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

from monologue 2008/08/10 00:24

1.

이건, 나와의 투쟁이기도 하다.

내가 갖고 있던 관료성과 가부장성에 대하여

다시 돌아보게 되는 투쟁.

그리고 돌아봄은 항상 내가 상처를 입힌 무한한 사람들에 대한

일차원적 반성으로 되돌아오곤 했듯이

이 투쟁은 그냥 많은 에너지를 쓰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 자체를 공감하고 느끼는 과정들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야 하는

만만치 않은 숙고여야 한다.

그 어떤 깊이로도 설명될 수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그간의 나는, 그리고 당신들은 어떤 척도로

재단하고 깎아내리려 했던가.

 

 

2.

나는, 아주 많은 고통에 직면했던 많은 선배들의 고통을 버렸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매번, 매 순간, 무시하기도 하고 나를 아프게 하기도 하고 도피하기도 했다. 나는 이런 과정에서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 덕에 여러 선배들이 고통을 입었다. 고통의 원인이 어디에서 오는지조차 몰랐고, 무력했던 나날들을 보냈다. 그 땐 순간이라 생각했지만, 기억은 박제되어 늘 내 머리속을 짓누르곤 했다.

 

 

3.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동지들을 생각한다.

그녀들의 삶 자체가

끊임없이 부정당하는 자기 존재를 딛고 일어선,

침묵과 날조와 위선에 대한 투쟁의 역사였다는 것을 생각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삶과 맞지 않는 이데올로기들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데올로기가 참혹한 폭력의 결과로 오기도 했다.

받아서는 안 될 상처를 받고, 남겨서는 안 되는 흉터를 남긴다는 것,

사람들은 여전히 그래서는 안 된다 타박하고 타인의 아픔에 대해 곱씹기를 좋아한다. 

이제라도 알아 천만 다행이지만 나 역시 그러했으니.

 

 

4.

당신, 아니 우리, 이제 함부로 '상처'에 대해 거론하지 말자.

사랑은 사랑대로

아픔은 아픔대로

그냥 두어라.

이건 이 투쟁의 시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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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0 00:24 2008/08/1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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