 된다는 건 바로 이런 겁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선들 다르겠습니까만, 교육열 높은 문명국이라는 식의 자화자찬이라도 안 한다면 덜 부끄러울 텐데 말입니다.

 

 

덧붙임

 

대중이 중국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여 문제의 발언이 나온 직후인 4월 19일에 글을 썼으나 공개하는 것을 깜빡하여 이제야 올립니다. 현재 주변 강국들 중에 한반도 통일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물론 중국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끊임없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말하지만, 이 말에는 한반도가 아무 변화 없이 지금 이 상태대로 분단된 채 있어주길 바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한반도의 통일이 중국에게는 그만큼 돈이 나가는 일이 됩니다. 달라진 상황에서 국방비도 그렇고, 북한에게서 헐값에 넘겨받는 자원이 그렇고, 북한의 노동력으로 우리가 얻게 되는 생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또한 그렇습니다. 통일 한국에 더 적극적인 관광을 하게 될 것이니 중국으로서는 아무리 봐도 수지가 맞지 않고, 자국의 안보 환경만 골치 아파질 뿐이니까요. 미국이나 일본은 당연히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요. 미국은 외교 안보, 일본은 경제 문제 때문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론 그게 그거인지라 자국의 이익 때문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20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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