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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으로 진보에 다가선다는 것

- 11월 중순, 부산에서 서울 올라오는 기차안에서 적어본 글입니다.


서울에서 생활한 지 40여일째, KTX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 울산으로 출장갔다가, 어머니 홀로 계시는 부산집에서 토요일 하룻밤 자고, 일요일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3시간 걸리는 기차 시간을 지겹지 않게 보내기 위해 ‘한겨레21’을 샀다. 특히, 이번 호에는 “아파트 가격이 거품”이며 “변두리 작은 아파트부터 가격이 붕괴할 것”이라는 내용의 특집 기사가 실렸다. 내년 서울에서 결혼할 것이고, 서울 변두리에서 살 것인 나에게 정말 반가운 내용이었다. 내년 나와 함께 살 여자도 이번 주 ‘한겨레21’을 사서 보았을 것이다. 물론 내가 사서 보라고 권했다. 내 여자 친구도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거품의 미래, 언제, 어떻게 터질 것인가?”

내 여자 친구도 나처럼 “제발 터져라”고 빌었을까? 당연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부산에 비해서, 그리고 서울의 불과 얼마전과 비교해서도 너무 비싼 탓이다. “거품은 터진다”는 한편 경제학이라는 과학에,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의 역사적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정책 또는 우연적인 계기에 의해 질서있게 거품이 가라 앉지 않으면, 공황 같은 상황이 초래하고, 이는 금융과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위기 진단도 함께 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폭등으로 시작된 일본의  90년대 경제침체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담고 있다. 결국 “제발 터져라”란 내 심뽀 속에는 모두가 어떻게 되든 내 가족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가족 이기주의’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셈이다. 나의 ‘진보’가 기껏 미래의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넘지 못하는 속 좁은 것이었다. 터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분명하다면, 이를 어떻게 사회적 연대를 통해, 진보적 정책을 통해 주택정책의 방향을 ‘시장’아닌 ‘공공성’으로 물꼬를 틀 것인가? 이렇게 고민을 해 보는 것. 어려운 문제지만, 이렇게 접근해야 맞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KTX 기차 안에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보좌관인 손낙구씨의 글을 우선 읽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주택에 대해서 문외한이었지만, 의원 보좌관을 하면서 주택정책 전문가가 됐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생활인이 되어보지 않은 활동가를 믿지 않는다”고. 나에 관한한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주택, 부동산과는 나와 무관한 것으로만 알고 살았던 내가 이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까. 비록 사적인 이유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공공성으로 그 시각을 확장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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