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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23
    마리 앙투와네트(1)
    아침꽃

마리 앙투와네트

2000원 짜리 DVD를 구입해서 본 영화다.

 

마리 앙투와네트

 

그녀는 15살에 루이 16세와 결혼해서 방탕한 생활을 해 프랑스 국민들의 원성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결국 그녀는 프랑스 혁명시 처형되었다.

 

영화는 당시 시대의 모습보다 마리 앙투와네트의 삶에 주목한다.

 

일단, 마리 앙투와네트는 철부지에 개념없는 귀족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빵을 달라고 소리 지르지만 그녀의 휘황찬란한 방에는 딸기가 가득 올려진 케익이 썪어갔다. 그리고 수백개의 값비싼 옷과 구두가 넘쳐났으며, 전담 미용사는 그녀의 머리를 좀 더 높게 만들고 엄청난 돈을 받는다.

 

왕실의 재정이 바닥나 갔지만 그녀의 사치는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빵을 달라는 민중의 함성에 "그럼 케잌을 먹으세요"라고 답한다. 정말 개념없는 여자다. 왕비라는 자리에 오르지만 그녀의 관심은 어떻게 나라를 운영할까에 있지 않고, 민중들이 왜 소리를 지르는지에 있지 않다. 그저 하나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멍청한 표정만 있을 뿐이다.

 

 

이 영화에서는 마리 앙투와네트가 얼마나 개념없고 사치스러운 여자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편으로 마리 앙투와네트가 왜 그랬는지를 설명하려 한다.

물론  다 설명되지 않는다.

 

근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동맹을 위해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팔려온다. 결혼을 하러..

그녀는 프랑스 여자가 되기 위해 오스트리아에서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강아지와도 해어진다. 그녀는 15살이었다.

 

그리고 루이 16세를 만난다. 그녀가 프랑스에서 온 순간부터 그녀의 엄마는 왕자를 낳으라는 편지를 보낸다. 그래야 두 국가가 확실한 동맹을 맺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루이 16세는 잠자리를 거부한다. 아니 이 영화에서 루이 16세는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는 바보로 그린다. 그녀가 하는 일은 수십명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잠에서 깨고, 밥을 먹고, 놀다가 잠자리에 드는 일이다. 그리고 잠자리에서는 루이 16세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다 실패한다.

 

아이가 생기지 않자, 그녀의 주변에서는 "저 여자가 차갑데", "저 여자 무슨 문제있는 거 아냐", "저 여자 불임이래", "저 여자 왜 여기 있는거야?"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잘못한것이 하나도 없는데 뭔가 문제있는 여자로 찍힌다.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녀는 외톨이가 된다. 그러다 시누이가 아들을 낳는다. 그녀는 "축하해요"라며 웃었지만 혼자 방에 들어가 통곡한다. 그녀는 왜 자기가 슬픈지 이해하고 있었을까. 그냥 억울한 것일까.

 

아들을 낳아야만 하는 여성, 아들을 낳으라고 강요하는 여성, 동맹을 위해 팔려가야 하는 여성, 동맹을 위해 딸을 판 여성, 이유 없이 외로워야 하는 여성, 여성을 외롭게 만드는 여성... 영화에는 그런 여자들이 가득했다.

 

한편, 이 영화를 함께 본 아빠와 남동생... 무지 재미없는 표정이었다. 그 사람들에게는 내가 봤던 장면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나도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여자의 모습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어머니와 딸의 좋은 관계가 다시 한번 창조될 수 있다면 여성은 더 이상 스스로를 종속시키지 않을 것이다. 여성적 동일성이 존재할 것이고 여성은 남성들 사이의 여성의 교환이라고 불리는 것에 스스로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 뤼스 이리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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